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라인 쇼핑에 밀리고 있는 백화점, 쇼핑몰 등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경쟁력을 되찾기 위해 공간의 경험 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팝업스토어와 체험존, F&B(식음료) 강화 등 ‘머무는 공간’ 전략을 강화해 소비자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
6일 산업통상자원부의 ‘2025년 상반기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주요 유통업체의 전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온라인 채널 매출이 15.8% 늘며 성장을 견인한 반면, 오프라인 채널은 0.1% 감소해 부진을 보였다. 오프라인 매출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이후 처음이다.
업종별로는 대형마트와 편의점의 매출이 각각 1.1%, 0.5% 줄었으며, 백화점만 유일하게 0.5% 소폭 증가했다. 장기화된 고물가와 소비심리 위축이 오프라인 소비 위축의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이에 유통업계는 온라인 쇼핑의 확산세에 대응해, 오프라인 매장 방문을 유도할 수 있는 차별화 전략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체감온도 40도를 웃도는 극심한 폭염이 이어지면서, 백화점과 쇼핑몰은 시원하고 쾌적한 실내 환경을 내세워 ‘몰캉스(쇼핑몰+바캉스)’ 수요 공략에 나서고 있다. 넓은 실내 공간, 강력한 냉방 시설, 주차장과 휴게 공간 등 기반 인프라를 앞세워 쇼핑과 별개로 여름철 나들이 장소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 유통업체들은 매장 내 공간을 팝업스토어나 체험존 등으로 빠르게 전환할 수 있는 유연한 구조를 적극 활용 중이다. 단순 쇼핑과 식사에 그치지 않고, 가족 단위 고객을 겨냥한 여가·체험·취미 중심 콘텐츠를 구성해 방문 목적 자체를 바꾸려는 시도가 활발하다. 팝업스토어 자체가 목적지가 되는 ‘목적성 방문’을 유도하는 전략을 늘리는 분위기다.
실제 롯데백화점은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3일까지 잠실 롯데월드몰에서 ‘FC 서울 VS FC 바르셀로나’ 팝업스토어를 운영해 하루 평균 2000명 이상, 일주일간 누적 방문객 2만명을 기록하는 등 축구팬들의 발걸음을 끌어모았다. 이 같은 효과로 지난달 마지막 주(25~31일) 롯데백화점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5% 늘었다.
신세계백화점도 팝업 콘텐츠 유치를 확대하고 있다. 6월 강남점에서 열린 '오징어게임 시즌3 피날레 팝업스토어'와 '빵빵이의 일상 팝업스토어'는 각각 3만명과 4만명의 방문객을 기록했으며, 7월 센텀시티점의 웹툰 ‘외모지상주의’ 팝업스토어에도 3만명이 몰렸다.
백화점 업계 한 관계자는 “역대급 폭염과 여름휴가 시즌이 겹치며 실내 유통시설로 발걸음을 옮기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며 “시원한 여름을 보낼 수 있도록 다양한 혜택과 행사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여름방학 시즌을 맞아 자녀들과 즐길 수 있는 체험형 공간도 인기다. 신세계 스타필드는 이와 같은 수요를 집중 공략하고 있다. 지난달 고양점에서 열린 '무림페이퍼 유니버스'는 다양한 종이 체험 행사에 주말 이틀(19~20일) 동안 7500여 명이 다녀갔다. 하남점에서 운영 중인 슬라임 테마파크 ‘슬라라’ 팝업도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 인기를 끌며 7월 마지막 주말(26~27일) 기준 하루 평균 11만명이 찾았다. 이는 전월 대비 방문객이 약 10% 늘어난 수치다.
이와 함께 오프라인 유통업체는 공간 전략의 일환으로 F&B 콘텐츠도 적극 강화하고 있다. 인기 맛집과 지역 명소, SNS에서 화제를 모은 브랜드를 유치해 고객 유입을 늘리고 체류 시간을 확장시키는 전략이다. 고마진 F&B 매장은 수익성 확보에도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지난달 식당가·델리·카페·베이커리 등 F&B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했고, 이 기간 백화점 방문객도 10%, 아울렛은 16.2% 늘었다. 현대백화점은 “고물가와 고환율 부담에 여름휴가를 미루는 ‘늦캉스족’과 실내에서 식사를 즐기며 여유롭게 쇼핑하려는 고객이 늘면서 여름철 집객 효과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타임빌라스 수원점 등 주요 쇼핑몰도 ‘F&B 할인권’ 등 몰캉스 프로모션을 운영 중이며 이로 인해 F&B 매출이 약 10%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집객 효과 덕분에 백화점은 올해 2분기 실적이 비교적 선방할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가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의 2분기 매출은 1조713억원으로 전년 대비 4.6%, 영업이익은 804억원으로 87.7%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세계백화점은 매출 1조6724억원으로 4.24% 증가가 점쳐지며, 롯데쇼핑은 매출은 1.09% 늘어난 3조4653억원, 영업이익은 9.63% 늘어난 615억원이 예상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오프라인 유통이 살아남으려면 온라인에서 제공할 수 없는 가치를 만들어야 한다”며 “매출을 우선적으로 쫓기보다는 쾌적성, 공간의 심미성, 재미 등 ‘머물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와 같이 효율성에 초점을 맞춰 진열과 판매에만 집중하던 공간 구성에서 벗어나, 공간 자체의 매력으로 소비자를 이끌게 되면 소비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