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지주의 여성 임원 발탁, 기업은행 준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은행권이 여성과 준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 다만 저조한 장애인 채용 문제는 몇 년째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따라서 장애인에게 은행은 여전히 진입하기 어려운 벽으로 남아있다.
26일 은행권에 따르면 최근 은행권에 여성과 비정규직·준정규직자에 대한 차별을 없애기 위한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여성에 대한 차별 문제는 신한금융에서 변화의 단초를 찾을 수 있다. 신한금융은 지주 창립 이후 지난해까지 여성 부서장을 단 한 차례도 배출한 바 없고, 주력 자회사인 신한은행도 지난 3년간 단 한명의 여성임원을 배출하지 않은 곳이다.
신한금융은 남녀차별에 대한 지적이 커지자 그룹차원에서 해결에 나섰다. 먼저 지난 24일 정기인사에서 지주 설립이후 처음으로 지주 부서장에 여성인재 2명을 발탁했다. 또 신한문화리더십센터를 신설해 그룹차원에서 여성인재 육성에 나서기로 했다. 아울러 지주를 시작으로 신한은행 등 계열사의 여성임원 비중을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은행권 비정규직·준정규직자에 대한 차별 철폐는 기업은행이 주도하고 있다. 기업은행 노사는 올해 지난 2일 ‘준정규직 처우개선을 위한 노사 공동 선언문'을 발표했다. 3300여명 규모의 무기계약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내용의 선언문이다.
특히 기업은행 노사는 앞으로 무기계약직을 채용하지 않고, 기간제와 파견용역에 대해서도 정규직 전환을 논의하기로 하는 등 국책은행으로서 은행권 비정규직·준정규직자에 대한 차별 철폐를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여성과 비정규직·준정규직자에 대한 차별이 개선의 조짐을 보이는 것과 달리 장애인 채용에 대해서는 은행권의 견고한 진입장벽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은행 어디서도 장애인 차별 철폐를 위한 행동에 나서지 않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주요 민간·국책은행 8곳의 장애인 채용 규모는 2012년 149명에서 2016년 98명으로 급감했다. 농협과 산업은행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은행이 장애인 고용을 축소했다. 농협과 산업은행의 장애인 고용이 늘었으나 이마저도 장애인 의무 고용률을 준수하지 못해 부담금을 납부했다.
이 가운데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은 2016년말 고용노동부의 장애인 고용을 확대하라는 권고를 받고도 장애인 고용을 확대하지 않아 지난해말 장애인 고용 저조 기업으로 지정됐다. 이러한 장애인 차별에 따라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이 2012년부터 2016년말까지 납부한 부담금만 각각 118억원과 89억원에 달한다.
은행권에서는 대면영업이 많은 은행의 특성에 따라 장애인을 채용하기 어려운 것으로 해명하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은행은 고객과 면담을 통해 영업을 해야 하는 데 장애인에 대한 고객의 거부 반응이 높아 채용이 쉽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장애인에게 수천만원의 연봉을 주고 고용하는 것보다 수백만원의 부담금을 내는 것이 더 이득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장애인 채용 확대를 위한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은행권 채용이 전체적으로 줄어드는 상황에서 지금과 같이 낮은 수준의 부담금만으로 장애인 채용을 늘리기 쉽지 않다”며 “정부 차원의 제도적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