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점포 직원들 자리 지켰다…“아무런 불편 없이 업무 봤어요”

은행 점포 직원들 자리 지켰다…“아무런 불편 없이 업무 봤어요”

기사승인 2025-09-26 16:36:48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조합원들이 26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열린 9·26 총파업 결단식에서 실질임금 인상과 주 4.5일제 근무를 촉구하고 있다. 최은희 기자

“우리 지점은 한 명도 빠짐없이 출근했어요. 금융노조에서 총파업 한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딱히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우리은행 영등포지점 직원)

26일 오전 10시, 우리은행 영등포 지점. 로비 중앙 의자에는 번호표를 든 고객 11명이 자기 차례를 기다리며 앉아 있었다. 창구 직원들은 모두 고객 응대에 분주했다. 여느 때와 다름 없는 모습이었다. 취재에 응한 한 직원은 “오후 출근 대상인 1명을 제외하고는 17명 직원이 모두 출근해 일을 하고 있다”며 “우리 영업점에는 총파업의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이날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은 주 4.5일제 및 3.9%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며 3년 만에 총파업에 나섰다. 당초 은행 영업 차질로 인한 소비자 불편이 예상됐으나 현실은 달랐다. 시중은행의 파업 참여 인원은 은행별로 수십 명, 많아야 100명대 정도였다. 영업 혼란이나 소비자 불편을 초래할 수준은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유동인구가 많은 영등포 일대 시중은행 영업점을 현장 취재한 결과, 직원 대부분이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해 근무에 나섰다. KB국민은행 영등포 지점은 전체 직원 10명 중 9명이 출근했다. 나머지 1명은 휴가로 자리를 비웠다. 우리은행 영등포중앙금융센터 지점도 직원들이 정상 출근해 파업과 무관하게 영업이 진행됐다. 예금 가입을 위해 은행에 방문한 한 고객은 “평소에도 우리은행을 자주 이용하고 있다”며 “오늘도 아무런 불편함 없이 은행 업무를 보았다”고 밝혔다.

총파업 당일인 26일 영업점을 찾은 고객들로 북적이는 하나은행 영등포금융센터 지점. 정덕영 기자 

하나은행 영등포금융센터 지점 역시 전체 직원 15명 중 14명이 출근했다. 1명은 개인 사정으로 휴가를 냈다. 신한은행 영등포금융센터 지점은 직원 15명 중 13명이 근무에 나섰으며, 나머지 2명은 각각 휴가와 오후 출근 대상자였다. 영업점 직원은 “총파업 때문에 빠진 사람은 없다”며 “이번 총파업이 국민적 공감을 얻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인지 참여율이 낮은 것 같다”고 전했다.

NH농협은행 신길동 지점은 전체 직원 12명 중 8명이 출근했다. 2명은 휴가, 2명은 교육을 받기 위해 자리를 비웠다. 지폐 교환을 위해 은행을 찾은 한 고객은 “총파업 얘기는 들어본 적도 없다”며 “직원들이 자리를 비우면 나 같은 노인은 어떻게 업무를 보라는 이야기냐”고 분노했다.

총파업 당일인 26일 IBK기업은행 신길동 지점에 들어서는 고객. 정덕영 기자

금융노조위원장이 속한 기업은행은 전체 조합원(9425명) 중 1477명이 파업에 동참하면서 일부 직원이 영업점 자리를 비운 것으로 파악됐다. 지점별 참여 양상은 차이를 보였다. 다만 고령층 고객이 많은 영업점은 파업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영등포 지점은 전체 직원 10명 중 9명이 출근했고, 1명만 총파업에 참여했다. 영등포 지점 관계자는 “총파업 때문에 1명이 빠지긴 했으나, 고객 응대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신길 지점은 전체 직원 11명 가운데 9명이 정상 출근했다. 2명은 휴가를 간 것으로 나타났다. 총파업을 이유로 자리를 비운 직원은 없었다. 신길 지점 관계자는 “하루에 200명이 넘는 고령 고객을 상대해야 한다”며 “특히 25일~26일이 말일이라 업무량이 많아 총파업에 동참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파업의 의지가 있어도 자리를 비우면 고객에게 큰 불편을 줄 수 있는 지점은 참여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현재 607개의 영업점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큰 문제가 보고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고객에게 파업 관련 내용을 사전에 알려서 양해를 구했고, 비노조 인력을 영업점에 배치해서 최대한 업무에 차질이 없게 지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덕영 기자
deok0924@kukinews.com
정덕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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