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개편에 금감원 ‘총파업’ 카드 꺼내나… 소비자 불편은

정부 개편에 금감원 ‘총파업’ 카드 꺼내나… 소비자 불편은

기사승인 2025-09-21 06:00:07
금융감독원 직원 1100여명이 18일 정오께 서울 여의도 한국산업은행과 국회 사이에서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정덕영 기자

금융감독원이 정부의 금융조직개편을 막기 위한 마지막 카드로 총파업을 내세웠다.

21일 취재에 따르면 금감원은 정부의 금융조직개편을 막기 위해 총파업 돌입을 검토 중이다. 금감원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18일 국회 앞에서 열린 대규모 집회 직후 파업 계획을 묻는 기자들에게 “당장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며 “법적 절차를 준수해 천천히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 직원들이 총파업에 나선다면 이는 1999년 출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앞서 정부는 금융위원회의 국내금융기능을 재정경제부로 이관하고, 금융감독기능은 신설하는 금융감독위원회(금감위)가 맡는 내용의 조직개편안을 발표했다. 개편안에 따르면 금감위 산하에는 금융감독원(금감원)과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을 둔다. 금소원은 기존 금감원 내 조직에 있던 금융소비자보호처를 분리 및 격상하여 만든 기관이다. 금감원과 금소원은 모두 공공기관으로 지정된다.

금감원 직원들은 정부의 금융조직개편안이 금융소비자 보호를 역행하는 ‘개악’이라고 주장한다. 금감원 비대위는 “상호 유기적으로 연결된 건전성 감독, 영업행위 감독 및 금융 소비자 보호를 인위적으로 분절한다”며 “금융소비자 보호를 약화시키면서 불필요한 사회적·경제적 비용을 발생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감원 직원들은 지난 9일부터 사흘간 매일 오전 8시부터 50분 동안 검은색 상의를 입고 정부의 조직개편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어 18일에는 1100여명의 직원이 국회 앞에 모여 대규모 집회를 열기도 했다. 금감원 비대위는 정부조직개편안 본회의 통과가 예정된 오는 25일까지 반대 시위를 이어갈 방침이다.

더불어민주당은 25일 본회의 전까지 정부조직개편안을 야당과 합의해 처리할 계획이다. 야당 반대가 지속되면 조직개편안을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패스트트랙으로 넘어가면 법안이 최소 180일은 상임위원회에 묶여 있게 된다. 금융감독개편이 내년 4월 이후에나 이뤄질 수 있는 상황이다. 비대위 관계자는 “25일에 여야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실제 파업이 당장 이뤄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상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파업은 불법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적법한 쟁의행위를 개시하려면, 교섭 결렬 후 노조가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해야 한다. 공익사업으로 분류되는 금감원은 신청일로부터 15일간 조정기간을 거친다. 이후 조합원들은 비밀 무기명투표를 통해 쟁의행위 진행 여부를 결정한다. 투표에서 찬성이 가결돼야 비로소 파업 등 쟁의행위가 가능하다.

금감원이 총파업에 돌입할 경우 노란봉투법을 적극 지지해온 정부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지순 고려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재명 정부의 친노동 입법은 금감원 노조가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지점”이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노동쟁의 대상이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의 결정’까지 확대된다”며 “금융조직개편 과정에서 나타나는 부서 분리 및 세종 이전 등의 결정이 직원의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칠 텐데, 이게 노동쟁의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이 파업을 하면 금융사의 기능이 일부 마비돼 금융소비자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사가 신상품 출시나 약관 변경 등을 하려면 금감원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며 “파업으로 인가 및 심사 일정이 지연되면 소비자가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정부가 추진하는 포용금융·상생금융 정책을 금융사가 이행하기 위해서는 금감원이 해당 업무를 진행해야 한다”며 “파업으로 금융소비자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금감원의 파업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있다. 금융소비자연맹 조연행 회장은 “이번 조직개편안은 금감원이 소비자보호를 실질적으로 하지 못해서 나온 조치”라며 “국민의 권익을 위해 조직개편을 한다는 건데, 이에 반대해서 파업을 하면 어느 국민이 이해하겠나”라고 말했다. 
정덕영 기자
deok0924@kukinews.com
정덕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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