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로 시작된 위기가 국회의 계엄 해제 결의안 가결로 약 6시간 만에 끝난 것을 두고 “한국 민주주의의 승리이지만 동시에 전 세계적인 민주주의의 위기를 보여주는 징후이기도 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AP통신은 8일(현지시간) ‘6시간의 파워게임 끝에 한국의 민주주의가 지켜진 것은 다른 나라의 민주주의에 어떤 시사점을 주는가’라는 분석 기사를 통해 이같이 진단했다.
AP는 “권위주의가 부상하는 시대에 한밤 중 한국에선 주목할 만한 일이 일어났다”면서 “민주주의를 지켜냈다”고 말했다.
이어 AP는 "블랙호크 헬리콥터와 장갑차를 국회로 보낸 윤 대통령의 권위주의적 행동은 과거 독재 정권 시대를 떠올리게 했다"고 짚으며 "시민 수천 명이 국회 앞으로 몰려와 계엄 해제와 대통령 퇴진을 외쳤고 군·경에서는 어떤 충돌도 보고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아울러 비상계엄 사태가 6시간 만에 일단락된 것을 두고는 "어렵게 쟁취한 민주주의의 승리이자,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이 1788년 '연방주의자 논고'에 적었던 견제와 균형의 원리의 승리였다"고 평가했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3시간 만에 국회의원 190명이 계엄 해제에 투표한 것에 대해 민주적 견제의 힘을 보여줬고 그 중심에 시민이 있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AP는 "민주주의 국가의 지도자가 대중의 지지나 최소한 용인 없이 계엄 체제로 전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담을 넘어 국회 경내로 들어가는 영상 등이 수백만 건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친위쿠데타가 늘어나고 있다며, 이번 사태가 현재 민주주의가 직면한 위협의 모습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AP는 미 카네기멜런대와 펜실베이니아주립대 공동 연구 결과 1945년 이후 발생한 친위쿠데타 46건 중 3분의 1이 최근 10년 사이 발생했고, 이 같은 친위쿠데타의 성공률은 약 80%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한국과 비슷한 상황이 빚어질 수 있다는 미 일각의 우려도 전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공화당원들로부터 굳건한 지지를 받는 미국처럼 양극화된 사회에서는 한국과 같은 대중의 참여나 야당의 반대가 없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AP는 지난해 12월 트럼프가 재집권할 경우 독재 정치의 위험이 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첫 날만 빼고" 독재자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일을 소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