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조계원 기자] 은행권 최고경영자(CEO)들의 임기 만료가 다가오는 가운데 이들의 연임에 잇단 제동이 걸리고 있다. 노동조합의 지배구조 개선 요구는 물론 은행의 전통 등 그 이유도 제각각 이다.
5일 은행권에 따르면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11월), 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12월), 이경섭 농협은행장(12월)의 임기가 올해 안으로 모두 만료된다.
먼저 11월 임기가 종료되는 윤종규 회장의 경우 그의 연임 여부를 결정할 KB금융의 선임절차가 현재 진행중이다.
금융권에서는 KB금융의 주전산기사태를 조기에 마무리 짓고, 현대증권 인수 등 그룹의 포트폴리오 개선에 기여한 그의 연임 가능성을 높게 내다보고 있다.
다만 막판 변수로 KB금융의 노조가 그의 연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KB노동조합 협의회는 5일 기자회견을 열고 KB금융지주 회장이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데 참여하는 것도 모자라, 회장이 선임한 사외이사가 다시 회장을 선임하는 ‘회전문 인사’에 문제를 제기하며, 회장 선임 절차의 중단과 윤 회장의 후보 사퇴를 요구했다.
특히 KB노협은 차기 회장 후보군 편성에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며, 후보군 명단의 공개는 물론 주주·고객·직원으로 구성된 자문단을 회장 선임 과정에 참여시킬 것을 요청했다.
여기에 오는 10월 임기가 종료되는 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과 12월 임기가 끝나는 이경섭 농협은행장도 연임에 악재가 껴있다.
박 행장의 연임 걸림돌도 노조와의 관계다. 박 행장은 전체 점포의 70%를 폐쇄하는 점포 통폐합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노조와 극심한 갈등을 드러냈다. 이러한 갈등은 사회문제로까지 확대되어 정치권까지 들여다 본 만큼 그의 연임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이경섭 행장의 연임은 농협의 전통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 행장의 경우 농협은행의 부실채권정리(빅배스)와 이후 경영정상화 과정에서 그 능력을 입증했으나, 농협은행 출범 이후 연임에 성공한 행장이 없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아울러 은행권 CEO들의 연임에 정권교체 사실 역시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주인 없는 회사’인 은행들의 특성에 따라 정권의 보은인사에 휘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 한 관계자는 “행장·회장은 능력도 뛰어나야 하지만 정치도 잘해야 될 수 있는 자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