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바닥 담배꽁초 수북…흡연부스는 없었다

길바닥 담배꽁초 수북…흡연부스는 없었다

금연구역 확대 1년째…흡연구역 관리 미흡·시설 부족
서울 시민 34.1% 흡연 중…담배꽁초 수거함 1615개뿐

기사승인 2025-08-20 11:00:08 업데이트 2025-08-20 11:32:17
19일 오후 서울 강서구 마곡나루역 인근 한 오피스텔 야외 정원에 담배꽁초와 쓰레기가 업소용 고추장 통으로 만든 쓰레기통 주변에 버려져 있다. 노유지 기자

“말만 금연구역이지,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아요.”

19일 오후 서울 강서구 마곡나루역 인근 한 오피스텔. 상가 정원 한켠에 모여든 시민들이 담배를 꺼내 물자, 발밑에는 꽁초가 가득 흩어져 있었다. 금연 표지판이 있었지만 흡연자들은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이곳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처음엔 조심했는데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며 “차라리 흡연부스가 있으면 낫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금연구역 확대 시행 1년을 맞았지만 흡연구역 관리와 시설 확충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와 자치구는 공공 흡연부스·담배꽁초 수거함 설치를 늘리고 있지만, 수요를 따라가기엔 역부족이다. 오피스텔·상가 등 사유지는 법으로 의무 지정하기 어렵고, 흡연부스 설치 비용도 만만치 않아서다.

마곡나루역 인근 오피스텔 역시 사유지라 법적 금연구역은 아니었다. 담배를 피우던 이모(30대)씨는 “여기 말고는 흡연할 곳이 없다”며 “제재를 받은 적도 없어 그동안 흡연구역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오피스텔 측은 “주기적으로 방송해 금연을 알리고 있지만 모든 흡연자를 관리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상가 청소를 맡은 최모(70대)씨는 꽁초로 가득한 임시 쓰레기통을 치우며 “무늬만 금연구역”이라고 혀를 찼다. 그는 “흡연이 많다 보니 임시 통을 둘 수밖에 없었다”며 “매일 청소해도 꽁초가 줄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문제는 흡연율과 시설 규모가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질병관리청과 서울금연지원센터에 따르면 2023년 서울시민 흡연율은 34.1%로 전국(19.6%)보다 2배 가까이 높다. 약 320만명이 담배를 피우는 셈이다. 반면 같은 시기 서울시 실외 금연구역은 3만9650곳까지 늘었지만, 담배꽁초 수거함은 1615개, 공공 흡연시설은 129곳에 불과하다.

19일 오후 서울 강서구 마곡나루역 인근 한 오피스텔 야외 정원에서 시민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노유지 기자

서울시는 올해 흡연부스 설치 예산으로 2억원을 배정했지만 “시범 사업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시 관계자는 “밀폐형 흡연부스는 설치·관리비가 8000만원을 넘기도 한다”며 “우선 3~4개 구에 한해 설치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강서구도 사유지 관리 한계를 인정하며 상인회와 협의해 마곡지구 상가에 수거함 5개를 배치했다. 다만 구 관계자는 “수거함 관리 책임이 상인 등에 있어 확산에 신중하다”며 “하반기 호응도 조사를 거쳐 확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흡연부스 설치와 함께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상돈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흡연이 몰리는 곳에 우선적으로 수거함을 배치해야 한다”며 “무단투기 과태료도 상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흡연자인권연대 관계자는 “담배를 살 때 부과되는 세금을 활용해 흡연시설을 늘려야 한다”며 “비흡연자 피해를 줄이려면 밀폐형 부스가 장기적으로 필요하다”고 했다.


노유지 기자
youjiroh@kukinews.com
노유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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