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당국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위험가중치 규제를 강화해 가계대출 증가세에 제동을 건다. 자금의 부동산 쏠림 현상을 막고, 벤처기업 등 생산적 분야로 자금이 흘러가게 하기 위한 조치다.
금융위원회는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은행·보험 자본규제 합리화 방안’을 발표하고 은행권 내부등급법상 주담대 위험가중치(RW) 하한을 현행 15%에서 20%로 높인다고 밝혔다. 윤덕기 금융위 거시금융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은행이 위험가중자산과 자본을 어떻게 조정할지는 예단하기 어렵지만, 최대 27조원가량 주담대 감소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국내 은행 대다수는 내부등급법상 은행별 손실 경험에 따라 추정한 부도율(PD)·손실률(LGD) 등으로 위험가중치를 산출한다. 주택·부동산으로의 자금 쏠림을 완화하기 차원에서 하한을 현행 15%에서 20%로 상향 조정한다. 금융위는 향후 가계대출·부동산 시장 상황 등을 살피며 주담대 위험가중치 하한을 추가 상향하는 방안과 고위험 주담대 적용 대상 확대, 가계부문 완충자본(SCCyB 또는 SSyRB) 부과 등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다음은 금융위 측과의 일문일답.
주담대 위험가중치 상향으로 은행 대출 공급이 최대 27조원 줄 수 있다는 추산이 기사로 나왔다. 이 경우 실수요자가 대출을 못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데.
-27조원은 여러 가정을 모두 반영한 최대치(맥시멈)를 계산한 것이다. 은행이 위험가중자산을 줄일 수도, 자본을 더 쌓을 수도, 혹은 특별한 액션을 취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미 8% 이상 자본비율을 확보한 은행도 있어 실제 영향은 은행별 대응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또한 6·27, 9·7 대책으로 대출 총량을 관리하고 실수요자 위주로 공급되도록 제도가 설계돼 있다. 고액·투기성 대출은 애초부터 불가능하며 정책모기지 등 약속된 공급은 예정대로 집행된다. 실수요자 피해가 없도록 면밀히 살피되 필요 시 추가 대책도 검토하겠다.
대출 성장 제약이 금융지주사의 이자이익 감소로 이어질 경우 주주환원 정책에 제동이 걸릴 수 있고, 줄어드는 수익성을 메우기 위해 수수료를 올리거나 대출금리를 올릴 수도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이에 대한 조치 계획은.
- 은행이 수익성 보전을 위해 금리나 수수료를 일방적으로 인상하는 것은 감독당국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사안이다. 현재로선 특별히 규제를 강화할 계획은 없지만, 시장 상황을 보며 필요하면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주식이나 펀드의 위험가중치를 낮춰도 절대적 투자 리스크는 달라지지 않는다. 은행들이 주식과 펀드 투자를 늘릴수록 그만큼 늘어나는 위험을 헤지하기 위해 고신용자나 우량 담보 중심으로 대출이 쏠릴 수 있는데 대안이 있나.
-주식·펀드 관련 위험가중치 조정은 바젤 기준에 맞게 바꿔놓은 것이다. 위험은 바젤보다 높게 반영했고, 자기자본 10% 한도 등 안전 장치가 있어 과도한 쏠림은 어렵다. 은행이 위험 자산을 더 투자했기 때문에 고신용자 대출로 간다든지 하는 구조로 갈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가계부채 관리 차원에서 중저신용자 공급 등 간접적 수단으로 균형을 유지할 것이다. 필요하면 정책 가이드라인으로 실수요자에 자금이 공급되도록 규제를 둘 수도 있다.
기업대출 쪽 RWA 현황은 어떻게 관리하나. 은행들의 주담대 평균 RWA 수치는 어느 정도인가.
-기업대출은 대부분 은행들이 내부등급법을 적용한다. 은행이 10년 이상 축적한 경험치와 부도율을 토대로 산출해 상하한을 두기 어렵다. 내부등급법이 적정하게 활용되고 있는지 점검하는 수준이다. 다만 내부등급법과 표준등급법 간 괴리가 수준을 맞춰 가고 있다. 은행별 영업 전략에 따른 경험치를 존중하되, 전반적으로 재량이 많다는 지적을 고려해 표준방법으로 점진적으로 바꿔가는 추세다. 주담대 평균 RWA는 해외 사례와 국내 은행의 알선 비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20%로 결정했다.
주담대 위험가중치를 15%에서 20%로 높이면 은행권 주담대 대출은 얼마나 줄고, 국내 은행 보통주 자본비율(CET1)은 얼마나 낮아질 것으로 보는가.
-한 해 신규 취급되는 주담대가 약 275조원인데, 여러 가정을 매우 보수적으로 적용했을 때 최대 27조원 정도 줄 수 있다. 다만 은행이 위험가중자산을 줄이거나 자본을 더 쌓는 등 대응 방식이 다양해 실제 영향은 은행별로 달라질 수 있다. CET1 하락폭도 은행의 대응에 따라 달라져 구체적 수치를 일률적으로 제시하기는 어렵다.
생산적 금융 차원에서 보면 주담대를 줄여야 하는데, 주담대 RWA 상향이 생산적 금융을 위해 주담대를 줄이려는 목표에 부합하는지, 은행을 투자은행화하려는 의도가 있는건지 묻고 싶다. 주식보다는 기업 대출 활성화가 더 우선일 것 같은데 관련해 추가 발표하는 건가.
-리스크 값을 자본 여력을 넓히자는 의미다. 주식으로 몰라는 얘기 아니다. 대출로도 갈 수 있다. 21bp가 34조, 보통 대출로 가면 80조까지 여력 나온다. 포트폴리오는 은행이 정하는 거다. 미국은 바젤Ⅲ를 전면 도입 안 했고 유럽은 유니버셜 뱅킹, 미국은 금산분리 구조다. 우리는 상업은행 개념을 지킨다. 주식 위험가중치 낮아져도 기업대출(내부등급법 평균 40%)로 충분히 갈 수 있다. 17조로 추산한 수치는 정책 목표 아니다. 과하다 적다 판단도 안 한다. 단기간에 풀 일 아니고 긴 안목으로 단계적으로 간다. 해외 사례도 보고 추가 상향 가능성은 열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