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폐지 후 3주가 지났지만, 휴대전화 판매 현장 가격은 크게 변동하지 않는 분위기다. 해킹 사태 여파로 직격탄을 맞았던 SK텔레콤(SKT)이 과도한 가입자 확보 대신 고객 신뢰 회복에 초점을 맞춘 영향으로 풀이된다.
13일 휴대전화 판매업계에 따르면 단통법 폐지 이후 우려됐던 보조금 경쟁은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이용자 요금 감면 등을 이유로 지난달 22일 단통법 폐지를 결정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일명 ‘공짜폰’을 넘어선 페이백까지 받을 수 있는 상황이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조용하다.
김수 강변 테크노마트 상우회장은 “단통법 폐지 이후 휴대전화 판매 시장이 바뀐 것은 크게 체감하지 못한다”며 “SK텔레콤 쪽이 움직이지 않는 이상 가격이 큰 폭으로 요동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SK텔레콤이 무작정 현금을 풀기 어려운 재무 상황에 놓여 있다고 분석한다. SK텔레콤은 올해 2분기 고객 유심 교체와 대리점 손실 보상 등 일회성 비용 반영으로 영업이익이 338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1%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은 832억원으로 76.2% 줄었다.

SK텔레콤은 올해 실적 감소를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으며 고객 신뢰 회복에 힘을 쏟기로 결정했다. 김양섭 SK텔레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6일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재무적으로 임팩트가 가장 큰 통신요금 50% 할인이 3분기에 배정돼 2분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SK텔레콤에 따르면 4월19일부터 7월14일까지 위약금 면제 기간, 가입자 72만명이 순감했다. 이런 상황에 SK텔레콤은 5000억원 규모의 고객 보상안과 향후 5년간 7000억원 규모의 정보보호 강화 투자 계획 등을 발표했다. SK텔레콤의 1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현금성 자산은 2조2972억원으로 전분기(2조237억원)대비 2735억원(13.51%) 늘렸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SK텔레콤의 브랜드 가치가 단기간에 회복되기에는 힘들 것으로 보이는 만큼, 지속적으로 투자를 해갈 것 같다”며 “현재 보조금 균형이 잡혀있는 시장에서 SK텔레콤이 무작정 현금을 풀려고 해도 부담일 것”이라고 말했다.
KT와 LG유플러스도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애플은 오는 9월 아이폰17 시리즈 공개를 앞두고 있지만, 이동통신 3사가 신중론을 유지하고 있어 소비자들이 단통법 폐지 효과를 체감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앞서 장민 KT 최고재무책임자(CFO)는 11일 컨콜에서 “최근 플래그십 모델이 출시됐지만 시장에서 우려할 만한 보조금 과열 경쟁은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며 “이런 상황이 장기화되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여명희 LG유플러스 최고재무책임자·최고리스크책임자(CFO‧CRO)는 “앞으로 아이폰 신모델 출시나 경쟁사의 가입자 회복 시도로 단기 마케팅 경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과잉 경쟁은 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