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주시는 국가유산청이 연원동에 위치한 ‘상주 흥암서원(尙州 興巖書院)’을 국가지정문화유산 ‘사적(史蹟)’으로 지난 9일 지정 예고했다고 12일 밝혔다.
경상북도 기념물인 상주 흥암서원은 조선 후기 남인의 중심지인 영남지역에 건립된 대표적인 서인 노론계 서원이다.
노론은 조선 중기에 권력을 잡았던 이들이 정치적인 입장이나 학연 등에 따라 만든 집단인 ‘붕당(朋黨)’ 중 하나인 서인(西人)에서 분파된 정파다.
이 서원은 노론계인 동춘당 송준길(1606~1672)을 제향하기 위해 1702년 창건됐으며, 1705년 임금으로 부터 사액(사당 이름이 새겨진 편액(扁額)‘을 받았다.
송준길은 이이에서 김장생으로 이어진 기호학파의 맥을 이은 산림학자로 송시열과 함께 서인 노론계의 정신적 지주로서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는 상주 출신인 우복 정경세의 사위가 된 후 약 10년간 상주에 거주하면서 이 지역 인사들과 돈독한 관계를 맺었다.
그가 사후에 상주 흥암서원에 제향될 수 있었던 것은 집권세력인 서인 노론의 후원뿐 아니라 상주와의 연고도 중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조선후기 정치사에서 매우 독특한 사례다.
서원이 현 위치로 이건된 것은 1762년이며, 서원철폐령에도 훼철되지 않은 전국 47개소 사액서원 중 하나로 큰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서원의 건물 배치와 평면은 기호학파와 영남학파 서원을 절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전면은 강학공간, 뒤편은 제향공간을 배치한 것이 특징이다.
강학공간에는 강당이 전면에 있으며, 그 뒤로 동재, 서재가 위치하고 있다.
이는 서인 노론계의 기호학파 계열 서원에서 흔히 나타나는 배치 형식으로 동·서재가 강당 앞에 위치하는 영남 지역의 형식과 차이를 나타내는 사례다.
이는 상주를 포함한 경북 서북부지역 향교에서는 다수 보이는 특징이기도 하다.
조성광 문화예술과장은 “상주 흥암서원은 조선 후기 영남 지역 서인 노론 세력의 분포와 서원의 인적구성, 운영, 사회·경제적인 기반 등을 살펴볼 수 있는 자료가 풍부하다”면서 “해마다 봄과 가을에 지내는 제향인 ‘춘추향사’가 지금까지 이어지는 서원의 역사적, 인물적, 건축적, 학술적 가치가 높다”고 말했다.

한편, 상주 흥암서원의 사당인 흥암사에는 1705년(숙종 31)에 숙종에게 하사받은 ‘乙酉至月 日 宣額’(을유지월 일 선액)이라고 적힌 흥암사 현판과 1716년 숙종이 친히 쓴 해서체 글씨로서 ‘御筆’(어필)이 적힌 흥암서원 현판이 같이 걸려 있다.
강당인 진수당은 정면 5칸, 측면 3칸의 큰 규모다. 영남학파의 형식을 취해 대청 앞면은 개방됐고, 뒷면은 창호로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흥암서원의 대문인 하반청(下班廳)은 동·서재에 거주하는 원생보다 낮은 계층의 원생이 거처하는 건물로 다른 서원에서는 찾아보기 드문 사례이기도 하다.
강영석 시장은 “이번에 국가 사적 승격 지정 예고된 상주 흥암서원은 지역 대표 문화유산으로서 우리시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되새기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 정식 지정 이후 체계적인 보존과 활용 방안을 마련해 국가와 함께 관리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가문화유산 사적 최종 지정은 앞으로 30일간의 예고 기간 동안 전문가 및 국민의 의견을 수렴한 뒤 문화유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결정할 예정이다.
이번 예고가 최종 지정으로 이어질 경우 상주 흥암서원은 지역의 문화유산으로서 학술적·관광적 활용 가능성이 한층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