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려운이 넷플릭스 시리즈 ‘약한영웅 클래스 2’(이하 ‘약한영웅2’)로 얼굴을 갈아 끼웠다. 은장고 대장이자 농구부 주장 박후민을 구현하기 위해 10kg을 찌우는 등 노력한 덕분이다. 2일 서울 소격동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약한영웅1’을 너무 재밌게 봐서 회사에 꼭 해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열심히 준비했다”고 돌아봤다.
‘약한영웅1’에 안수호(최현욱)가 있었다면, ‘약한영웅2’에서는 박후민의 역할이 컸다. 박후민은 주인공 연시은(박지훈)이 다시 폭력과 맞서게 되는 원인이자 빌런 나백진(배나라)과 깊은 서사가 있는 인물이다. 이에 려운은 첫 등장 신부터 강한 임팩트를 주기 위해 고심했다.
“처음부터 박후민의 성격을 최대한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겨울이었는데, 감독님한테 반바지와 쪼리를 착용하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드렸어요. 목소리 톤으로는 집안환경이 좋지 않은데 그런 상처를 누르고 쾌남처럼 보이려고 하는 박후민을 그리려고 했어요.”
의상뿐만 아니라 머리를 빨갛게 물들인 채 만화 ‘슬램덩크’의 OST를 스스로 재생하면서 나타난 것 역시 강렬했다. 실제로 ‘슬램덩크’ 강백호를 참고했다는 전언이다. 그래서인지 극에서 캐릭터 변화가 있기 전까지는 다른 인물보다 더 현실감이 없는 인상을 주기도 했다.
“대본으로 봤을 때 재밌더라고요. 범상치 않은 애처럼 보이고 싶었어요. 은장고 대장이고 전체를 책임지는 친군데 어느 정도 또래 친구들과 다르게 더 호탕하고 어른 같은 모습이 보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극 초중반부터 흑화하니까 더 중화될 거라고 보기도 했고요.”
시즌1이 플랫폼의 열세를 극복하고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안수호와 연시은의 관계성이었다. 안수호와 다른 결의 인물이지만 비슷한 입지인 박후민을 연기해야 하는 입장에서 부담감은 없었을까.
“부담감이 아주 없진 않았어요. 그렇지만 수호랑 바쿠(박후민 별명)가 비슷하지만 조금 다르다고 봤어요. 수호도 바쿠도 친구를 끔찍이 생각하고 희생할 줄도 알고 책임감이 있는데요. 수호가 시은이 한 명을 지키는 호위무사라면, 바쿠는 전체를 챙기려고 하는 대장에 가까운 것 같아요.”

시즌2 역시 시즌1처럼 박후민과 연시은이 친구가 돼가는 과정이 주 서사지만, 박후민과 나백진의 이야기도 중요하게 다뤄졌다. 이 가운데 끝까지 일진 연합으로 박후민을 끌어들이려는 나백진의 감정을 사랑으로 보는 반응도 있었다. 그러나 려운의 생각은 달랐다.
“나백진이 고아원 출신이고 친구들과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데, 처음으로 다가온 친구가 바쿠였잖아요. 싸움도 알려주고요. 그래서 백진이는 바쿠가 영원한 내 편이라고 생각한 거 같아요. 그런데 현탁이를 다치게 하면서 선을 넘은 거죠. 백진이한테는 유일한 친구였으니까, 우정인 것 같아요.”
‘약한영웅’ 하면 액션을 빼놓고 논할 수 없다. 특히 려운은 이 작품을 통해 처음 맨몸 액션에 도전했다고 한다. “주먹 액션은 처음이에요. ‘꽃선비 열애사’에서도 검 액션만 했었거든요. 오른손잡이라서 훅 날릴 때 왼쪽이 어색하더라고요. 좁은 공간에서 촬영할 때는 위험하니까 다치지 않게 노력해야 했고요. 결과적으로는 만족스러웠어요. 무술 감독님도 멋있게 잘했다고 해주셨고요. 처음에는 합이 꼬이더라도 맞아가는 과정도 재밌었어요.”
몸과 몸이 부딪히는 현장이었지만, 분위기는 최고였단다. 그 중심에는 최효만 역의 유수빈이 있었다. “실제 케미스트리는 너무 좋았어요. 배우들끼리 촬영이 없어도 촬영장에 가서 모니터해 주고 그럴 정도로요. (유)수빈이 형, (배)나라 형이랑 일본도 갔다 왔어요. 수빈이 형이 촬영현장 분위기를 만들어주셨죠. 실제로는 형이 바쿠 같았어요.”
시즌1이 입소문을 타고 기대 이상으로 흥행한 수작이었던 만큼, 시즌2가 다소 아쉽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려운은 각 시즌의 매력을 설명하며, “굉장히 치열하게 노력해야 했지만, 굉장히 행복했다고 기억할 작품”이라고 시즌2에 대한 애정을 내비쳤다.
“시즌1이 워낙 사랑받은 작품이니까요. 하지만 저는 시즌2도 재밌게 봤어요(웃음). 입장 차이는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그럼에도 관심을 많이 주시니까 감사하죠. 시즌2는 남자의 로망이 가미된 것 같아요. 달려가서 다수로 싸우는 신도 그렇고, 판타지적인 액션 신도 있고요. 시즌1은 담백했다면, 시즌2는 긴장을 놓지 않고 진득하게 보게 되는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