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애플·삼성, XR 삼국지 개막…‘저가·프리미엄·개방형’ 전략 3색 대결

메타·애플·삼성, XR 삼국지 개막…‘저가·프리미엄·개방형’ 전략 3색 대결

메타 “저가 대중화” vs 애플 “프리미엄 리뉴얼” vs 삼성 “안드로이드 개방형”

기사승인 2025-10-23 06:00:21
22일 서울 서초구 삼성 강남에서 열린 ‘갤럭시 XR’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갤럭시 XR이 전시되어 있다. 연합뉴스 


확장현실(XR) 시장이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잠시 식었던 열기가 메타의 ‘퀘스트3’, 애플의 ‘비전 프로’에 이어 삼성전자까지 가세하며 3파전 구도로 재편됐다. 

삼성전자는 22일 한국과 미국에 ‘갤럭시 XR’을 동시 출시하며 본격적으로 시장에 뛰어들었다. 메타와 애플이 각각 다른 이유로 성장 정체를 겪는 가운데, 삼성은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앞세워 ‘제3의 플랫폼’을 제시했다. 메타는 높은 점유율(약 74%)에도 누적 손실이 크고, 애플은 막대한 투자에도 대중 확산이 더딘 상황이다.
 
이처럼 주요 플레이어들의 전략이 분화되는 가운데, XR 시장 자체는 다시 성장세를 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DC는 2024년 XR 헤드셋 출하량이 960만대에서 2025년 1430만대로, 39.2% 성장했다고 분석했다. 2028년에는 2290만대로 확대될 전망이다.

그러나 진짜 승부는 ‘매일 쓸 이유’를 만드는 데 있다. 가격 경쟁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생태계·콘텐츠·착용 편의성이 함께 맞물려야 한다는 분석이다.

메타의 ‘퀘스트3’를 착용한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 메타 제공


메타, 손실에도 ‘저가 대중화’ 고수…스마트 글라스로 외연 확대

메타는 여전히 XR 시장의 절대 강자다. 2024년 시장 점유율 74.6%를 기록했고, 2025년 2분기에도 71%를 유지하며 압도적 1위를 지켰다. ‘퀘스트3’(한화 약 64만원)와 보급형 ‘퀘스트3S(약 39만원)’로 진입 장벽을 낮춘 전략이 주효했다. 
 
다만 XR 부문 누적 손실은 2020년 이후 700억달러(약 96조원)에 달한다. 마크 저커버그 CEO는 “메타버스는 장기적 미래 사업”이라며 투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메타는 단순 하드웨어보다 생태계 확장에 초점을 맞췄다. 자체 운영체제 ‘호라이즌OS(Horizon OS)’를 기반으로 퀘스트 스토어, 메타버스 플랫폼 ‘호라이즌 월즈’ 등 500개 이상 전용 앱을 확보해 수익을 회수하는 구조다.

다음 행보는 스마트 글라스다. 레이밴과 협업한 레이밴 메타 스마트 글라스는 2025년 상반기 판매량이 전년 대비 3배 증가했다. 9월에는 디스플레이 내장형 차세대 모델을 공개하며 일상형 XR 기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메타는 헤드셋으로 시장을 선점하고 스마트 글라스로 대중화하겠다는 전략”이라며 “연간 170억달러의 손실을 감내할 수 있는 것은 광고 사업(2024년 매출 1650억달러)이 받쳐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애플은 15일(현지시간) 고성능 M5 칩을 탑재한 차세대 ‘애플 비전 프로’를 공개했다. 애플 제공

애플, 프리미엄 전략 고수하되 ‘전략 수정’
 
애플은 지난해 XR 시장에 진입했지만 초고가 전략의 한계를 체감했다. 3499달러(약 480만원)에 달하는 ‘비전 프로’는 2024년 판매량이 45만대에 그쳤고, 시장 점유율도 5.2%에서 2025년 2분기 4%로 하락했다.​

그럼에도 애플은 지난 15일(현지시간) 고성능 칩 ‘M5’를 탑재한 신형 비전 프로를 발표하며 반격에 나섰다. 신제품은 렌더링 성능이 10% 향상됐고, 배터리 지속시간이 2시간 30분으로 소폭 개선됐다. 무게는 750g대지만 더블 니트 밴드를 적용해 착용감을 개선했다.

그러나 애플은 여전히 폐쇄형 생태계 ‘비전(vision)OS’를 기반으로 한다. 아이폰·맥·아이패드와 긴밀한 연동이 장점이지만, 폐쇄형 구조 탓에 앱 생태계 확장이 느리다는 지적이 나온다. 애플은 2025년 운영체제를 visionOS 26 업데이트해 공간 위젯, 개선된 페르소나, 엔터프라이즈 API 등을 추가했으나, 업계에서는 여전히 "킬러 앱"이 부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갤럭시 XR을 활용해 뉴욕의 식당을 찾아가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삼성, ‘안드로이드 XR’로 제3의 길…B2B부터 생활권까지
 
삼성은 메타의 저가 전략과 애플의 초고가 전략 사이 ‘중간 지대’를 공략한다. 22일 삼성이 출시한 갤럭시 XR은 1799달러(약 269만원)으로, 비전프로(499만원)보다 54% 저렴하지만, 메타 퀘스트(39만~64만원)보다는 4~7배 비싸다.

삼성의 핵심 전략은 안드로이드 XR 개방형 생태계다. 구글·퀄컴과 공동 개발한 갤럭시 XR은 안드로이드 XR 플랫폼을 최초로 탑재해 안드로이드 앱 전체를 XR 환경에서 구동할 수 있다.

구글 지도·포토·유튜브 XR 등 구글 서비스는 물론 어도비, NBA, MLB, Calm 등 50개 이상의 글로벌 파트너사와 협력해 초기 콘텐츠 공백을 줄였다. 국내에서는 네이버 치지직을 통해 XR 콘텐츠를 제공할 예정이다.

사미르 사맷 구글 안드로이드 생태계 부문 사장은 "안드로이드 XR은 제미나이 시대를 위한 완전히 새로운 플랫폼으로, 개방적이고 통합된 차세대 컴퓨팅 진화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인공지능(AI) ‘제미나이’를 시스템 레벨에 통합해 음성·시선·제스처를 동시에 인식하는 멀티모달 인터랙션을 지원한다. 하드웨어는 ‘스냅드래곤 XR2+ Gen2’ 칩셋과 545g 경량 설계가 특징이다.

삼성은 B2C뿐만 아니라 B2B 시장도 주요 타깃으로 삼는다. 삼성은 삼성중공업과 가상 조선 훈련 솔루션을 구축하는 등 제조·의료·교육 등 현장형 수요에 맞춘 기업 시장도 공략 중이다.   

“헤드셋의 시대는 저물고, 글라스 전쟁이 온다”

업계에서는 세 기업 모두 결국 ‘스마트 글라스’에서 승부를 볼 것으로 내다본다. 시장조사기관 IDC는 2025년 글로벌 스마트 글라스 시장이 247.5%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메타는 레이밴 협업을 통해 가장 먼저 일상형 제품을 상용화했고, 애플은 2027년 아이폰 연동형 글라스를 준비 중이다. 삼성은 아이웨어 브랜드 젠틀몬스터, 와비파커와 협력해 2026년 경량 스마트글라스를 개발하고, 다양한 폼팩터로 안드로이드 XR 생태계를 확장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헤드셋은 기술의 실험장이었고, 스마트 글라스가 진짜 대중화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삼성이 안드로이드 생태계로 제3의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

이혜민 기자
hyem@kukinews.com
이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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