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가 서부간선도로 평면화 사업을 잠정 중단하고, 기존 도로 용량을 확대하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시는 8일 브리핑을 열고 “지난 2013년 보행 친화와 녹지 확충을 중심으로 설계됐던 기존 계획이 현재의 교통 상황과 도시 여건에 맞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당초 서부간선도로 평면화는 안양천 접근성 개선과 보행자 중심 도로 환경 조성을 목적으로 추진됐다. 총사업비는 1256억9100만원으로 오는 2027년 12월이 목표 완공 시기였다.
그러나 해당 사업으로 차량 정체가 심화하면서, 시는 당분간 출퇴근길 교통 체증 완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 도로 흐름을 개선하는 데 중점을 둔다는 방침이다. 평면화 계획은 사실상 백지화된 셈이다.
우선 시는 서부간선도로의 중앙분리대를 철거해 기존 4차로를 5차로로 늘린다. 확장된 차로는 출퇴근 시간대 교통량에 따라 가변차로로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녹지대 철거와 경찰 규제 심의 통과를 비롯해 준공까지 약 1년이 걸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지난 6월 착공에 들어간 오목교 교차로 평면화 공사는 즉시 중단한다. 복구 작업은 추석 전까지 완료할 예정이다. 오대중 서울시 도로기획관은 “대체도로가 부족한 상황에서 공사로 인한 교통 불편과 흐름 악화를 우려하는 시민 의견을 적극 수용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실제 시에 따르면 해당 공사와 관련해 공식 접수된 민원은 355건이었으며, 집계되지 않은 유선상 민원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공사 중단과 원상 복구에 따른 매몰 비용은 약 5억~1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안대희 도시기반시설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기존을 다 원상 복구하는 게 아니라 지역 여건에 맞춰 다시 설계를 변경해서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매몰 비용이) 생각보다 많지는 않다”며 “오목교 하부에 공사 중이던 부분이 있는데, 원상 복구에 드는 비용은 5억~10억원 정도”라고 설명했다.
시는 교통 문제 해결 외에도 서부간선도로로 단절된 서남부 동서 생활권을 연결하고 안양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을 모색한다. 여기에는 폭이 넓고 이용하기 쉬운 보행육교 설치, 도로 상부를 활용한 덮개 공원 조성 등이 포함된다.
서부간선도로의 일반도로화·평면화 추진 여부는 정부 사업인 서울~광명 고속도로가 완공된 후 검토할 계획이다.
다만 전문가는 대규모 도로 공사가 갑작스럽게 중단됐다는 점에 의문을 제기했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학과 교수는 “작은 교차로 하나를 공사할 때도 3개월 정도의 분석과 시뮬레이션을 거치는데, 누구나 (공사에 따른 교통 체증을) 예측할 수 있을 만한 도로를 공사하면서 예상하지 않았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서울시 관계자는 8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2019년 7월부터 설계 용역을 착수해 교통량 분석을 진행했다”며 “당시에는 서울~광명 고속도로가 (개통 목표 일정에 맞춰) 뚫릴 거라고 예측해 당연히 (공사가 무리 없이 진행)될 거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후 공사에 들어가면서 약 3개월간 모니터링을 진행했다”고 부연 설명했다. 모니터링에 따르면 오목교 통과 전 차량 평균 시속은 공사 전후 약 17㎞에서 7.1㎞로 떨어졌다.
안 본부장도 이날 브리핑에서 “서부간선도로를 3개월가량 지켜본 결과, 지상 도로에서 서부간선지하도로로 전환되는 교통량이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런 상태가 계속 유지되면 평면화 후에도 지상부 교통은 계속 막힐 것으로 판단해 사업을 잠정 중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민원이 많고 적음의 문제로 접근한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강 교수는 이미 일어난 문제인 만큼 원인을 제대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요즘처럼 빅데이터나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예측의 정확도가 높아진 시기에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리고 어떤 대책을 수립해 나갈 것인지를 제시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이번에 발표한) 차로 확장 공사에 대한 교통 처리 대책도 제시될 필요가 있다. 공사 기간과 예측되는 교통 상황 등을 알려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