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이 11일 검찰청 폐지와 수사·기소권 완전 분리를 골자로 한 검찰개혁 법안을 발의했다. 검찰이 직접 수사권과 기소권, 영장청구권까지 모두 독점해 온 이른바 ‘검찰공화국’ 체제를 해체하고, 수사와 기소 권한을 여러 기관으로 분산하는 것이 핵심이다.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이 이미 채택하고 있는 이른바 ‘글로벌 스탠더드’ 모델에 한 걸음 더 다가서는 시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영국은 경찰이 수사를, 검사가 기소를 전담하는 구조를 오래전부터 유지하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 등 대륙법계 국가들도 수사와 기소를 명확히 분리한다. 예컨대 독일에서는 검사가 수사에 깊이 관여하더라도 체포·압수수색·구속 등에 대해서는 반드시 예심판사(법관)의 사전 심사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프랑스는 중대 범죄 사건에서 수사 판사가 독립적으로 수사를 지휘한다. 이처럼 별도의 사법기관이 검사나 경찰의 수사권 남용을 통제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다.
반면 한국은 검찰이 거의 모든 형사사법 권한을 독점해왔다. 수사·기소는 물론 영장청구, 형 집행, 국가소송 수행 등 사실상 만능에 가까운 권한을 행사해왔다. 이처럼 막강한 권한 구조 속에서 검찰권의 정치적 오남용, 편파 수사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일선 검사와의 대화’로 파격 행보를 보인 노무현 정부 역시 2000년대 초반 검찰개혁을 시도했다. 로스쿨 도입, 사법연수원 개혁, ‘검사동일체’ 원칙 일부 폐지 등 다양한 방안이 논의·추진됐지만, 검찰 내부의 강한 반발과 정치적 저항에 막혀 실질적 구조 개편에는 실패했다. 오히려 이후 검찰 권한 집중은 더 강화됐고, 검찰개혁은 미완의 과제로 남았다.

이번 민주당이 내놓은 검찰개혁안은 검찰청을 폐지하고, 기소권은 법무부 산하 공소청, 수사권은 행정안전부 산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으로 나누는 것이 핵심이다.
아울러 국무총리실 산하 국가수사위원회를 신설해 중수청·경찰·공수처 등 각 수사기관의 권한 충돌과 인권침해를 조정·감독하도록 했다.
이런 개혁 방향은 국제 기준에 비춰도 ‘수사·기소 분리’라는 대원칙을 따른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권한을 한 기관에 집중시키는 관행을 끊고, 견제와 균형의 틀을 만들겠다는 취지가 담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야당인 국민의힘은 이번 법안이 정치적 보복이자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시도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도 이번 개편이 충분한 준비 없이 추진될 경우 국민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과제도 남아 있다. 검찰 권한만 분산한다고 권력남용이 자동으로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수사권과 기소권이 각 기관에 나뉘었을 뿐 상호 통제와 인권 보장 장치를 마련하지 않으면 또 다른 권력집중 논란은 불거질 수 있다.
또 하나의 관건은 수사인력·조직 재편 방향이다. 검찰이 해체될 경우 기존 검사와 수사관 인력을 어디로, 어떻게 재배치할 것인지, 중수청·경찰 등 각 수사기관 간 역할분담과 인력 충원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 세부적 이행 방안의 명확성이 필요하다.
‘수사 공백’ 우려도 존재한다. 대대적인 수사기관 재편이기에 ‘기능 혼선’이 벌어질 수 있고, 이 시기에 국민 안전과 권익이 위협받을 수도 있다.
최호진 단국대 법학과 교수는 “민주당이 발의한 검찰청 폐지와 수사·기소권 완전 분리 법안이 국제 기준, 이른바 ‘글로벌 스탠더드’에 정확히 부합한다고 단정하긴 어렵다”면서도 “방향성 자체는 타당하다”고 평가했다.
최 교수는 “이처럼 국가 사법 시스템 전체를 바꾸는 중대한 법안의 경우, 실제로 어떻게 실천할지에 대해 유관 기관과 사법 시스템 당사자 등 관련자들의 충분한 숙의와 논의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의 검찰개혁 법안 발의자로 나선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노무현 대통령 시절 ‘검사와의 대화’ 이후 검찰개혁은 정치권의 오랜 숙제였다”며 “이재명 정부 출범과 함께 22대 국회에서 이런 법안이 발의됐다는 것 자체가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갈 길은 멀지만, 첫발을 뗀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