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과학] "배고프면 포도당만 골라 흡수하는 비밀"… KAIST, 비만·당뇨 치료 근본단서 찾았다

[쿠키과학] "배고프면 포도당만 골라 흡수하는 비밀"… KAIST, 비만·당뇨 치료 근본단서 찾았다

배고픔 상태 포도당 선택적 감지, 필요 영양소 섭취유도 장-뇌 신경회로 규명
비만·당뇨병 대사질환 새로운 치료표적 제시 기대

기사승인 2025-07-09 10:05:49
장내 포도당을 선택 규명 연구 모식도. KAIST

KAIST가 우리 뇌가 장으로 흡수한 다양한 영양소 중 포도당을 선택적으로 구별하는 기전을 최초로 확인했다. 

KAIST 생명과학과 서성배 교수팀이 바이오및뇌공학과 박영균 교수팀, 생명과학과 이승희 교수팀, 뉴욕 알버트아인슈타인의과대와 공동연구로 포도당이 결핍된 동물이 배고픔 상태에서 장내 포도당을 선택적으로 인식하고 선호하도록 유도하는 장-뇌 회로의 존재를 규명했다고 9일 밝혔다. 

생물은 당, 단백질, 지방 등 다양한 영양소에서 에너지를 얻는다.

기존 연구는 장내 총열량 정보가 시상하부의 ‘배고픔 뉴런’을 억제함으로써 식욕을 조절한다는 사실을 밝혔지만, 특정 포도당에 특이적으로 반응하는 장-뇌 회로와 이에 반응하는 특정 뇌세포의 존재는 알려지지 않았다.

공동연구팀은 뇌 기능에 필수적인 포도당을 감지하고 필요한 영양소에 대한 섭취 행동을 조절하는 ‘장-뇌 회로’를 규명했다.

이 회로가 뇌의 스트레스 반응 세포 ‘CRF 뉴런’이 배고픔이나 외부 자극뿐 아니라 소장에 직접 유입된 특정 열량 영양소에 대해 초 단위로 반응하고, 특히 포도당에 선택적으로 반응한다는 사실을 최초로 입증했다.

CRF 뉴런은 다양한 스트레스 자극에 반응해 코르티솔 분비를 유도하고 생리 및 대사 균형을 유지하는 신경 내분비 조절의 중추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실시간 뇌 속을 정밀 추적할 수 있는 광유전학 기반 신경 활성 조절과 회로 추적기법을 활용해 쥐 모델 소장에 D-글루코스, L-글루코스, 아미노산, 지방 등 다양한 영양소를 직접 주입하고 관찰했다. 

그 결과 뇌 시상하부 시상핵(PVN) 부위에 있는 CRF 뉴런 중 D-글루코스 포도당에만 선택적으로 반응하고, 다른 당류나 단백질·지방류에는 반응하지 않거나 반대 반응을 보이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뇌가 장내 영양소가 유입 시 반응에 대해 단일 뇌세포 수준에서 어떤 방향성을 유도한다는 것을 최초 확인함을 의미한다.

또 연구팀은 소장의 포도당 감지신호가 척수신경을 거쳐 뇌 특정 부위 등쪽 외측 팔곁핵(PBNdl)을 통해 PVN의 CRF 뉴런으로 전달되는 특징적인 회로를 밝혀냈다. 

반면 아미노산이나 지방 등 기타 영양소는 미주신경이란 다른 통로로 뇌에 전달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아울러 광유전학적 억제 실험에서도 공복 상태 생쥐에서 CRF 뉴런을 억제하면 동물은 더 이상 포도당을 선호하지 않아 이 회로가 영양소 선택에 있어 포도당 특이적 선호를 유도하는 데 필수적임을 발견했다.

이번 연구는 서 교수가 뉴욕대(NYU) 재직 당시 초파리를 모델로 장내 포도당 글루코스 및 당을 선택적으로 감지하는 ‘DH44 뉴런’을 발견한 것에 착안, 포유류에서도 시상하부 뉴런이 포도당 특이적 반응에 기능적 유사성을 보일 것이라는 가설에서 시작되었다.

이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 서 교수 연구팀 김진은 박사(KAIST 박사 졸, 현캘리포니아공대 연수연구원)가 학위과정 중 생쥐 실험을 통해 배고픈 쥐는 장에 주입된 다양한 영양소 중 열량을 지닌 포도당을 선호하며, CRF 뉴런이 빠르고 특이적인 반응을 보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같은 팀 정원교 연구원(KAIST 학사 졸, 현 캘리포니아공대 박사과정)과 함께 실험과 모델링을 통해 CRF 뉴런의 중요성을 규명했고, 김신혜 박사는 협업을 통해 장-뇌 회로 중 특정 척추 신경세포가 장의 정보를 뇌로 전달 한다는 놀라운 발견을 입증했다.

김진은 박사와 김신혜 박사는 “이 연구는 뇌가 어떻게 장내에서 흡수된 다양한 영양소 중 포도당을 구별해내는가에 대한 본질적 질문에서 시작됐다”며 “장-뇌 연결 회로의 핵심 축인 척수신경의 역할을 규명하고 장내 특정 영양소를 감지한 후 이를 뇌에 전달하는 척수 기반 신경 회로가 우리 몸의 에너지 대사 조절과 항상성 유지에 핵심적일 것이라는 것을 밝혔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포도당에 특화된 장-뇌 신호 경로를 규명함으로써 비만이나당뇨 등 대사질환의 새로운 치료 표적을 제시할 수 있다”며 “향후 아미노산, 지방 등 다른 필수 영양소를 감지하는 유사 회로의 존재와 그 상호작용 메커니즘을 밝히는 연구로 확장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KAIST 김진은 박사, 김신혜 박사, 정원교 학생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고, 연구결과는 지난달 20일 국제학술지 ‘뉴런(Neuron)’ 온라인에 게재됐다.
(논문명: Encoding the glucose identity by discrete hypothalamic neurons via the gut-brain axis /※DOI: https://doi.org/10.1016/j.neuron.2025.05.024) 

(아래 왼쪽부터)서성배 교수, 김진은 박사 (상단 왼쪽부터) 김신혜 박사, 정원교 연구원. KAIST
이재형 기자
jh@kukinews.com
이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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