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장 첫 간담회 하루 전, 5대 은행장 모였다

금감원장 첫 간담회 하루 전, 5대 은행장 모였다

은행권 “금감원장 회동 앞둔 대책회의 아냐…정례 조찬일 뿐”

기사승인 2025-08-27 11:03:41
이찬진 신임 금융감독원장. 연합뉴스 

이찬진 신임 금융감독원장과의 첫 상견례를 하루 앞두고, 5대 시중은행장이 조찬 회동을 가졌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 이환주, 신한은행 정상혁, 하나은행 이호성, 우리은행 정진완, NH농협은행 강태영 행장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만났다. 금감원장과의 첫 간담회를 하루 앞둔 시점인 만큼, 일각에서는 현안 대응 논의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다.

다만 은행권은 “정례 모임일 뿐”이라며 선을 그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오늘 조찬 모임은 금감원장과의 간담회를 앞두고 마련된 대책회의 성격은 아니다”라며 “5대 은행장이 정례적으로 한 달에 한 번 모이는 자리인데, 이번에는 시기가 우연히 겹친 것뿐”이라고 일축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장 조찬은 원래 정례적으로 이어온 모임으로 내일 금감원장 간담회와는 무관하다”며 “1시간 남짓한 식사 자리였던 만큼 현안을 깊이 다루기보다는 친목 성격이 강했다”고 설명했다.

이찬진 신임 금감원장은 28일 은행권 CEO와 간담회를 시작으로 보험·금융투자·저축은행 등 업권별 간담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 13일 취임한 이 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2019년 큰돈을 빌려줄 정도로 막역한 38년 지기 절친이다. 이 대통령의 각종 재판을 변호한 인물이기도 하다.

은행권이 가장 주목하는 현안은 ‘홍콩 ELS 과징금’ 문제다. 최근 금융 당국이 과징금 산정 기준을 수수료가 아닌 판매금액으로 삼기로 가닥을 잡으면서 천문학적 과징금 부과가 유력해지고 있다. 은행들의 홍콩H지수 ELS 판매금액은 약 16조원에 달한다. 단순 계산 시 최대 8조원을 과징금으로 토해내야 한다. 홍콩 ELS 판매액은 은행별로 KB국민은행 8조1972억원, 신한은행 2조3701억원, NH농협은행 2조1310억원, 하나은행 2조1183억원, 우리은행 413억원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담합 의혹’ 조사도 부담이다. 공정위는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이 수년간 약 7500여건의 LTV 관련 자료를 공유하며 대출 한도를 담합한 것으로보고 있다. 과징금 규모는 1조~2조원에 이를 가능성이 있으며, 재심 결과는 연내 나올 전망이다.

여기에 이재명 정부가 ‘생산적 금융 전환’과 ‘상생 금융’을 강하게 주문하는 점도 변수다. 이 원장역시 지난 14일 취임사에서 “모험자본 공급 펀드와 중소기업 상생지수를 도입해 중소·벤처기업 지원을 확대하겠다”며 “소비자 보호 실태를 모니터링하고 필요 시 감독·검사 기능을 적극 활용하겠다”고 강조했다. 28일 간담회에서도 소비자 보호 강화, 금융 취약계층 지원, 중소기업·소상공인 금융 지원 등 실물경제 뒷받침 방안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 원장은 취임 직후 “의견을 경청하고 수렴해 의사결정하겠다. 독단적으로 일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밝힌 바 있다. 첫 은행권 CEO 간담회에서도 ‘소통형 금감원장’의 행보가 이어질지가 주목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현안이 워낙 민감해 업계도 방향을 가늠하기 어렵다”며 “첫 간담회가 향후 감독 기조를 읽을 수 있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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