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금융소비자에게 발생한 동일하거나 유사한 유형의 피해를 신속히 구제하기 위한 ‘다수 피해자 일괄구제제도’ 도입에 나선다. 또 신용거래융자·카드론 등에 대한 원가 검증을 실시하며, 보험사의 의료자문 행태 개선에 나서는 등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을 강화하기로 했다.
다만 그동안 금융소비자들이 도입을 주장해 온 금융소비자 집단소송제도, 배상명령제도, 정액배상제도 등의 도입은 법 개정 절차가 필요한 만큼 장기과제로 밀려났다.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 권익제고 자문위원회’는 19일 금감원의 기능을 금융회사 건전성 제고에서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선하는 권고안을 발표했다. 금감원은 자문위원회의 권고안을 충실히 실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자문위원회는 금융소비자보호에 전문적 식견을 가진 13명의 외부전문가만으로 구성됐으며, 불합리한 금융관행 개선, 금융소비자 정보비대칭 해소, 금융소비자 피해 사전예방 및 사후구제 방안 등을 중심으로 권고안을 마련했다.
우선 자문위는 금감원에 ‘다수 피해자 일괄구제제도’ 마련을 권고했다. 금감원이 다수인 피해 분쟁조정 진행내용을 공시하여 유사 피해자에게 분쟁조정 추가신청 기회를 부여하고 분쟁조정위원회에 일괄 상정하여 구제기회를 부여하라는 내용이다.
특히 금융회사와 금융소비자간 분쟁조정절차 진행중 금융회사의 일방적인 소송 행위를 차단하고, 소액 분쟁의 경우 분쟁조정위원회 결정에 대해 금융회사가 수용토록 편면적 구속력을 부여할 것을 제안했다.
권영준 자문위 위원장은 “동양증권 CP 발행, 저축은행 사태 등 분쟁조정 과정에서 금융회사가 조정 과정을 이탈해 법원의 소송을 제기하는 악질적인 행위를 차단해야 한다”며 “편면적 구속력이란 금융회사와 금융소비자간 정보의 비대칭성이 큰 만큼 금감원이 공시 등을 통해 금융소비자 편을 들어주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문위는 보험회사의 의료자문 행태에 대해서도 개선을 권고했다. 자문위는 보험사가 소비자가 제출한 진단서 등에 대해 객관적인 반증자료 없이 자체 자문의 소견만으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삭감하는 행위에 대한 제동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했다. 따라서 금감원이 의학적 쟁점 등이 있는 경우 전문위원·의사협회에 직접 자문을 의뢰하는 프로세스를 구축하난 방안이 제시됐다.
여기에 자문위는 금융소비자의 피해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소비자가 오해하기 쉬운 상품명칭 등에 대해 변경을 권고하고, 상품설명서 등에 유의사항을 명기토록 하는 등 금융사의 소비자 안내를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또 신용거래융자․카드론 등 시중금리에 비해 이자율이 현저히 높은 대출 등에 대해 원가 검증을 실시하고, 이자율 시계열 자료를 비교공시토록 권고했다.
아울러 자문위는 금융소비자와 금융회사 간 금융정보 격차해소를 위해 금감원의 ‘파인’ 시스템을 통해 금융상품 거래 필수 금융정보를 단계적으로 제공하는 ‘금융거래 단계별 핵심 금융정보 안내 서비스’와 수수료 감면, 금리 인하 등의 각종 우대조건이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변경될 경우, 은행이 이를 고객에게 통지하는 ‘고객 알리미 서비스’를 도입할 것을 권고했다. 이밖에 현재 각종 금융협회에서 제공하는 금융상품 및 금융사 공시 정보에 대한 정확도와 접근 편의성 향상도 주문했다.
한편 자문위는 제도도입 자체만으로 금융회사의 소비자 피해유발 행위 억제 효과가 큰 금융소비자 집단소송제도, 배상명령제도, 정액배상제도, 금융상품 위험별 사전등급·판매면허제도 등 도입에 대해서는 법령 개정의 과정이 필요한 만큼 금감원이 중·장기적인 검토과제로 선정하여 추진하도록 제안했다.
유광열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이러한 자문위의 권고에 대해 “유관기관과의 원활한 협조를 바탕으로 자문위원회가 권고한 과제를 가급적 빠른 시일내에 이행하여 금융소비자 개개인이 안심하고 편리하게 금융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