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비리 의혹이 은행권을 휩쓸고 있는 가운데 채용비리에 연루되지 않은 이들까지 의혹에 휩쓸려 피해를 보고 있다. 최고경영자(CEO)의 친인척 이라는 이유만으로 부당인사의 주범으로 내몰린 이들이 발생하고 있어서다.
3일 금융권에는 KB금융 계열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윤종규 회장의 친인척 A씨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다. 2005년 입사한 친인척 A씨가 윤 회장을 배경으로 고속승진하고 있다는 의혹이다.
이번 의혹은 금융감독원의 국민은행 채용비리 검사에서 시작됐다. 금감원의 조사결과 윤종규 회장의 종손녀가 특혜채용 됐다는 정황이 들어났다. 국민은행의 특혜 채용 정황이 드러나면서 대중의 관심은 KB금융에서 근무하고 있는 CEO의 일가친척으로 확대됐다.
결국 윤 회장의 친인척 A씨가 계열사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A씨가 동기들 보다 승진이 빠르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금융권에서는 이에 A씨의 승진 원인이 윤 회장에게 있다는 의혹이 우후죽순으로 제기됐다. 하지만 이러한 의혹을 사실로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2005년 A씨의 취업 당시 윤 회장은 KB금융을 떠나 김앤장 상임고문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따라서 A씨의 취업에 윤 회장이 직접적으로 개입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어 A씨는 동기들 보다 승진이 빠르지만 승진에 필요한 기간을 모두 채우고 승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A씨가 근무하는 회사 내부에서 A씨의 근무태도와 능력에 대한 평판이 매우 우수했다.
KB계열사 직원은 “A씨는 회사내에서 야근 횟수 1위에 오를 정도로 일을 열심히 하고 있다. A씨의 승진이 빠른점은 맞지만 이를 단순히 회장의 인맥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인맥보다 본인 스스로의 능력 때문에 승진이 빠른 것으로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다른 직원도 “승진연한을 채우지 않고 승진했다면 뒷배로 승진했다고 볼 수 있지만 열심히 일하고 연한을 다 채운 다음 승진한 만큼 이를 비리나 특혜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러한 사실은 윤 회장과 대립관계에 있는 계열사 노조 역시 인정했다.
은행권 마녀사냥식 채용비리 의혹은 비단 이번 사례뿐만 아니다. 앞서 농협은행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발생한 바 있다. 타은행 부행장을 아버지로 두고 있는 B씨는 농협은행 해외지점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이후 아버지가 채용비리에 연루되면서 B씨의 은행 취업과 해외지점 배정에 아버지의 청탁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러나 확인 결과 B씨는 4개국어를 할 정도의 인재로, 해외분야에 특화된 인물로 나타났다. 채용비리 역시 드러난 바 없다.
채용비리 문제가 대두될 때마다 CEO의 일가 친척에 대한 소위 ‘신분털기’가 자행되면서, 은행들은 CEO의 친인척에 대한 신분 숨기기에 급급한 상황이다.
은행 관계자는 “직원이 CEO의 친인척이라는 사실이 들어나면 문제가 있을때 마다 해당 직원에 대한 비난이 제기된다”며 “은행이 오너 회사도 아닌 만큼 해당 직원이 정상적으로 근무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 관계자는 “의혹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인물은 모르겠지만 연관이 없는 인물에 대해서는 신분 보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