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병 ‘루푸스’ 발병 위험인자 발굴…“C4 유전자 결핍 연관”

희귀병 ‘루푸스’ 발병 위험인자 발굴…“C4 유전자 결핍 연관”

기사승인 2025-07-08 12:20:48
한양대학교류마티스병원 배상철 류마티스내과 교수팀, 경희대학교 김광우 생물학과 교수팀, 국립보건연구원 유전체과가 공동 연구를 통해 전신홍반루푸스 발병에 관여하는 핵심 유전변이를 규명했다. 한양대의료원 제공.

국내 연구진이 한국인의 면역유전자에 특화한 분석 도구를 개발하고, 이를 활용해 전신홍반루푸스(SLE) 발병에 관여하는 핵심 유전변이를 규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양대학교류마티스병원은 배상철 류마티스내과 교수팀이 경희대학교 김광우 생물학과 교수팀, 국립보건연구원 유전체과와 공동 연구를 통해 전신홍반루푸스 발병에 관여하는 핵심 유전변이를 규명했다고 8일 밝혔다. 이 연구는 최근 류마티스질환 분야의 국제 최상위 학술지 ‘류마티스 질환 연보’에 게재됐다.

전신홍반루푸스는 대표적인 자가면역질환이다. 면역 체계가 세균, 바이러스 등 외부 침입자를 방어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정상 세포나 조직을 외부의 위협으로 오인해 공격하는 질환이다. 유전적, 환경적, 성호르몬 등 복합적인 요인이 면역체계를 교란해 발생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아직 기전은 유전적 요인을 포함해 명확히 밝혀져 있지 않다.

기존 연구들은 면역유전자가 밀집된 MHC(주조직적합복합체) 영역에 초점을 맞춰 진행됐다. MHC 영역은 6번 염색체에 위치하며, 면역 반응을 조절하는 핵심 유전자들이 집중돼 있다. 그러나 MHC 영역은 유전 구조가 복잡하고 사람마다 유전적 변이가 다양하게 나타나는 탓에 기존 기술로는 고해상도의 대규모 정밀 분석을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에 연구팀은 MHC 영역 내 유전변이를 고해상도로 분석할 수 있는 면역유전자 분석 도구를 새롭게 개발했다. 특히 자가면역질환과 연관성이 높은 HLA 유전자와 C4 유전자의 유전 변이 정보를 동시에 정밀 예측할 수 있다. 연구팀은 두 유전 변이 정보를 한번에 정밀 예측하는 분석 도구는 세계 최초로 구현되는 것으로, 루푸스의 유전적 발병 요인을 세밀하게 규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 유전자 분석 도구를 활용해 루푸스 환자와 건강한 대조군을 포함한 약 7만명 규모의 한국인 유전체 데이터를 정밀 분석했다. 그 결과, HLA 유전자 내 특정 아미노산 변화와 C4 유전자의 개수 차이가 각각 독립적으로 루푸스 발병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구체적으로 HLA 유전자 내 특정 아미노산의 변형은 항원과의 결합 방식을 변화시켜 자가항원을 외부 침입자로 잘못 인식하게 만드는 구조적 변화를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C4 유전자의 수가 적거나 비정상적으로 긴 비번역 서열이 삽입된 경우, 보체 단백질의 생성이 감소해 면역시스템의 균형이 무너질 가능성이 커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루푸스 환자에서 나타나는 면역시스템의 이상 반응이 유전적 요인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음을 보여준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배상철 교수는 “이번 연구로 루푸스 발병 위험과 연관된 유전변이를 규명하고 루푸스의 유전적 기초를 보다 정확하게 이해하게 됐다”며 “C4 유전자 결핍이나 특정 HLA 유전형 등 개인의 유전적 특성을 확인함으로써 환자별 질병 위험도를 정확히 평가하고, 조기 진단 및 환자 맞춤형 치료 전략 수립에 기여할 수 있는 있게 됐다”고 했다.

연구팀이 구축한 면역유전자 분석 도구는 국립보건연구원의 CODA 시스템을 통해 공개되며, 국내외 연구자들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자가면역질환뿐만 아니라 감염병, 만성 염증성 질환 등 다양한 질환 연구에 폭넓게 활용될 수 있어, 향후 면역 유전학 분야의 국제 경쟁력 강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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