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KB금융과 하나금융지주에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했다. 지주사 차기 회장 후보군을 양성하고,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 대한 현직 회장의 영향력을 배제하라는 내용이다. 사실상 그동안 논란이 되어온 금융지주 회장들의 ‘셀프연임’을 개선하라는 지시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2일 KB금융과 하나금융에 각각 5건과 7건의 경영유의사항을 전달했다. 경영유의사항은 금융회사의 주의 또는 자율적 개선을 요구하는 행정지도적 성격의 조치이다.
금감원은 먼저 KB금융에 대해 후계자 양성프로그램을 내실화하고 회추위 성격의 상시지배구조위원회의 운영 및 사외이사 평가절차를 개선할 것을 주문했다.
금감원은 KB금융이 경영승계규정에 회장 후보자군을 육성 하도록 되어 있는데도 회장 후보자군에 대한 후계자 양성프로그램이 일반적인 경영진에 대한 연수·교육 프로그램과 차별성이 없는 것으로 지적했다. 또 상시지배구조위원회에 잠재적 후보군인 이사 등이 참여해 선정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도 문제가 있는것으로 봤다.
사외이사 평가 역시 간담회 방식을 통해 평가가 이루어지고 간담회에 현 회장이 포함되는 등 사외이사의 독립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결국 현직 회장이 사외이사에 대한 평가를 내리고, 후계자 양성을 등한시 하는 것은 물론 회추위에 내부 이사를 참여시키는 방법으로 현직 회장의 연임 가능성을 높이는 문제가 있다는 금감원의 지적이다.
이러한 지적은 하나금융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제기됐다. 금감원은 하나금융에 대해 사회이사 선임과 회장 선출 절차에 대한 투명성을 강화하고, 회추위에서 현직 회장을 제외하는 것은 물론 후계자 양성프로그램을 내실화 할 것을 지시했다.
금감원은 하나금융이 회장 후보군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내부후보군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고, 외부후보군은 이사회지원부서가 탐색하여 제시한 자를 대상으로 선정하고 있어 선정과정에 투명성이 부족한 것으로 지적했다.
특히 지주회사 회장이 회장후보추천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반면, 일부 사외이사의 경우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배제돼 있어 최고경영자 승계절차의 공정성이 훼손될 소지가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여기에 사외이사를 선임할 때 후보를 추천한 제안자와 후보자와의 관계를 공시토록 규정하고 있으나 하나금융은 제안자를 파악할 수 없도록 공시했으며,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 역시 KB금융과 마찬가지로 일반적인 경영진에 대한 연수·교육 프로그램과 차별성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KB금융과 하나금융에 이같은 문제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는 한편 여타 금융지주에 대해서도 검사를 실시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이번에 신설한 금융그룹통합감실을 중심으로 금융지주의 지배구조에 대한 감독을 강화할 방침이다.
최흥식 금감원장은 전날 “금융지주의 CEO 승계 작업에 잡음이 많고 전반적으로 회장 후보 추천 구성이 불합리·불공정했다”며 “회장 후보군을 구성하는 데 경영진이 과도하게 영향을 끼치고, CEO 승계 프로그램이 형식적일 뿐이었다"고 말한 바 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