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세상은 이렇구나’ 하늘다람쥐 첫 세상나들이

‘바깥세상은 이렇구나’ 하늘다람쥐 첫 세상나들이

 하늘 다람쥐 새끼들, 어둠 내리자 하나 둘 둥지 밖으로

기사승인 2025-06-23 08:28:47
‘신기한 바깥세상’
어둠이 내리자 자작나무 속에서 살고 있는 하늘다람쥐 새끼들이 둥지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신기한 듯 숲 속 여기저기를 살피고 있다.

- 박새 부부, 쉴 새 없이 먹어 물어다 날라
- 새끼 잃은 직박구리, 꾀꼬리 새끼에게 먹이 먹이는 모습도
강원도 춘천시 한 농가의 인공 새집에 둥지를 튼 박새. 박새어미가 먹이를 물고 둥지에 들어가기 전 주변을 살피고 있다.


깊어가는 여름, 야생의 시간은 사람의 일상보다 분주하다.
매년 4월에서 7월 사이, 우리의 산하에는 여름새들이 천적을 피해 은밀하고 안전한 곳을 찾아 알을 낳고 품어서 정성껏 새끼들을 키워낸다. 조류는 물론 포유류 역시 어려운 여건에서 새끼를 낳아서 양육하고 무사히 둥지를 벗어나 독립할 때까지 야생의 부모들은 모든 희생을 감수한다. 때로는 알에서 갓 깨어났거나 거의 다 키운 새끼들을 천적에게 잃는 안타까운 경우도 허다하다.
‘내 새끼는 아니지만…’
다 키운 새끼를 잃은 어미 직박구리가 옆 둥지에서 막 이소한 꾀꼬리 새끼에게 먹이를 물어다 먹이고 있다.
생태사진가 용환국 씨는 “새들이 힘들게 둥지를 짓고 새끼를 품고 낳아 최선을 다해 키우는 모습은 감동이다”며 “이들이 작은벌레를 부지런히 잡아 새끼들에게 먹이지만 한순간 다 키운 새끼들이 상위 포식자에게 잡혀먹는 모습을 보면 안타까울 때도 많다. 그래도 용기를 내서 또 알을 낳아 품고 새끼를 키워나가는 모습을 보면 배울 점이 많다”고 말했다.

쿠키뉴스는 지난 주 홍천의 한 산속에서 춘천의 한 농가에서 천연기념물 하늘다람쥐 새끼들과 박새 가족의 육아 모습을 촬영해 화보로 엮었다.

 “바깥 세상은 이렇게 생겼네” 하늘다람쥐 새끼들의 세상나들이

지난 17일 초저녁 홍천 팔봉산 자락의 한 자작나무 구멍에 하늘다람쥐 가족이 살고 있다는 소식에 생태사진가와 함께 현장을 찾았다. 도로 한편에 안전하게 차를 세우고 도로 건너편 계곡으로 얼마간 내려가니 생태사진가가 조용히 손으로 하늘다람쥐가 살고 있는 자작나무 수동(나무구멍)을 알려준다.
‘슬슬 밖으로 나가볼까’
한국 특산 아종(亞種)인 하늘다람쥐(P.v.aluco)는 희귀종으로 1982년 11월 16일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2012년 5월 31일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부지런히 삼각대에 초망원렌즈를 장착한 카메라를 단지 얼마 안되어 하늘다람쥐 새끼 한 마리가 구멍 밖으로 얼굴을 내민다. 커다란 눈망울에 긴 수염이 앙증맞다. 이어서 두 번째, 세 번째 새끼들이 연달아 구멍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바깥세상이 신기한 듯 두리번거린다. 야간 촬영이어서 측면에 세워놓은 인공조명에 긴 수염이 반짝반짝 빛이난다.

하늘다람쥐는 주로 상수리나무와 잣나무의 혼효림 또는 순수한 침엽수림, 특히 잣나무숲에서 단독 혹은 두 마리씩 서식하고 있으며, 항상 나무의 빈 구멍 속에 보금자리를 만들고 낮에는 등을 구부리고 납작한 꼬리로 온몸을 덮고 낮잠을 자다가, 해질 무렵부터 활동하기 시작하는 야행성이다.

촬영에 동행한 생태사진가 엄춘식 씨는 “기자님, 운이 좋으시네요. 천연기념물을 한 마리도 아니고 세 마리를 카메라를 세우자마자 촬영에 성공하셨네요”라며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임 작가는 “숲은 점점 울창해지고 있지만 야생조류나 동물들이 살아가야 할 오래된 나무나 썩은 나무들을 산림정비 목적으로 생각없이 베어내 개체수는 오히려 줄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어린 하늘다람쥐가 비행을 위해 나무 위로 오르고 있다. 활공은 나무의 높은 곳으로부터 비막을 충분히 펴고 비스듬하게 아래쪽으로 내려가는데, 방향이나 고도를 바꾸면서 정확하게 목적지에 도달한다. 그 동작은 청설모보다는 훨씬 빠르고 교묘하게 나무를 잘 타며, 민첩하게 이 나뭇가지에서 저 나뭇가지로 이동한다.

새끼들의 귀여운 모습은 쉽게 카메라에 잘 담았지만 이들이 이름그대로 하늘다람쥐가 날개를 펴고 활공하는 모습은 안타깝게도 담지 못했다. 둥지를 벗어나 나무 위로 오른 새끼들은 하나같아 카메라를 피해 나무 뒤쪽에서 반대편 숲으로 날아갔기 때문이다. 자연은 역시 한번에 모든 것은 내어주진 않았다.
‘갓 태어난 하늘 다람쥐’
자작나무 속에서 태어난 하늘다람쥐 새끼 모습. 보금자리는 나무의 구멍에 나무껍질이나 풀잎 등을 모아서 만드는 경우와 나뭇가지 위에 마른 가지와 잎을 모아서 만드는 경우가 있는데 모두 구형(球型)으로 만든다. (생태사진가 엄춘식 제공)

하늘다람쥐 종류는 우리나라에 하늘다람쥐(Pteromys volans) 1종인데, 암컷의 무게가 150g 정도이고 수컷은 암컷보다 조금 작다. 몸통 길이는 13~20cm 정도이다. 눈은 몸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우 큰 편이며, 선명한 검은색을 띤다. 눈동자가 동그랗고 커서 매우 귀여운 모습이다. 몸의 털은 전체적으로 회색이나 배 쪽은 좀 더 밝은 색을 띤다.
하늘다람쥐는 사계절 중 봄에 태어나는 3~6마리 가량의 새끼들은 약 10주 동안 어미의 보호를 받고 독립하여 나무 위에서 평균 15년의 수명을 보낸다. 쥐가 2~7년, 다람쥐나 청설모가 5~10년을 사는 것을 생각하면 설치류치고는 꽤 장수하는 편이다.

 하늘다람쥐는 나무와 나무 사이를 이동할 때 우선 나무 윗부분으로 기어 올라간다. 그리고 점프와 동시에 비막을 쫙 펼쳐서 단번에 다른 나무로 활강하여 날아간다. 공기 흐름에 따라 20m에서 최대 100m를 넘는 거리를 날아가기도 한다. 주로 밤에 활동하는 하늘다람쥐는 늦은 저녁 때 가장 활발하다. 

‘먹이 물고 둥지 주변 살피는 박새 어미’
육추 기간에 부모 새들은 그들의 일과 중 하나인 깃털 다듬을 시간조차 없다. 자식들 잘 먹이느라 자신들은 하루가 다르게 여위어간다. 자식들이 배불리 먹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흐뭇해하는 눈치는 사람과 매한가지다. 오로지 천적을 피해 빨리 키워내 독립시키는게 부모 새들의 목표다.

“얘들아, 부지런히 먹고 쑥쑥 자라렴” 박새 육아일기

얼마 전 춘천시 외곽의 한 농가에 커다란 냄비에 구멍을 뚫어 만든 인공새집에 박새새끼들이 알에서 깨어나 부모새들이 부지런히 먹이를 물어다 준다는 소식을 접하고 그곳을 찾았다.
박새 어미가 먹이를 물고 둥지로 향하고 있다.

지난 18일 야생조류 촬영가인 주인의 안내로 박새를 찾았다. 농가주택 인근의 조그마한 계곡 옆 벌통 위에 만들어준 인공새집에는 부모새들이 번갈아 가며 벌레들을 수시로 물어다 나르고 있었다. 새들에게서 멀리 떨어진 곳에 차를 세워놓고 차 뒤편에서 초망원렌즈를 이용해 촬영을 했다.
박새 어미가 새끼들의 분변을 입에 물고 둥지 밖으로 나서고 있다. 먹은 만큼 배설하는 새끼들의 분변도 좁은 둥지에서 냄새가 나면 천적으로부터 노출되기 쉬어 부모 새들은 자식의 분변을 아예 먹어치우거나 똥을 싸는 대로 멀리 내다 버린다.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 부모새들은 둥지에 들어가기 전 주변을 충분히 살피며 천적을 확인한 후 재빠르게 둥지 안으로 들어갔다. 새끼들에게 먹이를 주고 새끼들의 배변을 받아 둥지를 벗어 날 때도 주변을 살핀 후 재빠르게 사라진다.

이 날 잠시 인공새집을 열어 새끼들의 건강상태도 확인한 후 서울로 돌아왔다. 하지만 지난 21일 농장 주인은 대부분의 새끼들이 사라지고 3마리만 살아남았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전했다. 충분히 천적의 공격을 대비해 인공새집을 만들어줬지만 뱀과 청솔모 까마귀, 어치 등 상위 포식자들 역시 먹잇감을 발견하면 최선을 다해 먹이활동을 하는 것도 자연의 이치이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엄마 배고파요’
태어난지 얼마안된 박새 새끼들이 먹이를 달라고 보채고 있다.
새들은 종류에 따라서 곤충이나 애벌레, 지렁이 등을 직접 물어다 먹이기도 하고 부모 새가 먹이를 먹어 몸속에서 적당히 녹인 후 새끼들에게 토해내 먹이기도 한다. 

박새(학명: Parus cinereus, cinereous tit)는 참새목 박새과의 한 종으로,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텃새이다. 배와 뺨은 흰색이며, 날개는 대체로 회색빛을 띤다.

박새는 나무 구멍, 돌담의 틈, 건물의 틈을 주로 둥지로 이용하며, 인공으로 만든 새집을 이용하기도 한다. 주로 딱따구리류가 썼던 둥지를 많이 이용하는데 나무 구멍이 너무 클 경우 천적이 들어올 수 있으므로 이용하지 않는다. 

인공둥지에서 알을 품고 있는 박새 어미


'저 혼자 살아 남았어요'
상위 포식자의 침입으로 형제들을 모두 잃고 혼자 살아남은 박새새끼


 강원도 홍천·춘천=곽경근 기자
곽경근 기자
kkkwak7@kukinews.com
곽경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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