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럽 도시들의 공공주택과 도시디자인 현장을 직접 둘러보고, 서울시 하반기 정책 방향을 재정비했다. 6박 8일간 오스트리아 빈과 이탈리아 밀라노를 돌며 ‘서울비전 2030’의 모델로 삼을 수 있는 사례들을 확인했다. 이를 바탕으로 보다 촘촘한 지원체계 구축에 나설 계획이다.
이번 출장은 지난달 30일(이하 현지 시간) 오 시장이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2025 세계도시정상회의 시장포럼’에 주요 연사로 초청받아 이뤄졌다. 포럼 참석 전후로 빈과 밀라노를 방문한 오 시장은 현장에서 공공주택, 공공디자인, 도시재생 사업 운영 전략 등을 직접 점검했다.
빈의 공공임대주택에서 찾은 ‘서울형 모델’
지난 1~2일 방문한 오스트리아 빈의 공공임대주택은 서울시 공공주택 정책을 고도화할 실마리를 제공했다. 오스트리아 철도시설과 부지를 재개발한 ‘존벤트피어텔’과 ‘노르트반호프’ 일대는 도시 내 유휴공간을 활용해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한 대표 사례다. 두 개발지구 모두 교통 접근성이 뛰어난 곳에 위치해 돌봄, 의료, 커뮤니티 기능을 두루 갖춘 고품질 임대주택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빈은 ‘주택채권’을 발행해 공급 재원을 마련하고, 시민과 수익을 공유하는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서울시도 2022년 고품질 임대주택 공급 방안을 발표한 이후 임대주택 품질 개선, 소셜믹스 확대, 노후 임대단지 재정비 등을 추진 중이다. 이번 현장 방문을 통해 빈의 재원조달 및 수익 공유 방식을 참고해 ‘지역상생리츠’ 등 서울형 재원 마련 방안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시는 현재 서울형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를 추진하면서 장기전세주택, ‘미리내집’ 등 다양한 주택정책을 병행하고 있다.

걷고 싶은 도시, 디자인에서 답을 찾다
오 시장은 1일 빈 중앙역과 ‘마리아힐퍼 거리’를 방문해 교통시설 및 공공디자인 브랜드 고도화 전략을 모색했다. 빈 중앙역은 일반철도·트램·버스가 모이는 복합환승센터이며, 마리아힐퍼 거리는 거리 전체가 공공디자인 브랜드로 구현된 공간이다. 이 거리에서는 차량 통제 구간 운영, 자전거·보행자 분리 동선, 벤치·그늘막·간판 등에서 공공디자인 적용 사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서울시는 교통통합 브랜드 ‘GO SEOUL(고 서울)’을 기반으로 정보디자인 일원화, 표지체계 개선, 교통시설 디자인 고도화를 추진 중이다. 현재 ‘디자인 스폿’ 거리환경 개선, ‘펀 디자인’ 시설물 도입 등을 통해 보행자 중심의 도시 공간을 확대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공공디자인 품질 향상을 통해 일상 속 도시 경험을 풍요롭게 할 계획이다.
3일에는 빈 박물관의 마티 분즐 관장을 만나 서울시립미술관 운영 전략과 서소문본관 리노베이션 현황을 공유했다. 오 시장은 박물관의 공간 구성과 전시 운영 방식을 듣고 서울시 문화시설 정책에 참고할 방침이다. 양 기관은 이번 면담을 계기로 문화예술기관 간 교류 확대 등 지속가능한 협력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1959년 개관한 빈 박물관은 약 4년간의 리노베이션을 거쳐 2023년 재개관했으며, 이후 연평균 관람객 수가 13만 명에서 65만 명으로 약 5배 증가했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도 국가등록문화유산인 건물의 보존을 전제로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을 앞두고 있다. 시는 이 공간을 시민 중심의 현대적 문화시설로 재편할 계획이다.
밀라노에서 본 도시재생의 해법…‘서울비전 2030’ 실현 가능성 확인
4일 오 시장은 이탈리아 밀라노의 ‘포르타 누오바’ 지구를 찾았다. 낙후된 철도 부지를 지하화한 뒤 지상 공간을 친환경 첨단 복합공간으로 재탄생시킨 이곳은 도시재생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개별 건축물의 창의성과 도시공간의 통일성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도시 정체성과 브랜드 가치를 동시에 높였다는 평가다.
서울시 역시 도심을 가로지르는 지상철도 67.6㎞ 구간을 지하화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지상 공간은 연트럴파크와 같은 대규모 녹지공원으로 조성하고, 역사 부지는 업무·상업·문화 기능이 어우러진 복합개발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도 포함된다.
이날 함께 찾은 ‘시티라이프’는 과거 전시회장 부지를 주거·상업·문화·비즈니스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복합시설이다. 도심 중심에 대규모 녹지와 고층건물을 조화롭게 배치해 세련된 도시 경관을 구현했다.
마지막으로 방문한 ‘포르텔로 공원’은 자동차 공장 부지를 생태 친화적 감성 공간으로 전환한 사례였다. 기존 공장 부지에서 나온 폐기물과 흙을 재활용해 인공 언덕을 조성하는 등 생태와 디자인을 결합해 시민 휴식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오 시장은 이번 밀라노 건축·디자인 현장 방문을 마치며 “도시 경관과 브랜드를 완성하는 것은 혁신적 아이디어와 철학을 지닌 건축가들이 도시 공간을 변화시킨 결과”라고 강조했다. 특히 출장 직전 발표한 ‘K-건축문화 종합지원계획’과의 연계 의지를 분명히 했다.
서울시가 추진 중인 ‘K-건축문화 종합지원계획’은 신진건축가에게 국내 대형 프로젝트 참여 기회를 확대하고, 세계적 위상의 도시공간디자인상(가칭)을 제정해 서울을 글로벌 건축문화 선도도시로 자리매김시키겠다는 목표를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