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조계원 기자] 국내 4대 은행이 개인형 퇴직연금(IRP)의 낮은 수익률에도 대규모 희망퇴직을 활용해 시장 점유율 5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은행은 희망퇴직을 통해 인력감축을 진행하는 동시에 퇴직인원의 퇴직금을 자행의 IRP계좌로 유치하는 방법으로, 중소 은행 및 증권사와 격차를 확대하고있다.
31일 금융연합회에 따르면 KB국민은행,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국내 4대 은행의 올해 상반기 IRP시장 점유율은 51.1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점유율은 IBK기업은행과 NH농협은행을 포함할 경우 60%를 넘어선다.
은행권의 높은 시장점유율과 반대로 은행권의 IRP수익률은 증권사 보다 현저하게 떨어지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IRP 연평균 수익률 1위 금융사는 신한금융투자(3.27%)로, 10위권 내에 은행은 존재하지 않고 있다. 증권사와 보험사가 3%대 수익률을 기록하는 사이 은행권은 2%대 수익률을 달성하는데 그쳤다.
신한은행과 KEB하나은행이 2,66%를 기록했으며,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2.58%와 2.53% 수준에 머물렀다. 그나마 지방은행인 대구은행이 2.70%의 수익률을 기록했고, 기업은행과 농협은행은 각각 2.40%와 2.64%의 수익률을 보였다.
은행들은 증권사에 비해 뒤쳐지는 수익률을 네트워크와 퇴직자 등을 대상으로 한 ‘지인’ 마케팅으로 뛰어넘었다. 특히 희망퇴직자들에게 지급한 퇴직금 등을 다시 IRP계좌로 유치하며, IRP 실적을 끌어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의 이러한 행보는 지난해 2800명 규모의 희망퇴직을 실시한 국민은행 통해 명확히 드러난다. 국민은행의 희망퇴직 신청자들이 공식적으로 퇴직처리 된 올해 1월 20일 이후 국민은행의 IRP 실적이 급등한 것.
국민은행의 올해 1분기 IRP 적립금 증가액은 1881억원으로, 이는 지난해 총 IRP 적립금 증가액 1907억원에 육박하는 규모다. 이밖에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등 여타 은행 에서도 희망퇴직 실시 후 퇴직상품의 실적이 일시적으로 급등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희망퇴직 시 자행의 IRP계좌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으나, 오랜 기간 함께 일해 온 선·후배가 가입을 부탁하면 이를 거부하기 어렵다”며 “많은 이들이 동료의 실적 향상을 위해 가입 권유를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한편 우리은행의 올해 하반기 희망퇴직 신청자가 1000여명에 달하면서, 우리은행의 IRP시장 점유율 상승이 기대되고 있다. 우리은행의 퇴직자 1인이 받게 될 퇴직금과 위로금은 최소 2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되며, 이에 따라 최소 2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퇴직자들에게 지급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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