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리그와 한국 축구의 레전드 6인이 ‘제2회 K리그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16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제2회 K리그 명예의 전당 헌액식’을 개최했다. ‘K리그 명예의 전당’은 한국 프로축구의 역사와 전통을 기리고, K리그 발전에 기여한 인물들의 공헌을 널리 알리기 위해 2023년 신설됐다. 선수, 지도자, 공헌자 3개 부문으로 운영되며, 2년마다 헌액자를 선정한다.
‘제2회 K리그 명예의 전당’ 헌액자로는 선수 부문 김주성, 김병지, 故유상철, 데얀, 지도자 부문 김호 전 수원 삼성 감독, 공헌자 부문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이 선정됐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 권오갑 한국프로축구연맹 회장과 K리그 각 구단 대표들도 참석해 헌액자들을 축하했다.
선수 부분에서는 K리그 최상위리그와 플레이오프, 리그컵 등에서 주요 성과를 기록한 선수 약 230여명을 대상으로, 선정위원회 내부 심사를 통해 최종 후보 20명을 선정했다. 이들을 대상으로 팬 투표와 기자단 투표, 구단 대표 및 감독 투표, 선정위원회 투표가 반영돼 최종 4명의 헌액자가 결정됐다. 지도자 부문과 공헌자 부문에서는 선정위원회 내부 토론을 거쳐 각 1명씩 헌액자가 결정됐다.

데얀의 추천인으로 K리그 통산 득점 1위인 이동국 용인FC 테크니컬디렉터가 나섰다. 이 디렉터는 “외국인 공격수가 K리그에서 10년 이상 기복 없이 활약하기는 정말 어렵다. 그가 보여준 활약은 앞으로도 깨지기 힘든 대기록일 것”이라 말했다. K리그 통산 380경기 198득점으로 외국인 최다 득점자인 데얀은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수많은 득점과 기록, 우승을 달성할 줄 꿈에도 몰랐다. 저를 도와준 감독님과 코칭스태프, 가족에게 감사하다. 큰 상을 받게 돼 너무나 영광”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유상철의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 시절 제자인 김호남 K리그 어시스트 이사는 “유상철 감독님은 한국 축구 역사상 가장 뛰어난 멀티플레이어였다. 어린 시절 유 감독님의 플레이를 보면서 저 선수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진심 어린 축하의 말을 전했다.
2002년 월드컵 영웅인 유상철은 K리그 통산 144경기 38득점을 기록했다. 1998년 득점왕을 차지했을 정도로 뛰어난 득점력을 과시했고, 때로는 중원과 수비에서도 뛰며 멀티플레이어로 활약했다. 대리 수상자격으로 무대에 오른 유상철의 아들 유선우씨는 “아버지를 응원해 주신 팬분들, 관계자분들에게 감사드린다. 단순히 개인의 상이 아니다. 아버지를 좋아해 주신 모든 분들의 상”이라고 했다.
김병지 강원FC 대표 추천인으로 나온 현영민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장은 “김병지 선배는 708경기 출장이라는 전무후무한 대기록을 작성했다. 철저한 자기 관리와 성실함, 팬들에게 사랑받은 독보적인 개성 등 K리그 명예의 전당에 가장 걸맞은 인물”이라고 축하를 건넸다.

축구 인생에 있어 여러 고마운 인연들을 소개한 김 대표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멋진 모습이 많다는 걸 느낀다. 좋은 추억과 아픔이 있었지만 이 자리에 함께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면서 “어려운 여건 속에 축구를 시작했다. 어린 선수들에게 전하고 싶다. 포기는 실패다. 끝까지 최선을 다해 도전한다면 생각한 곳까지 오를 수 있다”고 당부했다. 이어 데얀과 이동국을 지목한 그는 “저에게 골을 많이 넣으면 명예의 전당에 올라갈 수 있다”며 재치 있게 수상 소감을 전했다.
부산 대우 원클럽맨으로 뛴 김주성은 K리그 통산 255경기 35득점 17도움을 기록했다. 최순호 수원FC 단장의 추천사를 받은 그는 “시상식에 많이 참석했지만, 오늘같이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 건 없었다. 다른 의미로 새출발의 의미”라며 “K리그에 몸담은 시간이 헛되지 않았던 것 같다. 헌액식은 K리그의 가치를 올리는 일이다. 감동이 있는 K리그로 성장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지도자 부문에 헌액된 김호 전 수원 삼성 감독은 1998, 1999년 K리그 우승을 차지하는 등 수원의 최전성기를 이끌었다, K리그 통산 기록은 208승154무181패로, 감독 역대 다승 3위다. 김 전 감독은 “80세가 넘었다. 이런 시상식에 처음 와서 얼떨떨하다. 너무 감사하고 좋다. 이런 날이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의 추천사를 위해 김호곤 축구사랑나눔재단 이사장이 무대에 올랐다. 김 이사장은 “정몽준 명예회장님은 프로축구연맹 설립, 지역연고제 확립, 축구회관 설립 등 프로축구의 수많은 첫걸음을 함께해주셨다. K리그와 한국 축구를 있게 해준 분”이라 소개했다.
정몽준 명예회장은 “한국 축구가 지난 30년간 많이 발전했다. 축구를 사랑하는 여러분들과 지도자분들의 덕”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선수와 지도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한국의 FIFA 랭킹이 23위고 일본이 18위다. 2002년에 한국은 4강에 갔고, 일본은 16강이었다. 일본보다는 나아야 한다. 분발을 바란다”면서 “행정가분들에게도 전한다. 2002년 월드컵을 개최할 수 있었던 건 제가 FIFA 부회장에 당선됐기 때문이다. 축구협회 회장은 바깥일을 해야 한다. FIFA 부회장 선거가 있다고 해서 나갔고, 1표 차로 당선이 됐다. 가보니 내부에선 일본이 월드컵을 개최해야 한다는 분위기였다. 되는 소리, 안 되는 소리 다 해서 공동 개최했다. 내년에 미국 월드컵에서 하는데, 힘을 모아서 좋은 경기력을 보였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헌액자들에게는 그들이 K리그에 남긴 업적이 기록된 헌액 증서와 함께 헌액 기념 유니폼, 명예의 전당 헌액을 증명하는 트로피가 수여됐다. 트로피에는 명예의 전당 상징물이 각인된 순금메달이 박혀 헌액의 권위를 더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