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험 임산부·신생아 숨 지킨다…“모자의료 네트워크 강화 필요”

고위험 임산부·신생아 숨 지킨다…“모자의료 네트워크 강화 필요”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24주 550g 아기 퇴원
경기북부 권역 모자의료 진료협력 대표 기관
온라인 대화방 통해 병상 현황 공유
“국가 단위 전원 플랫폼 구축 시급”

기사승인 2025-07-30 06:00:08
김희선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24일 쿠키뉴스와 만나 고위험 산모·신생아의 신속한 병원 전원을 위한 국가 단위 전원 플랫폼 구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제공

임신 24주 몸무게 550g. 출산 당시 위태로웠던 작은 존재는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게 기적이었다. 몇 달 후 3.9㎏이 된 아이는 부모의 품에 안겨 건강하게 퇴원했다. 1년 반가량 이어진 의료공백 상황에서 고위험 임산부와 신생아의 숨결을 지키기 위해 사투를 벌인 의료진 덕분이다. 위험한 순간의 산모와 아기들이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배후진료를 강화하고, 의료기관 간 협력의 고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진다.

지난 24일 쿠키뉴스와 만난 김희선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산부인과 교수(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장)는 “고위험 산모와 신생아 진료는 단순히 사명감만으로는 버티기 힘든 일”이라며 “불안한 상황에서도 산모와 가족이 병원을 믿고 아이를 맡겨 치료를 받은 뒤 건강하게 퇴원하는 모습을 보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일산병원은 최근 보건복지부가 주관하는 ‘모자의료 진료협력 시범사업’의 대표 기관으로 선정됐다. 이 시범사업은 고위험 산모·신생아 집중치료와 응급·고위험 분만 산모 24시간 대응을 위해 대표 기관과 권역 내 참여 기관 간 연계·협력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전국 12개 의료기관이 권역별 대표 기관으로 지정됐으며, 일산병원은 경기북부 권역을 대표해 모자의료 진료 협력 체계를 주도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일산병원은 권역 내 중증 치료 기관(동국대일산병원, 의정부성모병원, 은평성모병원, 일산차병원) 및 지역 분만 기관 13곳과 연계해 총 18개 기관이 참여하는 기능 분담형 협력 체계를 시행하고 있다. 특히 권역응급의료센터 인프라를 기반으로 365일 24시간 응급 대응 체계를 유지하고 응급상황 발생 시 신속한 협의와 전원 결정을 지원한다.

김 교수는 “임신 30주 미만의 고위험 산모와 미숙아(조산아)를 중점적으로 치료하며 산모와 아기가 무사히 퇴원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며 “최근엔 초미숙 상태로 태어난 550g 아기가 3.9㎏까지 성장해 건강하게 퇴원한 사례도 있었다”고 소개했다. 임신 24주 3일째 태어난 이 아이는 자가호흡이 어려운 심각한 폐 미성숙 상태였을 뿐 아니라 기관지폐형성부전, 괴사성 장염, 패혈증, 미숙아 망막병증 등 여러 합병증을 동반한 고위험 신생아였다. 소장폐쇄증으로 인해 식이(영양공급)와 배설마저 불가능해 성장 과정에서 생사의 고비를 수차례 넘겼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의료진이 최근 몸무게 550g로 태어난 신생아의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제공

일산병원은 신생아과를 중심으로 소아 심장혈관흉부외과·안과·재활의학과 등 관련 진료과와 협진 체계를 구축하고 아이를 치료했다. 김 교수는 “이른 시기에 태어난 아기들은 다양한 합병증을 겪기 때문에 소아외과, 소아안과 등과 협진하는 게 필수적”이라며 “일산병원은 다양한 위기 상황에 대비해 응급 인력과 협진 체제를 갖췄다”고 설명했다.

고위험 산모·신생아 치료를 위해선 타 의료기관과 이루는 협력 인프라도 중요하다. 일산병원은 경기북부 권역 내 중증 치료 기관 의료진이 참여하고 있는 온라인 단체 대화방을 운영하며 오전 8시, 오후 4시, 자정을 기해 하루 3회에 걸쳐 병상 현황과 당직 인력을 공유하고 있다. 김 교수는 “90여명의 관계자가 대화방에 참여하고 있으며, 정확한 정보 제공을 위해 수시로 병원 간 전화 확인도 진행한다”면서 “지역 분만 병원이 다수 병원에 불필요하게 연락하는 비효율을 줄이고, 빠른 전원이 가능하게 하기 위한 장치다”라고 강조했다.

복지부가 내년 1월 적용을 목표로 개발하고 있는 고위험 산모·신생아 전원 플랫폼에 대해선 “상용화된다면 현재의 온라인 대화 방식보다 더 체계적이고 신속한 전원과 정보 공유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이어 “권역 외 병원에서 환자가 오는 경우도 많은데, 지역 병원과의 정보 공유가 미비해 급한 상황에서 원활한 전원이 어렵다”라며 “국가 단위 전원 플랫폼 구축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권역 고위험 산모·신생아 진료 체계의 완전 정착을 위해 넘어야 할 산이 많은 만큼 정부의 제도적 지원은 절실하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전문 의료인력 확보다. 김 교수는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의사만으로는 고위험 산모·신생아 치료가 어렵다. 응급의학과, 마취과, 영상의학과 등 다양한 배후 진료과의 뒷받침이 필요하다”면서 “간호인력의 적극적 협력과 빠른 대처 능력 역시 중요하다”고 피력했다.

필수의료 의료진이 고위험 진료를 안심하고 수행할 수 있도록 의료사고 안전망도 구축해야 한다. 김 교수는 “무과실·불가항력 의료사고에 대한 국가 보상 체계가 확실히 정립될 필요가 있다”라며 “지원과 보상을 통해 필수의료를 유지해 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국가와 지자체, 의료진이 함께 협력하며 고위험 산모·신생아 진료 체계를 갖춰가고 있다”며 “안전한 분만 환경을 만들기 위해 모두가 노력하고 있으니 국민 여러분께서 믿고 기다려 주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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