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사 독점 흔들리나…“캐피탈사 보험판매 허용 시 과점 완화 효과”

대형사 독점 흔들리나…“캐피탈사 보험판매 허용 시 과점 완화 효과”

“꺾기·전문성 부족” 우려도

기사승인 2025-09-22 18:00:08
22일 서지용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가 발표를 하고 있다. 김미현 기자

국내 자동차보험 시장에 캐피탈사 참여가 허용되면 보험료 인하와 경쟁 촉진 등 긍정적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번 결과를 계기로 금융업권 간 규제 형평성 논의에도 불이 붙을 지 관심이 쏠린다.

22일 열린 ‘2025 캐피탈미래비전포럼’에서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캐피탈사 영업 규제 완화 효과를 분석한 실증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현재 은행과 카드사는 보험대리점 등 부수업무가 가능하지만, 자동차금융의 핵심 축인 캐피탈사는 자동차보험 판매가 금지돼 있다. 해외에서는 자동차 구매·리스·렌털과 보험 가입이 자연스럽게 결합돼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서 교수는 동태적 패널 회귀모형(아렐라노-본드 GMM)을 적용해 규제 완화 효과를 추정한 결과, 캐피탈사 진입이 허용될 경우 보험료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규제 완화 시 평균 자동차보험료 계수값이 마이너스로 나타났으며 이는 보험료 인하 효과가 확인됐음을 의미한다”며 “캐피탈사의 참여는 단순히 판매 채널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가격 경쟁을 유발해 소비자 권익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 자동차보험 시장은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 등 4대 대형 손보사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서 교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캐피탈사 진입은 이들 대형사의 시장 집중도를 유의미하게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자동차보험 허용이 4대 손보사의 시장 점유율에 미치는 영향은 음(-)의 계수로 통계적으로 확인됐다”며 “이는 기존 과점 구조가 완화되고 시장 경쟁이 촉진되는 효과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또 “과점 완화는 중소형 보험사들에게 새로운 성장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 설문조사에서도 다수의 중소형 보험사 관계자들은 “규제 완화 시 캐피탈사 플랫폼 진입이 활성화돼 협업과 시장 점유율 확대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해외 주요국은 이미 규제 완화와 유통채널 다변화를 적극 추진 중이다. 미국은 인슈어리파이(Insurify), 지브라(Zebra) 등 디지털 비교 플랫폼과 인슈어테크 기업이 보험 유통의 주요 채널로 자리 잡았으며, 주(州)별 규제 샌드박스와 데이터 개방을 통해 혁신 서비스를 확산시키고 있다. 일본은 NTT도코모, 라쿠텐 등 통신·IT 대기업이 보험 플랫폼 사업에 진입했고, 금융청은 오픈 API와 샌드박스 정책으로 인슈어테크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EU는 ‘보험유통지침(IDD)’을 통해 방카슈랑스와 온라인 판매를 전면 허용하고, ‘동일기능·동일규제’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서 교수는 “해외는 규제 유연성과 소비자 보호 장치를 병행하며 금융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며 “국내 역시 동일한 방향에서 제도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금융업권 간 규제 형평성을 확보해 캐피탈사의 자동차보험 및 통신판매 부수 업무를 동등하게 허용해야 금융 혁신과 소비자 후생 증대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꺾기·전문성 부족” 우려도

다만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여전하다. 캐피탈사가 보험 판매까지 겸할 경우 할부·리스 상품과 보험을 끼워 파는 이른바 ‘꺾기’ 관행이 재현될 수 있고, 보험 영업 경험이 부족해 판매 전문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기존 설계사나 독립 보험대리점(GA)의 역할이 위축돼 전통적 판매 채널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서 교수는 “공정거래위원회가 꺾기 관행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고, 은행권에서도 사실상 사라진 만큼 캐피탈사 진입 시에도 동일한 통제가 가능하다”며 “자동차금융을 통해 이미 방대한 고객·차량 정보를 확보하고 있는 캐피탈사의 특성을 감안하면 전문성 부족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반박했다. 이어 “비교추천 서비스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히는 기능일 뿐, 설계사나 GA의 역할을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여신금융협회는 최근 캐피탈사의 보험대리점업 진출을 정부에 공식 요청했다. 자동차 할부금융과 자동차보험을 패키지로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해달라는 것이다. 올해 초 일부 캐피탈사들이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신청하며 보험 판매 허용을 시도했지만 금융당국에서 반려된 바 있다.
김미현 기자
mhyunk@kukinews.com
김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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