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전하고 에너지 밀도가 높아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전지의 상용화를 위한 기술개발 경쟁이 치열하다.
전고체 전지 개발에서 리튬이온의 통로 역할을 하는 고체전해질의 이온 전도도 향상은 전지 성능을 좌우하는 중요 요소다.
특히 Li6.24La3Zr2Al0.24O11.98(LLZO) 같은 산화물계 고체전해질은 높은 안정성과 리튬 금속과의 양호한 계면 적합성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고체전해질 소재는 원자 배열이 무질서한 구조를 가질수록 높은 이온 전도도를 갖는다.
하지만 기존 결정구조 중심 분석은 이런 무질서 구조가 실제 이온 이동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밝히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에 고려대 연구팀이 고체전해질의 리튬이온 원자가 ‘어떻게 흔들리고 움직이는지’를 정밀하게 추적·제어해 전고체 전지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는 새로운 전략을 제시됐다.
전고체 전지 상용화 열쇠 찾았다
한국연구재단은 고려대 강용묵 교수팀이 불규칙한 격자 진동인‘ 비조화 포논(anharmonic phonon)’으로 고체전해질의 이온 전도도를 향상시켜 전고체 전지의 성능을 높이는 연구전략을 제시했다고 23일 밝혔다.
포논은 원자들이 집단적으로 진동할 때 나타나는 양자화된 진동 모드로, 비조화 포논은 규칙적인 진동에서 벗어난 비선형적 격자진동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고체전해질의 이온전도도가 원자 구조나 배열의 변화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하고, 리튬이온 원자의 이동과 진동과 같은 동적인 특성에 주목했다.
이에 구조적 무질서와 비결정성이 이온전도도 향상으로 이어지는 현상을 규명하기 위해 분광학적 분석과 머신러닝 기반 포논 해석 기법을 활용, 원자의 진동 변화를 정밀하게 추적했다.
그 결과 산화물계 고체전해질에 첨가되는 탄탈럼(Ta) 도핑이 고체 격자 내 무질서를 증가시키고 결합을 느슨하게 만들어 규칙적인 진동에서 벗어난 비조화 포논을 활성화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이런 동적변화는 리튬이온이 개별적으로 이동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여러 이온이 동시에 협력적으로 움직이는 집단이동을 촉진한다는 점을 실험적으로 입증했다.
이는 전고체 전지의 이온전도도가 궁극적으로 액체전해질 기반 리튬 이온전지 수준으로 크게 향상될 수 있는 메커니즘을 밝힌 것으로, 고체전해질에 이 원리를 적용하면 전고체 전지 성능의 혁신적 개선이 가능하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성과가 다양한 전고체전지 소재 개발의 과학적 지침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머신러닝 기반 예측 설계를 고도화해 배터리 소재 탐색의 시행착오를 줄여 차세대 에너지저장기술의 혁신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강 교수는 “이번 연구는 고체전해질의 격자 동역학 연구를 통해 원자 진동을 제어하는 것이 이온전도도를 향상의 가장 중요한 원인임을 밝힌 것”이라며 “이는 단순 도핑이나 치환에 의존하던 기존 접근을 넘어 다양한 고체전해질을 설계할 때 공통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원리를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정 소재에 국한되지 않고 범용적 설계지침을 마련해 차세대 배터리 소재 개발을 위한 과학적·기술적 토대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성과는 지난 6일 국제학술지 ‘미국화학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