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發 공급 불안 속…햄버거 업계 ‘빵 독립’ 시동

SPC發 공급 불안 속…햄버거 업계 ‘빵 독립’ 시동

햄버거 업계, SPC삼립 공장 일부 가동 중단에 수급 난항
노브랜드버거·롯데리아, 자체생산·수급량 확보 등 검토
아웃백도 부시맨 브레드 공급 부족…이달 중 정상화 노력
업계 “SPC ‘ESG 리스크’ 장기화 우려…공급망 확보 필수”

기사승인 2025-06-11 06:00:08 업데이트 2025-06-11 17:25:43
10일 서울의 한 롯데리아 매장에 햄버거빵 대체 제공 안내문이 붙어 있다. 김건주 기자

햄버거 프랜차이즈 업계가 햄버거빵(번) 공급 안정화를 위해 자체 생산 및 공급망 재편에 나서고 있다. 이는 대다수 브랜드가 번 공급을 SPC에 의존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발생한 직원 사망 사고로 일부 생산라인 가동이 중단된 데 따른 대응 조치다.

11일 SPC에 따르면 SPC 시화공장은 현재 29개 라인 중 19개 라인이 가동되고 있다. 10개 라인은 지난달 19일 사고 이후 가동을 중단했다. 시화공장은 SPC삼립 공장 중 빵·과자·면류 등을 생산하는 시설로, 다른 공장 대비 생산 비중이 크다. 이에 따라 국내 주요 햄버거 프랜차이즈들은 SPC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망 다변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신세계푸드가 운영하는 노브랜드버거는 SPC 공장 가동 중단 후 직영점 5곳 영업을 잠정 중단했다. 신세계푸드는 향후 유사한 공급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해 자체 생산 설비 활용 등 자구책을 마련 중이다. 이미 건강빵, 냉동 크림빵 등 자사 베이커리 제품을 이마트 내 매장에 공급하고 있어 일부 자급이 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자체 베이커리 제조 시설에서 생산해 공급을 충당하거나 SPC 외 업체에서도 제품을 받는 등 공급망 다각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리아 운영사 롯데GRS는 롯데웰푸드 공장의 생산량을 극대화해 공급을 늘리고 있다. 롯데GRS 관계자는 “롯데리아는 (SPC 사고 이전부터) 다양한 공급망을 통해 빵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현재 수급량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며 “오는 16일쯤 공급량이 정상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10일 서울의 한 버거킹 매장 키오스크에 빵 교체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김건주 기자

버거킹은 시화공장 재가동 이후 딜리버리 서비스 등 일부는 정상화 됐지만, 안정화를 위해 공급망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버거킹 관계자는 “고객 불편이 생기지 않도록 여러 방법을 검토 중”이라면서 “다만 레시피 유출 우려, 품질 안정화 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공급라인 확대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급하게 새 공급업체를 찾기보다는 시간을 두고 신중하고 접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SPC 파리크라상이 국내에서 운영하는 쉐이크쉑도 번 공급에 일부 차질을 빚고 있다. 맘스터치는 공급 불안에 대비해 소비자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모색 중이다. 다이닝브랜즈그룹이 운영하는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도 ‘부시맨 브레드’의 공급 부족으로 대체 빵을 사용하고 있다. 다이닝브랜즈그룹 관계자는 “이달 중으로 정상 공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국내 햄버거 번 시장 대부분을 점유한 SPC가 ‘ESG 리스크’를 안고 있어 중장기적으로 볼 때 관계를 지속하기 우려스럽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지난달 19일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50대 여성 근로자가 냉각 컨베이어 벨트에서 작업 중 기계에 끼이는 사고로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사고 직후 SPC삼립은 노동당국의 중지 명령 및 자체 판단에 따라 공장 가동을 전면 중단했다. 이후 지난 2일부터 일부 라인 가동이 순차적으로 재개됐지만, 햄버거 번 생산이 포함된 라인은 멈춰있어 생산 차질이 계속되고 있다. 

한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국내 햄버거 번 시장은 사실상 SPC가 독점하고 있어 햄버거 업체들이 다른 공급라인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며 “특히 SPC는 공장 사고 등 ESG 리스크가 있어 중장기적으로 볼 때 햄버거 업체들의 빵 공급 루트 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건주 기자
gun@kukinews.com
김건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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