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도시를 꿈꾸며…부산콘서트홀, 그 첫 울림

음악의 도시를 꿈꾸며…부산콘서트홀, 그 첫 울림

정명훈 지휘 아래 베토벤 삼중협주곡·합창 교향곡 무대 올라
비수도권 첫 클래식 전용 공연장…파이프오르간 갖춘 '음향 명소' 기대

기사승인 2025-06-21 00:34:41 업데이트 2025-06-21 00:35:40
부산 클래식전용 공연장 '부산콘서트홀'. 쿠키뉴스 db


부산에 첫 클래식 전용 공연장이 문을 열었다.
부산의 중심 부산시민공원에 새로 들어선 ‘부산콘서트홀’이 20일 저녁, 정명훈 예술감독과 아시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APO)의 개관 기념 공연으로 공식 개관을 알렸다.

바다와 음악의 도시를 꿈꾸는 부산의 첫 울림은 차분하면서도 묵직했다.

본 공연은 오후 7시 30분부터 APO(아시아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본격 시작됐다.

1부는 베토벤 ‘삼중협주곡(트리플 콘체르토)’. 정명훈 감독이 직접 피아노에 앉아 지휘와 연주를 겸했다.

바이올리니스트 사야카 쇼지와 첼리스트 지안 왕이 함께한 이날 협연은, 서로 다른 세 악기가 무대 위에서 조심스럽게 조율되다 마침내 한 흐름으로 녹아드는 과정을 섬세하게 보여줬다.

정 감독은 지휘봉 대신 눈빛과 손끝으로 단원들과 호흡했고, 피아노 건반 위로 펼쳐지는 연주는 오케스트라를 하나로 엮는 축이 됐다.

2부에서는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이 연주됐다. 창원시립합창단과 클래식부산 합창단이 함께한 이날 무대는, 4악장 ‘환희의 송가’에서 관객들의 감정선을 단번에 끌어올렸다.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들리는 베토벤. 그 익숙함 속에서 정명훈은 새로운 해석을 만들어냈다. 연주가 끝나자 객석은 순식간에 일어섰고, 공연장은 5분 넘게 박수 소리로 진동했다.

부산콘서트홀 개관 공연에서 공연자들이 관객들의 기립박수를 받고 있다. 사진=서영인기자

"클래식을 위한 공간, 제대로 만들어졌다"

부산콘서트홀은 클래식에 맞춰 설계된 공연장이다. 대공연장 2,011석, 소공연장 400석 규모이며, 국내 비수도권 최초로 파이프오르간을 설치했다.

무대 하부 자동화 시스템, 음향 반사판, 단차를 낮춘 좌석 배열 등은 오직 ‘소리’를 위한 선택이었다.

실제로 이날 공연에서 음의 농도는 치밀했고, 명료했다. 관객석 뒤편에서도 미세한 바이올린의 질감이 또렷이 들렸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공연장을 운영하는 (재)클래식부산 측은 "음향 테스트만 수개월 이상 걸릴 만큼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공을 들였다"며 "세계적 수준의 클래식 공연을 부산에서도 들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고 밝혔다

이번 개관 공연은 부산시와 클래식부산, 그리고 시민들이 함께 만든 첫걸음이었다.

공연장을 운영하는 (재)클래식부산은 앞으로 8일간 개관 페스티벌을 통해 관객 맞이에 나선다.

부산시 관계자는 "부산콘서트홀이 단지 좋은 공연장을 넘어, 도시의 문화 지형을 바꿔낼 기점이 되길 기대한다"며 "음악도시로서 부산이 가진 가능성은 이제 시작"이라고 말했다.
서영인 기자
igor_seo@kukinews.com
서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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