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 노리는 카카오페이손보…규제 장벽은 여전

반전 노리는 카카오페이손보…규제 장벽은 여전

기사승인 2025-09-30 06:00:24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이 주력 상품의 모멘텀이 약한 2분기에도 영업손실을 줄이며 체질 개선 가능성을 드러냈다. 구조적 강점을 기반으로 흑자 전환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일률적 규제가 여전히 디지털 보험사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3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카카오페이손보의 올 상반기 순손실은 248억원으로 집계됐다. 세부적으로 보험손익이 –218억원, 투자손익이 –30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2분기 매출은 12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 늘었고, 영업손실도 111억원으로 직전 분기보다 20% 줄었다. 2분기는 여행 수요나 이벤트가 줄어드는 비수기임에도 주력 상품인 해외여행보험 등이 선전하며 사업 체력이 강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카카오페이손보의 경쟁력은 ‘가벼운 비용 구조’다. 물리 서버 대신 클라우드 인프라를 전면 도입해 고정비를 최소화한다. 또 IT 기업답게 외주에 의존하지 않고 내부 개발자들이 사용자인터페이스(UI)·사용자경험(UX)을 직접 개선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 강점은 주력 상품 성과로 이어졌다. 대표 상품인 해외여행자보험은 출시 이후 30차례 넘는 UI 개편을 거치며 편의성을 높였고, 출시 2년 만에 누적 가입자 400만명을 돌파하며 시장 점유율 60% 안팎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조직 운영 방식도 차별화된다. 상품 기획·개발·리스크 관리 등 직무별로 부서를 두는 전통 보험사와 달리, 카카오페이손보는 ‘스쿼드’ 체제를 도입했다. 라이프(장기보험), 레저(단기보험), 디지털(휴대폰·운전자보험 등) 등 영역별로 구성된 스쿼드는 상품 개발과 기획, 리스크 관리 담당자가 한 팀을 이루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사용자 피드백을 빠르게 반영할 수 있다. 실제로 건강보험은 출시 당시 젊은 층을 타깃으로 했지만, 40대 여성 고객들의 요청을 반영해 두 달 만에 ‘100세 만기형’을 새로 내놓았다.

데이터 활용 능력도 강점으로 꼽힌다. 카카오페이는 2000만명의 마이데이터 가입자와 결제·송금 이력 등 방대한 금융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 앱 이용자 규모도 월간활성이용자(MAU) 2400만명, 일일활성이용자(DAU) 630만명에 달한다. 회사 측은 개인정보 동의를 전제로 이런 데이터를 활용해 고객 니즈를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페이손해보험 관계자는 “일반 보험사들이 설계사 서베이를 바탕으로 ‘설계사가 잘 팔 수 있는 상품’을 기획하는 것과 달리, 풍부한 트래픽을 기반으로 소비자 중심 설계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라고 말했다. 다만 플랫폼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점은 중장기 리스크로 지적된다.

재무구조는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지급여력비율(K-ICS)은 214.5%로 감독당국 권고치(130%)를 크게 웃돌고 있다. 3분기 유상증자까지 반영하면 추가 개선이 예상된다. 다만 장기·보장성 상품 비중이 늘어나면 요구자본도 불가피하게 증가해 자본 확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카카오페이손보 측은 “현재 판매 중인 상품 가운데 손해율이 높은 상품은 거의 없으며, 특히 자동차보험이나 실손보험은 판매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적자 지속…“다른 잣대 필요”

카카오페이손보의 성패는 향후 디지털 손해보험사의 성과를 가늠할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현재 디지털 보험을 취급하는 5개사(교보라이프플래닛·신한EZ손보·카카오페이손보·하나손보·캐롯손보)는 출범 이후 매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카카오페이손보 역시 2022년 10월 출범 이후 적자가 이어졌다. 2022년 말 261억원, 2023년 말 373억원, 2024년 말 482억원 등 손실 규모는 해마다 확대됐다. 이에 지난해부터 영유아보험, 초중학생보험, 자녀보험 등 장기보험 라인업을 넓히며 반전을 모색하고 있다.

카카오페이손보는 플랫폼 효과에 힘입어 고객 인지도가 높아질수록 실적 개선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플랫폼 기반의 가입 편의성은 확실한 경쟁력으로 꼽힌다. 친구 초대 기능을 활용한 해외여행보험과 4인 플레이 시 동반자를 쉽게 추가할 수 있는 골프보험이 대표적이다. 카카오톡을 통해 주민등록번호를 별도로 입력하지 않고도 간편하게 가입할 수 있다.

카카오페이손해보험 관계자는 “일반 IT 스타트업들이 실적 변곡점을 맞이하는 시기를 5~6년으로 보는데, 카카오페이손보 역시 긍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흑자 전환에 성공하고, 소비자들 사이에서 ‘보험은 직접 찾아 가입하는 상품’이라는 인식이 확산된다면 업계 전반의 디지털 전환 속도도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 보험업법은 모든 보험사에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보험 시장이 설계사의 설명이 필요한 복잡한 상품과 디지털 보험사가 다루기 적합한 단순·직관적 상품으로 구분되는 만큼, 해외여행보험처럼 소비자가 직접 비교하고 이해하기 쉬운 상품에 한해 마케팅·광고 규제나 건전성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규제 완화를 통해 보다 혁신적이고 고객 친화적인 시도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를 구분하듯 디지털 보험사도 특성을 고려해 다른 잣대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며 “소비자가 충분히 이해하고 비교할 수 있는 상품에는 보다 유연한 규제가 뒷받침돼야 한다. 지금처럼 ‘이 상품이 더 저렴하다’는 말조차 하기 어려운 환경에서는 디지털 보험사의 성장이 제약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미현 기자
mhyunk@kukinews.com
김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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