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직하고 두 달 이내로는 취업해야 한다더군요.”
30년 가까이 한 직장에 근무하다 지난해 퇴직한 황모(56)씨는 22일 서울 마포구 서울시50플러스 중부캠퍼스에서 열린 ‘2025년 서울 중부권역 중장년 채용박람회’를 찾았다. 재취업 자리를 알아보기 위해 발걸음했다는 황씨는 “재정 문제도 무시할 수 없지만 일터에서 다시 실력을 발휘하고 싶다는 마음이 더 크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장은 시작 시간인 오전 10시부터 참가자로 북적였다. 정장 차림의 구직자들은 박람회장을 찾아 면접을 준비하거나 이력서를 작성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이번 박람회는 서울시50플러스 중부캠퍼스가 4060세대 중장년층의 구직 활동을 돕기 위해 마련했다. 참여업체는 모두 24곳으로 약 370개 일자리를 준비했으며, 653명의 사전 신청자가 몰렸다.
앞서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지난달 ‘서울시 중장년 일자리박람회 2025’를 열어 4553명의 구직자를 지원했다. 이번 권역별 채용박람회는 더 많은 중장년층이 생활권에서 구직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현장 중심 채용 행사로 진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 6월 849명이 참여한 남부권역 채용박람회를 비롯해 약 2000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계획이다.
장내에 들어선 참가자들은 채용 공고 게시판을 살펴보며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거나 수첩에 메모를 했다. 면접을 기다리는 동안 눈을 감고 숨을 천천히 들이마시는 구직자도 있었다. 시간이 갈수록 참가 인원이 늘면서 군데군데 배치된 안내 인력 또한 분주해졌다.
지난 2021년 명예퇴직한 양모(62)씨는 “4년 동안 마냥 손 놓고 쉴 수는 없었다”며 “매일 노는 데도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르바이트도 몇 번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단순한 돈 문제를 넘어 삶의 질을 챙기기 위해 일자리를 구하고 있다는 게 양씨의 설명이다.

이번 박람회는 △채용관 △채용정보관 △채용설명회 △내일설계관 등으로 구성됐다. 채용정보관에는 마포·영등포·동작구 등 3개 자치구와 고용복지플러스센터, 중장년내일센터 등이 참여해 지역 내 맞춤 채용 정보를 안내했다. 마포구 관계자는 “열정적인 사람들이 유독 많이 보인다”며 제대로 쉴 틈도 없이 부스에 찾아온 구직자를 맞이했다.
내일설계관에서는 참가자들이 1대 1 취업 상담을 통해 구직 활동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했고, 전문가에게 이력서·면접 지도를 받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상담을 맡은 재단 관계자는 “한 시간 만에 구직자 35명이 내일설계관을 찾았다”며 “취업 연계율을 높이기 위해 보다 깊은 상담 희망 시 사후 상담도 안내하고 있다”고 했다.
채용관은 이날 면접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헤드헌팅·모빌리티·헬스케어·서비스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업체 부스를 마련했다. 코웨이 관계자는 “중장년층 구직자는 영업직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며 “근무 시간과 장소가 자유롭다 보니 주로 ‘엔잡러(2개 이상의 여러 직업을 병행하는 사람)’가 부스를 찾는다”고 했다.
행사장에는 이력서 사진 촬영, 퍼스널컬러, 취업타로, 지문적성검사 등 부대 행사도 마련됐다. 단순 일자리 창출을 넘어 시민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해 박람회의 진입 장벽을 낮추겠다는 취지다. 재단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30분 기준 박람회 참가자는 약 664명으로 집계됐다.
허은숙 서울시50플러스 중부캠퍼스 센터장은 “이번 박람회는 권역별 진행으로 더 많은 구직자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마련됐다”며 “지역·기업·구직자가 다 함께 고용 생태계를 만들 수 있도록 돕고, 나아가 지역 활성화에도 이바지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재단은 이날 중부권역 채용박람회에 이어 △동부(8월26일) △북부(9월9~10일) △서부(9월18일) 순으로 권역별 행사를 연다. 다음달 23일에는 ‘제2차 서울시 중장년 정책포럼’을 열고 중장년 대상 취업 지원과 고용 확대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