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무더기 체포…트럼프 “현대차·LG엔솔 공장 단속, ICE 할 일”

한국인 무더기 체포…트럼프 “현대차·LG엔솔 공장 단속, ICE 할 일”

기사승인 2025-09-06 10:01:17 업데이트 2025-09-06 11:59:1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조지아주 현대자동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벌어진 대규모 이민 단속에 대해 “내 생각에는 그들은 불법 체류자(illegal aliens)였고 이민세관단속국(ICE)은 자기 할 일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열린 언론과의 질의응답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난 그 사건에 대해 (이민 당국의) 기자회견 직전에야 들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현대차그룹이 앞서 미국에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힌 것과 관련해선 “그들은 우리나라에서 자동차나 물건들을 팔 권리가 있다”며 “아시다시피 이것은 일방적인 거래(one-sided deal)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는 또 “우리는 다른 나라와 잘 지내기를 원하고, 훌륭하고 안정적인 노동력을 원한다”며 “거기에서 일하는 불법 체류자들이 많이 있었다. 그들(이민 당국)은 그들의 일을 하고 있다.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그들(불법 체류자)은 바이든 정부 때 넘어온 사람들이다. 불법으로 우리나라에 입국한 것”이라며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일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단속으로 조지아주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한국 국민이 대규모로 체포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지난달 25일(현지시간) 한미정상회담이 열린 지 불과 열흘 남짓 만에 이 같은 단속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한국 정부와 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앞서 전날 미 국토안보수사국(HSI)은 기자회견을 열어 조지아주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475명을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이 가운데 다수가 한국 국적이며, 약 300명 규모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은 이번 단속이 “단일 현장에서 이뤄진 최대 규모 단속”이라며 단순한 불시 점검이 아니라 장기간 내사를 거쳐 법원으로부터 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스티븐 슈랭크 조지아·앨라배마주 담당 HSI 특별수사관은 “수개월에 걸친 형사 수사를 통해 증거를 수집하고 인터뷰를 진행했으며 관련 문서를 모아 그 증거를 제출함으로써 법원으로부터 수색영장을 발부받은 것”이라며 “어제 수색영장을 집행해 추가 증거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현대차-LG엔솔 공장서 불체자 단속.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내세운 ‘불법 이민 단속’ 공약과 이번 조치는 맥을 같이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불법 체류자들이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는다고 주장해 왔으며, 재집권 이후 강력한 단속을 이어오고 있다.

다만 대규모 투자에 나선 해외 기업을 상대로 단속이 벌어진 것은 이례적이라는 시각이 있다. 현대차그룹은 앞서 향후 4년간 260억 달러(약 36조원)를 미국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3월 직접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계획을 보고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규모 단속이 이뤄진 것은 미국 정부가 해외 기업의 현지 투자를 압박해 자국민 고용을 늘리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슈랭크 특별수사관은 체포된 인원에 대해 “일부는 국경을 불법으로 넘었고, 일부는 비자 면제 프로그램으로 입국했으나 취업이 금지된 상태였으며, 다른 일부는 합법 비자를 갖고 있었지만 체류 기간을 초과했다”고 말했다.

체포된 한국인 근로자 상당수는 B1·B2 단기 방문 비자나 ESTA(전자여행허가제)를 이용해 입국한 뒤 법률상 금지된 근로를 한 경우로 추정된다.

그는 “이번 단속은 조지아 주민과 미국 국민의 일자리를 보호하고 법을 준수하는 기업에 공정한 경쟁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조치”라며 “우리 경제의 완결성을 지키고 노동자들이 착취당하지 않도록 보호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단속을 계기로 한국 기업들의 미국 내 고용 실태 전반에 대한 재점검 필요성도 제기된다. 당국은 체포된 인력이 현대차 본사뿐 아니라 1·2차 하청업체 소속까지 다양하다고 밝혔다.

그 과정에서 제3국 출신 불법 체류자들도 일부 포함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투자 유치 과정에서 충분한 취업 비자를 발급하지 않거나, 현지 숙련 인력이 부족해 기업들이 합법적인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은 여전히 문제로 지적된다.

이번 단속으로 구금된 인원 상당수는 조지아주 폭스턴 이민자 수용시설에 수감돼 있다. 이 가운데 한국인 300여 명이 장기간 구금 상태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해외 언론들도 이번 사건을 집중 보도했다. 영국 BBC는 “이번 단속은 미국 내 제조업 강화와 불법 이민 단속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두 가지 핵심 정책 목표 사이에 잠재적인 긴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핵심 동맹국과의 관계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 단속 일환으로 이뤄진 이번 작전이 한국에 외교적 경고음을 울렸다”고 평가했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
이예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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