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막이 두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경주가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공사 일정이 촉박한 만큼 완성도를 둘러싼 우려도 제기된다.
27일 경상북도와 경주시, 준비지원단 등에 따르면 역대 가장 성공적인 APEC 개최를 목표로 주요 시설과 인프라, 문화·경제 프로그램, 숙박·교통·의료까지 전방위 준비에 나서고 있다. 2025 APEC 정상회의는 오는 10월27일부터 11월1일까지 6일간 열린다.
경상북도는 신라의 역사와 문화를 전면에 내세운 문화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한복 패션쇼, 보문 멀티미디어 쇼, K-팝 공연이 ‘3대 빅 이벤트’로 확정됐다. 한복 패션쇼는 신라 복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무대로 기획되고 있으며, 보문호를 배경으로 드론과 레이저를 활용한 멀티미디어 쇼도 예정돼 있다. K-팝 공연은 세계적 아티스트와 함께 APEC 회원국 여성 음악인이 무대에 오르는 대형 이벤트로 꾸려진다.
빠르게 오르는 공정률…현장은 여전히 분주
행사 프로그램과 더불어 주요 시설 공사도 한창이다. 정상회의장과 국제미디어센터, 만찬장 등 주요 시설은 9월 중 완공을 마치고 한 달간 리허설을 거칠 예정이다.
다만 현장은 여전히 분주한 상태였다. 전날 기자가 방문한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 내부는 공정률 63%라는 설명과 달리 아직 마감재와 장비가 어지럽게 쌓여 있었다. HICO는 정상회담 주 회의장이다. 지난 6월까지 컨벤션 예약을 소화한 뒤에야 본격 공사에 착수했다. 준비지원단은 “매주 공정률을 발표하고 있으며, 이번 주 기준 70%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국제미디어센터는 HICO 야외부지에 신축 중이다. 전체 규모는 6000㎡, 각 층 3000㎡ 규모로 지어져 국내외 언론인들을 맞이할 예정이다. 현재 공정률은 74~75% 수준으로, ‘대한민국을 세계에 알리는 홍보의 장’으로 활용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만찬장은 국립경주박물관 중정에 들어선다. 현장 관계자는 “지난주까지 공정률은 63%였지만, 일주일 만에 눈에 띄게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무 구조물을 외부에서 제작해 조립하는 방식 덕에 공정 속도는 빠르지만, 급하게 진행되는 듯한 모습에 대한 우려도 뒤따른다.

‘숙박 인프라 취약’ 우려 목소리도
숙박 인프라도 경주 준비 상황의 가장 큰 약점으로 꼽힌다. 경주시는 총 1만6838실 가운데 7700실을 확보해 일일 최대 7700명 수용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PRS(정상급 숙소) 35곳은 85% 개보수가 완료됐으며, 9월까지는 모든 시설이 개보수를 마칠 예정이다.
문제는 정상급 숙소 외 참가자와 취재진이 머물 숙소다. 모텔이나 노후 호텔까지 포함돼 있어 ‘국제행사 수준’을 충족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일부 참가자들은 대구나 울산 등 인근 도시까지 이동해야 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경주시에 거주하는 시민 고모(41)씨는 “지나가다 공사 현장을 보긴 했는데, 한 달 안에 다 끝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며 “숙소도 성수기라 외국 손님들이 불편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숙소 문제는 단순한 편의 차원을 넘어 APEC 개최의 품격과 직결된다. 준비지원단은 모텔에도 통역 인력과 세탁 서비스를 배치하고, 기자단에 조식을 제공하는 등 보완책을 마련했다.
현재 인프라와 세부 프로그램은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경제 전시장은 공정률 75%에 달했으며, 도내 26개 첨단 기업이 참여하는 K-테크 쇼케이스도 확정됐다.
관광업계 한 관계자는 “국제행사는 도시의 이미지를 좌우할 만큼 파급력이 크다”며 “이번 APEC은 준비 기간이 짧고 공사 속도가 빠른 만큼 준비를 열심히 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이런 상황일수록 세부적인 서비스와 운영에서 완성도를 높여야 성공적인 개최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준비지원단은 “역사에 남을 APEC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김상철 APEC 준비지원단 단장은 “가장 성공적인 APEC 개최가 목표”라며 “현재 주요 시설 공정률이 60~80%까지 진행됐고, 남은 기간 동안 완공 후 한 달 이상 리허설을 거쳐 꼼꼼히 점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주는 공간 제약 등 어려움이 많았지만 인프라를 잘 갖춰, 오시는 분들이 불편 없이 머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