

2025년 8월 기준 실업자 수는 56만 4000명에 달한다. 이 중 약 20%는 6개월 이상 장기 실업 상태로 집계됐다. 이는 199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일부 직종에서는 실업급여 수급자 수가 매번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이처럼 고용시장에서는 실업과 함께 늘 언급되는 제도가 바로 실업급여다. 최근에는 이를 ‘시럽급여’라 부르기도 한다. 본래의 취지가 퇴색해 ‘달콤한 급여’로 변질됐다는 자조 섞인 표현이다.
실업급여는 일을 잃은 근로자에게 재취업의 기회를 보장하고 생계 안정을 돕기 위한 사회안전망이다. 말하자면 ‘쉬기 위한 돈’이 아니라 ‘다시 일하기 위한 시간’을 주는 제도다. 그러나 무분별한 실업급여 수령은 다른 근로자의 근로 의욕을 떨어뜨리고 사회 전체의 생산성마저 저하한다. 따라서 실업급여를 개인의 권리 강화 차원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현장에서 실업급여 제도가 오용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기업의 편의적 퇴출 수단화다. 일부 기업은 인사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직원에게 “권고사직 형식으로 처리하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라는 제안을 한다. 겉으로는 자발적 퇴사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강요된 선택이다. 이렇게 작성된 이직 확인서 한 장이 훗날 부당해고 분쟁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편의적 조치가 실업급여 부정수급과 부당해고 책임을 동시에 불러올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둘째는 근로자의 제도 악용이다. 일부 근로자는 실업급여를 ‘일을 쉬기 위한 돈’으로 여기며, 재취업 의사 없이 단기 근로와 수급을 반복하거나 허위 구직활동을 한다. 이러한 행태는 통계상 질 낮은 일자리의 증가로 나타나며, 노동시장의 왜곡을 초래한다.
실업급여 제도의 진정한 가치는 일을 잃은 사람을 다시 일터로 돌려보내는 데 있다. 기업은 이를 퇴출의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근로자 역시 개인의 이익을 위한 도구로 변질시켜서는 안 된다.
실업급여는 사회의 안전장치다. 그러나 그 장치가 책임 회피의 통로로 오용된다면, 언젠가 그 안전망은 우리 모두의 발밑에서 사라질 것이다. 실업급여가 시럽급여로 변질되지 않도록, 일하는 모두가 제도의 본래 취지를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할 때다.
글·김효신 노무사
소나무노동법률사무소 대표노무사
주한외국기업연합회(KOFA) HR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