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그룹이 최근 발생한 롯데카드 해킹 사고와 관련해 “롯데카드는 우리 계열사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이름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그룹 전체 브랜드 가치가 훼손되는 데 대한 억울함을 토로한 것이다.
21일 롯데그룹은 보도자료를 내고 “롯데카드가 그룹 소속이 아님에도 고객들이 오인하면서 브랜드 가치 훼손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롯데카드는 지난 2019년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매각됐다. 2017년 지주사 체제 전환 뒤 금융·보험 계열사 지분 보유가 금지되면서다. 법적으로는 완전히 별개의 회사지만, 여전히 ‘롯데’ 간판을 달고 있고 유통·식품·관광 등 그룹 계열사와 협력 관계를 맺고 있어 소비자 인식은 ‘롯데카드=롯데그룹’에 머물러 있다는 설명이다.
롯데그룹은 이번 사태로 △브랜드 가치 훼손 △롯데카드 고객 이탈에 따른 유통 계열사 매출 감소 △임직원 전용 카드 발급에 따른 내부 개인정보 유출 등 복합적인 피해를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롯데그룹처럼 이름 때문에 억울한 피해를 본 사례는 또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한국테크놀로지’ 사명 분쟁이다.
코스닥 상장사인 중소기업 ‘한국테크놀로지’는 한국타이어그룹이 지주사 사명을 ‘한국테크놀로지그룹’으로 바꾸면서 심각한 피해를 봤다. 주식 투자자들이 두 회사를 혼동하면서 주가가 급등락하는 등 혼란이 빚어졌고, 결국 법적 분쟁 끝에 한국타이어 측이 ‘한국앤컴퍼니’로 사명을 변경하며 일단락됐다. 이는 유사한 이름이 기업에 직접적인 금전적 피해와 시장 혼란을 야기할 수 있음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이처럼 기업에게 사명은 단순한 이름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이번 ‘롯데카드 해킹’ 사고의 경우처럼 예상치 못한 외부 리스크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롯데그룹은 롯데카드 측에 브랜드 가치 훼손 등에 대해 강력히 항의했다. 이에 조좌진 롯데카드 대표는 지난 18일 공식 사과 공문을 통해 "대표이사로서 끝까지 직접 챙기겠다"며 사태 수습을 약속했다.
이번 사태는 이름만 빌려주는 '브랜드 라이선스' 사업의 리스크가 얼마나 큰지를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