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인가 위협인가…항상 듣는 AI 안경 ‘헤일로 X’의 딜레마

혁신인가 위협인가…항상 듣는 AI 안경 ‘헤일로 X’의 딜레마

기사승인 2025-08-22 06:00:09
미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헤일로(Halo)가 출시한 AI 스마트 안경 ‘헤일로 X’. 헤일로 홈페이지 갈무리


미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헤일로(Halo)가 상시 대화를 듣고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AI 스마트 안경 ‘헤일로 X’를 선보이면서 개인정보 보호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21일 정보기술(IT) 전문지 테크크런치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 AI 스타트업 헤일로가 모든 대화를 듣고 분석하는 스마트 안경 ‘헤일로 X’를 20일(현지시간)부터 249달러(약 35만원)에 선주문받기 시작했다. 

‘헤일로 X’ 시연 장면 예시. 헤일로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헤일로 X는 계산·사실 확인·번역·메모리 보조 등 다양한 기능을 이동 중에도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내장 마이크가 주변 대화를 녹음하고 이를 텍스트로 변환한 뒤, AI가 맥락을 분석해 필요한 정보를 안경 렌즈에 표시하는 방식이다.

미국 하버드 대학생 안푸 응우옌과 케인 아르다이피오가 X(구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개한 '아이 엑스레이(I-Xray)' 프로젝트 시연 장면. 안푸 응우옌 X 계정 갈무리. 이혜민 기자 재가공

문제는 이 과정이 상대방 동의 여부와 무관하게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제품에는 대화 녹음을 알리는 표시등도 없어, 타인의 인지 없이 녹음이 가능하다. 미국 일부 주(州)에서는 상대방 동의 없는 대화 녹음이 불법이어서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소지도 크다. 창업자들은 테크크런치 인터뷰에서 “사용자가 대화 전 상대방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지만, 실제로 이를 지킬지는 사용자 개인의 양심에 맡겨진 상황이다.

특히 헤일로 설립자 안푸 응우옌과 케인 아르다이피오는 지난 2024년 메타의 레이밴 스마트 안경에 얼굴 인식 기능을 결합한 ‘아이 엑스레이(I-XRAY)’ 데모를 공개하며 이미 거센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이들은 2024년 메타의 레이밴 스마트 안경에 얼굴 인식 기능을 추가해 길거리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름, 주소, 전화번호 등을 실시간으로 알아냈다. 모든 과정은 불과 1분30초 만에 이루어졌으며, 3명 중 1명꼴로 개인정보를 알아내는 데 성공했다. 창업자들은 “기술의 위험성을 경고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무단으로 타인의 개인정보를 수집한 것 자체가 큰 논란이 됐다.

논란이 커지자 메타 측은 “현재 ‘레이밴 메타2’에는 얼굴 인식 기능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며 즉각 해명에 나선 바 있다.

급성장하는 AI 스마트안경…규제는 아직

현재 AI스마트안경 시장은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메타의 ‘레이밴 메타’는 연간 200만대 이상 판매가 예상되며, 중국 바이두와 샤오미 등도 관련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이러한 성장세에 국내외 전문가들도 법적 규제에 속도를 낼 것을 제언했다. 한 AI 업계 관계자는 “AI스마트안경은 혁신적 기술이지만, 강력한 법적·윤리적 규제가 없으면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헤일로 X는 초기 모델에 카메라가 탑재되지 않았으나, ‘항상 듣는’ 설계 특성상 학교·회의실 등 다중 이용 공간에서의 사용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AI 스마트안경이 딥페이크 등 합성 기술과 결합할 경우, 신원도용·허위 영상 확산 등 2차 피해 우려도 제기된다. 전자 프런티어 재단(EFF)의 커트 옵살은 “스마트안경이 대중화될 때 익명성을 파괴하고, 사회적 감시와 범죄 도구로 악용될 위험이 크다”며 강력한 규제를 촉구했다.

이혜민 기자
hyem@kukinews.com
이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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