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가 기타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뒤에도 여전히 재단법인 시절 정관으로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마약 예방과 재활 교육의 중요성이 커진 상황에서 정관 개정을 서둘러야 하지만, 내부 갈등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퇴본부는 1992년 4월 대한약사회 산하 재단법인으로 설립돼 일반인 대상 마약 예방 교육과 마약 사범 재활 교육을 맡아왔다. 현재는 전국 16개 시도에서 지역 마퇴본부가 활동하고 있다.
재단법인으로 출발한 마퇴본부는 지난해 2월 식품의약품안전처 산하 기타 공공기관으로 지정됐다. 지정 이후 정부 지원 예산도 크게 늘었다. 2023년 약 36억 원이던 지원 예산은 2024년 약 159억 원, 2025년 165억 원, 2026년에는 171억 원으로 증액될 예정이다.
하지만 조직의 성격이 공공기관으로 바뀐 뒤에도 내부 규정 정비는 제자리걸음이다. 기타 공공기관에 맞게 변경해야 하는 규정을 반영한 정관 개정안이 1년 넘게 이사회에서 부결되고 있어서다.
식약처와 마퇴본부는 지정 이후 여러 차례 대면 이사회를 열었으나 이사들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됐다. 이견을 좁히지 못한 마퇴본부가 서면이사회를 통해 정관 개정을 시도했지만 일부 이사들이 반발하며 법원에 서면이사회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하는 일도 있었다.
식약처와 마퇴본부는 재단법인에서 공공기관으로 성격이 바뀐 만큼 다른 공공기관과 동일한 수준으로 정관을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마퇴본부 이사들은 정관 개정이 지역본부 운영권을 침해하고 지자체와의 협력 사업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마퇴본부 관계자는 “재단법인과 공공기관은 적용 규정과 운영 방식이 달라 외부 규정을 따르다 보면 내부 정관 위반이 될 수 있다”며 “마약 퇴치 활동에는 차질이 없지만 현 체제 유지가 조직 운영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내부 갈등이 격화되자 마퇴본부는 올해 안으로 정관 개정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식약처를 중심으로 마퇴본부, 대한약사회, 지역 마퇴본부가 참여하는 4자 협의체를 꾸려 이견 조율을 시도했고, 이를 바탕으로 오는 10월 정기 이사회에서 정관 개정안을 다시 논의할 계획이다.
마퇴본부 관계자는 “식약처, 대한약사회와 함께 4자 협의체를 구성해 대화를 이어가며 일부 의견을 조율했다”며 “오는 24일 지부장 회의를 열어 지역본부 의견을 수렴한 뒤 10월 이사회에서 정관 개정을 재논의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식약처 관계자도 “마퇴본부가 내부 갈등을 정리하고 기타 공공기관으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