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회장 “의정 신뢰회복 후 ‘의료개혁 공론화위’ 출범해야”

의학회장 “의정 신뢰회복 후 ‘의료개혁 공론화위’ 출범해야”

의개특위 일방적 출발 비판…“정책 무리하게 밀어붙여”
李 대통령 공공의대 공약에 “근본적 문제 해결 필요”
의학회 내 ‘전공의 수련교육원’ 설치 제안

기사승인 2025-06-09 19:03:58
이진우 대한의학회장(오른쪽)은 9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재명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건 ‘국민중심 의료개혁 공론화위원회’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신대현 기자

이진우 대한의학회장은 9일 이재명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건 ‘국민중심 의료개혁 공론화위원회’에 대해 “정부와 의료계 간 신뢰 회복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이날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전 정부의)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개특위)는 의료계가 참여하지 않은 상태에서 출발해 일방적으로 진행된 측면이 있었고, 논의된 내용 중에는 필요한 부분이 있었지만 정부와 의료계 간 상호 신뢰가 부족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대한의학회는 197개 학회를 회원으로 둔 국내 대표 학술단체다.

이 회장은 “정부가 합리적인 논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무리하게 밀어붙였던 정책 때문에 의정 갈등 사태가 벌어졌다”며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면 대한의학회를 포함한 의료계도 적극적으로 공론화위원회에 참여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의학회는 의정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여의정 협의체’에 참여해 의료계 의견을 대변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에 일방적인 개혁 추진이 아닌 국민과 함께하는 진짜 의료개혁을 추진하겠다며 의료개혁 공론화위원회를 신설하겠다고 표한 바 있다. 이외에도 △필수의료 분야 의료사고 국가 책임 강화 △불가항력 의료사고 국가보상 강화 △의료분쟁조정중재원 기능 강화 등을 약속했다. 이는 모두 윤석열 정부 의료개혁 과제에 포함된 내용이다.

이 대통령의 또 다른 의료 공약이었던 공공의대 신설 및 공공의료 확충에 대해선 “덩그러니 의대만 만들고 의사만 갖다 놓는다고 해서 지역의료가 되살아나지 않는다”라며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의료계와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이 회장은 “지난해 국회·정부와의 대화를 통해 의대생 휴학 문제 등에서 일부 성과가 있었다”면서 “의료계가 단일대오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대한민국 의료가 발전하고 국민 건강을 증진하기 위해선 자유로운 의견 개진과 표출, 합리적인 토론을 거치는 게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의학회는 의정 갈등 사태가 장기화되며 전공의 수련 공백도 커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지난 5월 수련병원 추가 모집에서 대다수 전공의가 복귀를 거부하면서 수련 체계의 균열이 더 벌어지고 있다. 복귀 의사를 밝힌 지원자는 소수에 불과해 실제 임상 현장의 인력 공백은 그대로 남아 있다. 보건복지부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수련병원 사직 전공의 추가 모집 결과 총 860명이 지원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추가 모집에 지원한 전공의까지 합치면 지난 2일부터 수련에 들어간 전공의는 총 2532명이다. 이는 의정 갈등 이전(1만3531명) 대비 18.7% 수준이다.

의학회는 저조한 전공의 복귀율과 별개로 교육·수련환경을 개선해 무너진 의료현장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의학회 내에 △전공의 교육과정 연구 및 개발 △수련 평가 △지도전문의 역량 개발 △수련기관 평가 및 인증 △교육 연수 등 5개 기능을 담당할 ‘전공의 수련교육원’ 설치를 제안했다.

박용범 수련교육이사는 “전공의는 의료의 미래다. 이들이 무너지면 의료 수준이 저하될 우려가 크다”며 “양질의 수련을 위한 수련교육 프로그램 기획, 개발, 평가, 인증을 수행하는 상설화된 조직 체계 구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전했다. 기존 복지부 산하 수련환경평가위원회(수평위)만으론 급변하는 전공의 수련환경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박 이사는 “전공의 수련의 본질은 양질의 수련을 통해 뛰어난 전문의를 배출하는 것”이라며 “최근 논의되는 내용들은 전공의 근무 시간 축소나 월급 인상 등에 치우쳐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공의들이 질 높은 수련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졸업 후 의학교육’(GME) 시스템을 확립하는 일이 시대적 요구가 됐다”며 “병원별로 제각각인 전공의 수련 교육의 질을 표준화하고 이를 담보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의학회는 오는 13일 서울성모병원 플렌티컨벤션에서 학술대회를 개최한다. 이 자리에서 △전공의 수련 △지역의료 발전 방안 △기초의학 교육 변화 및 대비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역할 △인공지능(AI) 시대 도약 △보건의료데이터 정책 △현장 수요 기반 중개연구 등 주요 의료 현안에 대한 발표와 토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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