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각보다 괜찮은데요?”
이제는 다이소에서 향수도 만나볼 수 있다. 21일 다이소 매장을 찾은 임현선(37·여)씨는 “평소 향수를 좋아해서 20만원~30만원대 제품도 자주 구매한다. 향수 제품이 들어온 건 처음 보는데 기대 이상”이라며 “니치향수 만큼의 섬세함은 아니지만, 섬유유연제처럼 옷에 뿌리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가 직접 제품을 확인하기 위해 서울 시내 다이소 4곳을 방문했는데, 이 중 한 곳만 재고가 남아 있었다. 다이소 매장 관계자는 “출시 이후 찾는 사람이 많아 금방 품절됐다”고 전했다.
다이소에서 판매 중인 향수는 뷰티 브랜드 ‘에이딕트’의 ‘멜로우 오 드 퍼퓸’ 시리즈다. 종류는 5개다. ‘듀이 소피’는 달달한 소다 향과 함께 섬유유연제 같은 비누 향이 강하게 퍼져 대중적 취향에 가장 적합했다. ‘베베 피치’는 이름처럼 복숭아를 연상시켰다. 첫 향에서는 다소 씁쓸한 감기약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곧 달콤한 복숭아 젤리 향으로 변했다.
가장 독특했던 향은 ‘말차 매그놀리아’였다. 첫 향에서 쌉싸름한 그린 노트와 투명한 꽃 향기가 섞여 티(tea) 계열 향수의 분위기를 풍겼다. 시간이 지날수록 말차의 담백함이 은은하게 퍼져 차분한 인상을 주었다.
‘블러리 페탈’은 수분감 있는 흰 꽃 향기에 화장품 같은 플로럴 향이 겹쳐졌다. 발향력이 좋은 편이라 시원하고 화사하다는 평을 받았지만, 방향제나 화장품 냄새를 연상시키기도 했다. ‘뮤티드 우디’는 이름과 달리 우디 향보다는 장미와 작약에 가까운 부드럽고 차분한 플로럴 계열 향이었다. 제품명과 실제 향의 차이가 있었지만, 무난하게 사용할 수 있는 향이었다.
다섯 가지 향수 모두 첫 향은 비교적 선명하고 무난했으나, 시간이 지나며 잔향이 빠르게 옅어졌다. 고급 니치 향수에서 기대할 수 있는 깊이감이나 지속력은 부족했지만, 가격을 고려하면 가볍게 즐기기에 적합했다.
이처럼 다이소 향수는 ‘가성비’ 매력을 앞세워 기존 고가 브랜드와는 다른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초저가 향수가 생활용품점까지 진출하면서, 국내 향수 시장의 외연이 넓어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국내 향수 시장은 최근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지난달 향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해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신세계백화점의 상반기 향수 매출도 21.2% 늘었고,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운영하는 주요 향수 브랜드 매출 역시 같은 기간 30% 가까이 성장했다.
바이레도처럼 해외 니치 브랜드가 국내에 직진출하는 경우도 있고, 국내 기업들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탬버린즈’는 지난 2020년 매출 348억원에서 지난해 1646억원으로 4배 이상 뛰었고, ‘논픽션’ 역시 합리적인 가격과 감각적 패키지를 내세워 국내외 입지를 넓히고 있다.
이처럼 프리미엄·니치 향수가 주도하던 시장에 생활용품점이 초저가 향수를 내놓으면서, 소비자 선택지는 고가와 저가로 양극화되는 모양새다. 업계는 이번 현상을 단순히 화제가 아니라 향수 소비의 ‘저변 확대’로 평가한다.
향수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는 점에서 긍정적일 수 있다”며 “다만 니치 향수를 쓰던 사람들이 저가 제품으로 갈아탈 가능성은 크지 않다. 향수는 개인의 취향과 정체성을 보여주는 상품이기 때문에 초저가와 초고가가 서로 다른 수요층을 형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