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여름 평년보다 높은 기온과 잦은 강수로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의 대량 번식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서울시와 각 자치구는 방제 대책을 잇따라 마련하고 있지만 보다 체계적이고 일관된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시는 러브버그, 동양하루살이 등 대응을 위해 친환경 방제 전략을 꺼내들었다. 20일 시에 따르면 러브버그 민원은 9296건으로 지난해 4418건 대비 두배로 늘었다. 지난해 서울시 내 동양하루살이 관련 민원은 240건으로 집계됐다.
이에 시는 러브버그가 대량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달 말부터 은평구 백련산 일대에 광원·유인제 포집기를 설치·운영할 예정이다. 성동구 뚝도시장에는 동양하루살이 유인에 영향을 미치는 청색광을 제거한 조명등을 설치했다. 영동대교 한강 수면 위에는 부유식 트랩(바지선)을 운영하고 있다. 시는 환경부, 자치구 보건소 등과 협력하고 있으며, 시범사업을 토대로 유행성 생활 불쾌 곤충의 관리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김태희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기본적 기조는 살충제를 쓰지 않는 게 원칙으로, 화학적 방제는 하지 않는다”며 “무분별한 방제보다는 적정 수준에서 관리하자는 차원에서 친환경 기준을 정해서 체계적인 방역 대응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러브버그는 암수 한 쌍으로 다니며, 썩은 잡초를 먹고 화분을 매개하는 ‘익충’으로 분류된다. 사람을 물거나 질병을 옮기지 않지만 바퀴벌레와 비슷한 생김새와 사람에게 날아드는 습성 때문에 심리적 불쾌감을 유발하기도 한다. 또 차량에 달라붙어 운전자의 시야를 가리거나 사체가 건축물 부식을 유발하는 등 안전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러브버그 관련 민원은 최근 3년간 급증했다. 2022년 12건에 불과하던 민원은 2023년 240건, 2024년에는 1321건으로 증가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시민의 86%가 러브버그를 해충으로 인식하며, 단순히 보기만 해도 불쾌감을 느낀다는 응답이 절반에 달한다.
자치구도 러브버그 대비에 나서고 있다. 최근 양천구는 ‘민관 긴급방역대책반’을 마련하고 특별 방역 작업에 나서기도 했다. 긴급방역대책반은 상황총괄반, 방역기동반, 공원방역반, 동 방역지원반 등 4개반, 총 400여명으로 구성됐다.
보건소 감염병관리팀이 민원 접수와 상황 관리를 총괄하며, 방역기동반과 공원방역반은 주요 발생지역과 산·주거지 경계지역 등에 친환경 살수(물 뿌리기) 방역을 실시한다. 아울러 18개 동 주민센터 공무원과 자율방재단, 마을사랑방역봉사단이 함께하는 ‘지역사회 틈새방역’도 지속 추진한다.
중구는 해충기피제 분사기를 추가 설치하는 한편 ‘토요 방역 데이’ 운영을 통해 러브버그 발생에 대비한다. 구로구는 차량 기동 순회 방역을 실시하며 러브버그에 대비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