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벌서 16년 만 외친 오아시스, 5만5000명 마음속 ‘리브 포에버’ [쿡리뷰]

고양벌서 16년 만 외친 오아시스, 5만5000명 마음속 ‘리브 포에버’ [쿡리뷰]

오아시스 라이브 25 사우스 코리아

기사승인 2025-10-22 06:00:28
오아시스 노엘 갤러거(왼쪽)와 리암 갤러거가 21일 경기 고양시 대화동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오아시스 라이브 25 사우스 코리아’(OASIS Live 25 South Korea)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라이브네이션 코리아 제공

“오아시스! 오아시스!” 21일 전설의 브릿팝 밴드가 노래한 고양종합운동장에는 갑작스러운 추위도, 잠깐의 정적도 파고들 틈이 없었다. 다음 곡을 준비하는 짧은 순간에도 관객 5만5000명은 약속이나 한 듯 그룹명을 연호했다. 지난 16년 동안 외칠 수 없었던 그 이름, 오아시스. 애틋하고도 벅찬 장면이었다.

1991년 결성된 오아시스는 전 세계적으로 9000만장 넘는 음반 판매고를 올렸고, 정규 앨범 7장 모두 영국 차트 1위를 기록한 밴드다. 앞서 2006년과 2009년, 총 세 차례 내한했으나 2009년 노엘·리암 갤러거 형제의 불화로 해체하면서 이들을 무대 위에서 만날 수 없었다. 그리고 2024년에야 재결합 소식을 알리며 활동을 재개했다.

이번 공연은 16년 만의 내한 공연이자 재결합 후 첫 한국 공연이다. 오아시스의 한국 사랑은 각별하다. 공연에서 선보이지 않았던 ‘리브 포에버’(Live Forever)를 특별히 연주했을 정도다. 이에 영국, 아일랜드부터 북미, 호주, 남미까지 매진 행렬이 이어졌지만, 그중에서도 한국 공연에 쏠린 기대는 남달랐다.

오아시스가 21일 경기 고양시 대화동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오아시스 라이브 25 사우스 코리아’(OASIS Live 25 South Korea)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라이브네이션 코리아 제공

드디어 같은 시간 선 오아시스와 Z세대

공연 2시간 전, 고양종합운동장 인근은 이미 인기 록 페스티벌을 방불케 하는 에너지가 감돌았다. 콘서트 현수막과 포토존 앞은 사진을 남기려는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고, 팝업스토어에는 일부 인기 굿즈가 품절됐지만 인파가 끊이질 않았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관객의 연령대였다. 공연장 곳곳에서는 앳된 얼굴의 팬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들이 태어나기도 전에 데뷔한 밴드의 음악을 즐기는 모습은 이제 낯설지 않은 광경이다. 실제로 티켓 예매 플랫폼 놀(NOL) 통계에 따르면, 공연 예매자 중 63.2%(10대 7.7%, 20대 55.5%)가 Z세대에 해당한다.

공연을 앞두고 만난 박혜원(25·여) 씨는 “초등학생 때 오빠의 MP3를 들으면서 오아시스를 처음 알게 됐다”고 밝혔다. 박상훈(25·남) 씨는 “어릴 적 ‘배철수의 음악캠프’에서 ‘돈트 룩 백 인 앵거’(Don’t Look Back in Anger)를 듣고 사랑에 빠졌다”고 회상했다. 익명을 요구한 10대 남성 관객도 ‘돈트 룩 백 인 앵거’를 우연히 접한 뒤 오아시스의 전곡을 찾아 듣게 됐다고 했다.

세 사람 모두 오아시스를 통해 세대를 초월하는 음악의 힘을 체감한 셈이다. 특히 박 씨는 Z세대가 오아시스에 더 열광하는 이유에 대해 “‘아네모이아(Anemoia,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시절의 분위기와 문화 요소 등에 그리움을 느끼는 감정)’ 현상과 레트로 유행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짐작했다.

리암 갤러거가 21일 경기 고양시 대화동 고양종합운동장에서 개최된 ‘오아시스 라이브 25 사우스 코리아’(OASIS Live 25 South Korea)에서 관객과 소통하고 있다. 라이브네이션 코리아 제공
노엘 갤러거가 21일 경기 고양시 대화동 고양종합운동장에서 개최된 ‘오아시스 라이브 25 사우스 코리아’(OASIS Live 25 South Korea)에서 기타를 연주하고 있다. 라이브네이션 코리아 제공

실질적 스탠딩 5만5000석, 그리웠던 고양 노래방 개장

이날 오아시스는 오랜만에 마주한 한국 팬들에게 ‘헬로’(Hello)로 인사를 건넸다. 플로어와 좌석의 경계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관중은 두 번째 곡 ‘애퀴에스’(Acquiesce)에서 떼창을 시작했고, 세 번째 곡 ‘모닝 글로리’(Morning Glory)부터는 기립해 리듬에 몸을 맡겼다. 좌석 관객마저 한 명도 빠짐없이 같은 박자로 뛰다 보니 가만히 서 있어도 땅을 울리는 진동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시가렛츠 앤드 알코올’(Cigarettes & Alcohol) 무대 전 뒤돌라는 리암 갤러거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모든 사람이 그를 등지고 서로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멜로디를 흥얼거리며 엮은 몸을 이리저리 흔드는 이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이어 리암 갤러거는 ‘페이드 어웨이’(Fade Away), ‘슈퍼소닉’(Supersonic), ‘롤 위드 잇’(Roll With It)까지 완벽한 라이브를 쉼 없이 선사하며 건재함을 드러냈다.

노엘 갤러거가 ‘토크 투나이트’(Talk Tonight)를 열창할 때는 만원 관중의 휴대전화 불빛이 스타디움 전체를 물들였다. ‘하프 더 월드 어웨이’(Half the World Away) 무대는 음향을 뚫을 만큼 큰 떼창이 더해져 풍성해졌다. ‘리틀 바이 리틀’(Little by Little)에서는 노엘 갤러거와 관객들이 노래를 주고받는 듯한 호흡이 돋보였다. 노엘 갤러거는 “감사합니다, 서울!”이라고 외치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띠었다.

오아시스가 21일 경기 고양시 대화동 고양종합운동장에서 개최된 ‘오아시스 라이브 25 사우스 코리아’(OASIS Live 25 South Korea)에서 앙코르 공연을 펼치고 있다. 라이브네이션 코리아 제공

장내 분위기는 ‘왓에버’(Whatever), ‘리브 포에버’, ‘록앤롤 스타’(Rock n Roll Star) 등으로 꾸려진 후반부에 다다를수록 더욱 뜨거워졌다. 떼창 소리도 그루브한 몸짓도 맘껏 커졌다. 절정은 당연히 앙코르였다. 노엘 갤러거는 관객에게 ‘돈트 룩 백 인 앵거’ 후렴을 양보하는가 하면, 따라 부르는 구간을 반복해 흥을 돋웠다. ‘원더월’(Wonderwall), ‘샴페인 슈퍼노바’(Champagne Supernova)까지 모두 하나 된 무대가 끝나고 나서는 화려한 불꽃놀이가 오랜 시간 펼쳐져 늦은 시간 귀가를 서두르던 관객들까지 붙잡아 세웠다.
심언경 기자
notglasses@kukinews.com
심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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