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광그룹이 애경그룹의 모태기업인 애경산업을 인수한다. 섬유·화학 등 기존 산업과 더불어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태광산업과 티투프라이빗에쿼티(PE), 유안타인베스트먼트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최근 애경산업 경영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태광 컨소시엄은 애경그룹 지주사 AK홀딩스 등이 보유한 애경산업 지분 약 63%를 인수하게 되며, 인수가격은 약 4000억원대로 알려졌다.
애경산업은 지난 1985년 4월, 그룹에서 생활용품 사업 부문을 떼어내 설립한 회사로 화장품·생활용품 사업을 진행해 왔다. 지난해 매출은 6791억원 규모다.
애경그룹은 그룹의 재무 부담 해소를 위해 애경산업 지분 매각을 추진해 왔다. 지난해 말 AK홀딩스의 총부채는 4조원 수준이며, 부채비율은 328.7%에 이른다.
태광산업의 유동자산은 지난 5월 기준 2조7692억원에 달한다. 기존 현금성 자산 1조9445억원과, SK브로드밴드 지분 매각으로 확보한 8038억원이 포함돼 있다. 다만 본업인 섬유·석유화학 등의 부진으로 2022년부터 3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하면서, 보유한 현금자산을 활용해 사업구조를 재편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이에 태광그룹은 지난 7월 사업구조 재편 방침을 공개하면서 신규 진입을 모색하는 화장품·에너지·부동산개발 관련 기업 인수에 자금의 상당 부분을 투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애경산업 인수 역시 이러한 과정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이번 절차가 마무리되면 지난 2008년 유선방송 사업자를 인수해 티브로드를 출범한 후 17년 만의 M&A가 성사된다.
특히 태광그룹의 계열사 흥국생명 역시 국내 최대 부동산 자산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그간 꾸준히 제기돼 온 이호진 전 회장의 복귀설에도 힘이 실렸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