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하이파이브’로 돌아온 강형철 감독이 오랜 기다림 끝에 작품을 선보이게 된 소회를 밝혔다.
지난달 29일 서울 소격동 한 카페에서 만난 강형철 감독은 “행복하다. 그동안 작업실, 믹싱실, 편집실 여기저기에서 봤지만 관객이 없었다. 드디어 자리를 찾았다는 생각에 감격스럽고 영광스러웠다”고 개봉 소감을 전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하이파이브’는 강 감독이 약 7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긴 공백을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 팬데믹에 유아인의 마약 이슈까지 잇따라 터지면서, 개봉은 잠정적으로 연기됐다. 그렇게 자그마치 4년이 흘렀다. 강 감독은 절대 짧지 않은 시간을 신앙의 힘, 동료들의 위로로 버텨냈다고 했다.
불행 중 다행은 늦게 세상의 빛을 보게 됐어도, 작품은 전혀 묵힌 느낌 없이 세련되다는 평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많이 감사하죠. 늘 영화가 기록매체라고, 하드웨어가 사라지지 않는 이상 영원히 존재한다고 생각했어요. 50~60년대 영화를 수십 번 보기도 하잖아요. 이 영화가 얼마나 오래 갈지는 모르겠으나 금방 사라지지 않겠구나 싶어서 매우 기쁩니다.”
‘하이파이브’는 장기이식으로 우연히 각기 다른 초능력을 얻게 된 다섯 명이 그들의 능력을 탐하는 자들과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는 코믹 액션 활극이다. 전작 ‘스윙키즈’를 촬영할 때부터 다음 작품을 오락 영화로 점찍어뒀다는 강 감독은 “학교 끝나고 비디오 가게에서 테이프 빌려서 집에 갈 때 너무 행복했다. 깔깔댈 수 있는 오락영화를 빌려 가는 날도 있었다. 감독이 된 마당에 그런 작품을 찍어보고 싶었고, 로그라인이 나오면서 철저히 오락영화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고 비하인드를 풀었다.
강 감독은 ‘과속스캔들’, ‘써니’ 등 매 작품 될성부른 신인 배우를 발굴해 탁월한 안목을 인정받은 이 중 하나다. ‘하이파이브’에서는 이재인이 그 예다. “신인을 잘 뽑는다고 하는데, 좋은 신인이 저한테 오는 거예요. 운이 좋은 거죠. 그만큼 오디션을 많이 보기도 하고요. 나이도 어리고 인지도도 떨어졌지만 증명해 낼 줄 알았어요. 그리고 실제로 정말 잘했고요.”

‘하이파이브’는 엉성한 초능력자들이 하나의 팀이 돼가는 과정을 그리는 히어로물의 형식을 취한다. 이에 배우들의 합이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였다. 강 감독은 이러한 측면에서 상당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번 영화만큼 디렉션을 안 준 영화는 처음이에요. 배우들 덕을 늘 많이 보지만, 이번에는 제가 진짜 한 게 없는 것 같아요. 관객이 돼서 연기를 구경했어요. 동선 정도만 정리했어요.”
그러면서 이재인(완서 역), 유아인(기동 역), 안재홍(지성 역), 라미란(선녀 역), 김희원(약선 역)의 호흡을 ‘앙상블’이라고 표현했다. 유아인이 문제적 배우지만 편집할 수 없었던 이유다. “한 명의 영화가 아니잖아요. 그렇게 되면 이재인이 다치고 안재홍이 다쳐요. 작품이 훼손되니까 보는 즐거움도 없어졌을 거예요. 감독으로서는 해선 안 될 일이죠. 유아인 씨의 사죄는 받았습니다.”
사이비 교주 영춘 역을 대선배 신구와 나눠 소화하며, 얼굴만 젊은 노인으로 분한 박진영의 연기도 탁월했다. 박진영은 그룹 갓세븐 멤버로 연기를 병행하고 있다. 이에 강 감독은 “재능의 영역에서 아이돌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은 시대”라며 “단순히 흉내만 내면 안 되고 말투를 체화해야 하는 건데 그걸 해냈다”고 박진영을 치켜세웠다.
이 같은 배우들의 뛰어난 케미스트리와 더불어 야쿠르트 카트 추격신이 ‘하이파이브’의 백미로 꼽힌다. 강 감독은 “‘우리가 고생하고 관객분들은 재밌게 보자’는 모토로 만들었다”고 돌아봤다. “배트맨에게는 배트카가 있듯, 우리도 뭐 하나 있어야 하지 않을까 했어요. 그런데 선녀가 프레시 매니저라서 카트를 타고 다니잖아요. 이걸로 카체이싱 하면 재밌겠다 싶었죠. ‘이 카트는 느리니까 완서가 밀면 좋겠다’, ‘총알도 나가야 하는데 지성이 야쿠르트를 쏘면 되겠다’ 하면서 추격신을 만들게 됐어요. VFX에 특수효과며 그립장비며, 듣도 보도 못한 장비도 제작했죠. 제일 중요한 건 안전하게 찍는 거라서 이 부분을 철저하게 준비했고요. 모든 팀이 다 달라붙어서 기술을 총집약한 장면입니다.”
끝으로 강 감독은 어떠한 평도 받아들일 테니 극장에서 ‘하이파이브’를 관람해달라고 당부했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영화는 없어요. 모든 영화는 어느 정도의 성공과 실패가 있기 때문에 받아들여야죠. 다만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나서 물고 뜯고 씹는 게 영화의 재미거든요. 이게 극장과 영화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고요. 이 영화가 만화 같은 콘셉트의 오락 영화를 찍고 싶다는 생각에서 출발했고, 그렇게 받아들여 주시고 보시면 충분히 즐기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