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립 30주년을 맞은 신세계푸드가 1년 만에 대표이사를 다시 교체하며 ‘B2B 전문기업’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시작된 급식사업 철수와 유통·베이커리 중심 재편을 한층 더 빠르게 실행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신세계그룹은 26일 올해 정기 임원 인사에서 임형섭(55) B2B담당을 신세계푸드 대표이사 겸 B2B담당으로 내정했다. 임 신임 대표는 1995년 신세계에 입사한 뒤 줄곧 현장과 본사를 오가며 경험을 쌓아왔다. 이마트 점장을 시작으로 신세계푸드의 매입·물류·식품유통본부를 두루 맡으며 30년 가까이 물류와 유통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았다는 평가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B2B 사업을 총괄하며 신세계푸드의 사업 구조 전환을 직접 이끌어왔다. 이번 인사로 그는 1년여 만에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 그는 회사가 추진하는 ‘식품 B2B 전문기업 전환’ 비전을 안정적으로 이끌 적임자로 평가된다.
이번 인사는 불과 1년 만의 대표 교체다. 업계에서는 이를 단순한 인사 교체가 아니라, 성과 가시화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그룹 차원의 위기감으로 해석한다. 실제로 신세계푸드는 전임 대표 시절부터 급식 부문을 비핵심으로 규정하고 정리에 나섰다. 가맹사업·베이커리·식자재 유통으로 체질을 바꾸는 과정에서 임 대표가 쌓아온 B2B 경험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급식 매출은 전년 대비 10.4% 줄었고, 외식·제조·식자재 부문도 감소세를 보였다. 반면 베이커리는 매출을 제자리 수준에서 유지하며 유일한 버팀목이 됐다.
이 같은 흐름은 전체 실적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외형 성장은 이어왔지만 성장세는 둔화하고 있다. 신세계푸드의 매출액은 △2021년 1조3293억원 △2022년 1조4113억원 △2023년 1조4889억원 △2024년 1조5348억원으로 늘었지만, 연간 성장률은 7.5%→6.2%→5.5%→3.1%로 갈수록 떨어졌다.
수익성도 뚜렷한 하락세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208억원으로 전년보다 21.4% 줄었고, 영업이익률은 1.4%에 그쳤다. 꾸준한 매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체력 저하’가 드러난 셈이다.
신세계푸드는 노브랜드버거·베이커리·식자재 유통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다. 노브랜드버거는 창업 비용을 40% 이상 낮춘 ‘콤팩트 매장’을 선보이며 가맹점 확대에 나섰다. 베이커리 사업은 ‘블랑제리’ ‘E-베이커리’ 등을 앞세워 스타벅스·팀홀튼 등 글로벌 커피 브랜드에 납품을 늘리고 있다.
최근에는 유러피안 델리 브랜드 ‘베키아에누보 가스트로’를 론칭하며 고객층 다변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신세계푸드의 이번 인사가 식품 유통과 B2B 부문 강화를 위한 ‘선택과 집중’의 결과로 해석된다”며 “수익성 개선을 위한 전략적 행보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성장률은 둔화하고, 영업이익률은 1%대에 머문 신세계푸드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중책을 맡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