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인상부터 반전이다. 영화 ‘하이파이브’ 속 괴력 소녀 완서는 온데간데없고, 청초하고 맑은 얼굴로 마주했다. 이야기를 들어 보니 개봉을 앞두고 5kg을 감량했단다. 다이어트에 매진한 이유는 ‘작품과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서’란다. 차기작 준비쯤을 답으로 생각했던 이에게는 또 기특한 반전이다. 지난달 29일 서울 소격동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이재인은 “실제로 봤을 때 영화와 다르다고 신기해하실 때 제일 기분이 좋다”며 수줍게 웃었다.
‘하이파이브’는 장기이식으로 우연히 각기 다른 초능력을 얻게 된 다섯 명이 그들의 능력을 탐하는 자들과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는 코믹 액션 활극이다. ‘과속스캔들’, ‘써니’ 강형철 감독이 7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기도 하다.
작품에 딱 들어맞는 신예를 주연으로 발탁하는 강 감독의 안목은 익히 유명하다. 주인공 완서를 연기한 이재인 역시 좋은 예가 됐다. 이재인은 “신뢰에 보답하기 위해 책임감을 가지고 연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완서가 사랑스럽고 귀여운 캐릭터라서 잘 표현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다. 근데 감독님이 워낙 사랑스럽게 만들어 주셔서 걱정을 덜었다. 감독님은 ‘영화 아버지’ 같은 분이다. 정말 많은 걸 배웠다”고 전했다.
고난도 액션도 천연덕스럽게 해냈다. 당연히 노력의 결과였다. “5개월 정도 액션스쿨을 다니면서 훈련했어요. 촬영을 이어 나가려면 체력이 중요하니까 기초체력 단련부터 시작했어요. 또 태권도 자세를 잘 살리고 싶었어요. 태권도 히어로가 흔하지 않은 캐릭터잖아요. 이 점을 통해서 전달할 수 있는 바가 또 있지 않을까 했죠.”
그 액션의 합은 대부분 사이비 교주 영춘(박진영)과 맞췄다. 이재인은 박진영의 도움으로 무사히 시퀀스를 완성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제가 액션 연기가 초보고, 비교적 힘이 약한 편이니 타격감을 표현하기가 어려웠어요. 딱 때렸을 때 펀치에 힘이 느껴져야 하는데 제대로 표현될지 걱정이 많았죠. 그런데 맞는 연기를 실감 나게 해주셨고, 실수로 힘이 들어간 적도 있는데 괜찮다고 해주셔서 안심하고 촬영할 수 있었어요.”

액션도 처음이었지만, 코미디에도 서툴렀다고 한다. 작품을 보면 믿을 수 없는 말이지만, 이재인은 함께한 배우 안재홍, 라미란, 김희원 등 극 중 팀 하이파이브로 만난 선배들을 보면서 감을 잡아갔다고 했다. “어렸을 때부터 존경하는 선배님들이었는데, 한편으로는 친구로 지내야 했어요. 긴장되고 떨렸는데 안 그러려고 노력했죠. 코미디 연기도 초보여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런데 치킨집에서 티키타카하는 장면이 있어요. 그때 평상시 자연스러운 대화나 리듬감에서 재미를 찾을 수 있구나 깨닫게 됐어요.”
자신을 ‘초보’로 지칭하며 연신 손사래를 쳤지만, 그의 캐릭터 표현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다. 그럴 만하다. 올해 21세지만 어엿한 14년 차 배우다. “이성이 생긴 후부터는 경력이라고 생각해요(웃음). 스크린 속 제 모습을 오랜만에 봤는데 ‘무엇을 좋아해서 여기까지 열심히 일해왔나’라는 질문을 떠올리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크레디트를 보면서 너무 많은 사람이 노력해 줬다고 생각했어요.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되면서 책임감을 느꼈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10대에도 그랬듯 이젠 ‘20대의 매력을 보여주는 배우’를 꿈꾼다는 이재인은 이를 위해 또 배우고 배운단다. 타고난 연기 신동인 줄 알았더니 대단한 노력파였다는 점이 놀랍다. “틈새 시간에 새롭게 배우는 것을 좋아해요. 취미는 딥하고 진지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공부에는 진지하게 임하는 편이에요. 컴퓨터와 게임에 관심이 많아서 게임 제작을 독학하기도 했어요. 배우라는 직업이 다양한 역할을 많이 하니까, 직업군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최대한 이것저것 많이 접해보려고 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