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효의 용병술, 아사니 없이도 광주를 결승으로 [쿠키 현장]

이정효의 용병술, 아사니 없이도 광주를 결승으로 [쿠키 현장]

구단 첫 코리아컵 결승
문민서, 정지훈 등 2004년생 자원 적극 활용

기사승인 2025-08-28 16:26:08
이정효 광주FC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광주FC가 아사니의 공백에도 구단 최초로 코리아컵 결승에 진출했다. 시즌 초반부터 이어진 전력 누수 속에서도 이정효 감독은 과감한 기용과 전술적 변주로 해답을 찾아냈다. 공백을 기회로 바꾼 용병술이 결승행 원동력이 됐다.

광주는 지난 27일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부천FC1995와 2025 하나은행 코리아컵 준결승 2차전에서 2-1로 이겼다. 1차전 2-0 승리를 더해 합계 4-1로 결승 무대에 안착했다.

이번 승리의 배경에는 이정효 감독의 용병술이 있었다. 광주는 시즌 초반부터 이건희, 허율, 이희균 등 공격 자원을 잃은 데 이어 올여름 팀 내 최다 공격포인트(8골 2도움)를 기록하던 아사니마저 이란 에스테그랄로 떠나면서 전력 공백이 커졌다.

하지만 이 감독은 불리한 조건을 오히려 실험의 기회로 삼았다. 코리아컵은 U-22 의무 출전 규정이 없지만 2004년생 문민서와 정지훈을 과감히 투입했다. 문민서는 왕성한 활동량으로 중원에 활력을 불어넣었고 정지훈은 준결승 1차전 선제골에 이어 2차전에서는 스피드를 살린 드리블로 동점골을 도왔다. 젊은 자원들이 결승행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본래 공격수인 하승운을 심상민 대신 풀백으로 활용해 얇은 스쿼드를 유연하게 메웠다. 교체 카드도 적중했다. 후반 투입된 신창무가 측면 침투로 역전골을 완성했다. 최경록 역시 크로스로 어시스트를 기록하고 날카로운 슈팅을 선보였다.

이 감독은 27일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이번 시즌 ACLE에서 봤듯이 알힐랄 등 강팀들을 상대하면서 현실을 많이 깨달았다”며 “아시아무대를 다시 밟고 싶은 욕망이 크다”고 말했다. 광주는 일본 비셀 고베를 꺾고 8강에 오르기도 했지만 사우디아라비아 알힐랄의 벽을 넘지는 못했다. 이 감독의 발언에는 당시 경험을 다시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아시아 대회 진출(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나 ACL2)을 위해서는 조건이 명확하다. K리그1에서 4위 안에 들거나 이번 코리아컵에서 우승해야 한다. 코리아컵 결승은 오는 12월6일에 열리는 만큼 현실적으로는 그 이전까지 리그에서 파이널 A(1~6위)를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다. 파이널 A에 들어야 시즌 막판까지 상위권 경쟁을 이어가며 아시아 무대 티켓을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광주는 승점 35점으로 6위에 올라있다. 다만 안양과의 승점 차가 5점에 불과해 자칫 연패에 빠질 경우 단숨에 파이널B로 떨어질 수 있다. 파이널B로 내려가면 아시아 진출의 유일한 통로는 코리아컵 우승뿐이다.

이정효 감독은 27일 경기 전 기자회견에서 “광주FC 감독을 하시면 명단 짜는 데 고민을 하지 않는다. 스트레스도 받을 수 없다”며 얇은 스쿼드를 농담처럼 표현했다. 그러나 실제 경기에서는 제한된 자원 속에서도 창의적인 선택으로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에이스의 공백을 전술과 용병술로 메운 이정효 감독이 이어지는 리그와 결승 무대에서 또 다시 빛을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송한석 기자
gkstjr11@kukinews.com
송한석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추천해요
    0
  • 슬퍼요
    슬퍼요
    0
  • 화나요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