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은 올영, 점심은 닭갈비…당일치기 ‘서울 풀코스’ 즐기는 日관광객

쇼핑은 올영, 점심은 닭갈비…당일치기 ‘서울 풀코스’ 즐기는 日관광객

필요한 것만 딱…피부과 시술 받고 쇼핑하고 돌아간다
단순 ‘쇼핑·먹방’ 넘어선 ‘경험 소비’ 주목하는 관광객

기사승인 2025-08-21 06:00:09 업데이트 2025-08-21 07:23:30
20일 서울 명동 거리에 외국인 관광객이 오다니고 있다. 심하연 기자

최근 일본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당일치기 서울’ 여행이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숙박 없이 하루 만에 한국의 매력을 즐기고 돌아가는 이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소셜 미디어에서는 총알처럼 빠르게 다녀오는 여행이라는 뜻을 담은 ‘#韓国弾丸旅行(아주 짧은 일정의 한국 여행)’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이 쏟아지고 있다.

21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24년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1636만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일본인 비중은 약 23%로 중국(47%) 다음으로 많았다. 

지난달 주말을 이용해 서울을 방문했다는 타카하시 미오(28·여)씨는 “아침 7시 도쿄에서 비행기를 타고 인천에 도착하니 9시쯤 됐다”며 “공항철도를 타고 명동으로 와서 예약해둔 피부 관리 시술을 오전에 받고, 점심은 닭갈비를 먹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오후에는 올리브영에서 쇼핑하고, 길거리에서 떡볶이도 사 먹었다. 저녁에는 홍대 카페에 들렀다가 공항으로 돌아갔는데, 밤 9시 비행기를 타니 딱 12시간을 알차게 즐긴 것 같다”고 전했다.

타카하시 씨는 “오래 걸리지 않는 피부과 시술을 여러 개 받고, 한국 길거리 간식도 먹으면 딱”이라며 “비행기 특가 떴을 때 즉흥적으로 한국 오는 재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韓国弾丸旅行(짧은 일정의 한국 여행) 해시태그를 사용한 게시물들. 인스타그램 캡쳐

이처럼 초단기 여행이 확산된 데에는 여러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다. 서울-도쿄 노선은 비행시간이 2시간 남짓으로 짧고, 코로나19 이후 저비용항공사(LCC)의 항공편이 대폭 늘었다. 특히 엔화 약세 상황에서 '근거리, 저비용, 고효율' 여행 형태가 일본인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온다는 분석이다.

성형외과와 피부과 시술 수요도 단기 여행을 이끄는 핵심 요인으로 떠올랐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환자는 총 117만467명으로, 전년 대비 93.2% 급증했다. 진료 과목별로는 피부과(56.6%)와 성형외과(11.4%)에 대한 수요가 두드러졌다. 타카하시 씨처럼 짧은 시간 안에 효과를 볼 수 있는 시술을 받기 위해 한국을 찾는 것이다.

이날 명동을 방문한 일본인 관광객 스즈키 리나(26·여) 씨는 “3박 4일 일정으로 왔지만, 쇼핑이나 먹방, 시술이 주 목적이라면 짧게 왔다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다음에는 당일치기나 1박 2일로 다시 방문해서 즐기고 갈 의향도 있다”고 밝혔다.

관광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당일치기’ 트렌드가 단발성 유행이 아닌, 소비 패턴의 근본적인 변화를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국내 여행사 관계자는 “과거의 관광이 휴식과 유적지 탐방 같은 ‘체류형’ 모델이었다면, 최근 일본인 관광객들은 특정 목적을 달성하는 경험형 소비에 집중하고 있다”며 “뷰티 시술, K-푸드 먹방, 한정판 쇼핑 등 짧은 시간 내에 명확한 목표를 충족시키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해당 모델이 지속가능하기 위한 과제도 남아 있다. 인바운드 여행 플랫폼 관계자는 “쇼핑과 먹방에만 국한된 단기 여행은 숙박, 교통, 문화 시설 등 관광 산업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일치기 관광객이 재방문했을 때 체류 시간을 늘릴 수 있도록, K-POP 공연, 문화 체험 클래스 등 보다 심층적인 문화 콘텐츠를 연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단기적 매출을 넘어, 장기적인 브랜드 충성도를 구축해야 한국 관광 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심하연 기자
sim@kukinews.com
심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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