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의 시간 전쟁…대형사 여유·중소형사 부담

거래소의 시간 전쟁…대형사 여유·중소형사 부담

12시간 거래 연장…다양한 방안 검토 중
“거래 시간 연장 단순한 방안, 새로운 거래시장 찾아야”
대형사 부담 덜해 “정규장 개장이 더 효과적”

기사승인 2025-09-30 06:03:04 업데이트 2025-09-30 08:13:41
한국거래소 전경

한국거래소가 대체거래소(ATS)인 넥스트레이드(NTX)의 빠른 성장으로 시장 점유율 위협을 받자, 거래시간 연장과 수수료 개편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증권업계 전반에서는 ‘비용 대비 효과가 크지 않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팽배하다. 특히 인력과 자금이 부족한 중소형 증권사들은 현실적인 어려움을 이유로 난색을 보이고 있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KRX)는 주식 거래 시간을 기존 6시간30분에서 12시간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거래소는 넥스트레이드보다 1시간 빠른 오전 7시~7시50분 프리마켓을 여는 방안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소, 정규장 1시간 조기 개장 등 다양한 방안 검토

앞서 7월 거래소는 △정규장 1시간 조기 개장(개장 시간 오전 9시->8시) △오전 8시 프리마켓 30분 운영 후 정규장 전까지 시가 단일가 거래 △프리마켓 후 호가를 정규장으로 넘기지 않고 삭제하는 안 등 3개 방안을 각 증권사에 제시하고 의견 수렴을 거친 바 있다. 거래소는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며 아직까지 확정하지 않은 상태다. 

거래시간 연장과 관련해 한국거래소는 투자자의 거래 편의 확대와 전 세계적인 거래시간 확장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는 명분을 제시하고 있다. 다만 NTX가 최근 외국인 및 기관 거래 비중을 늘리며 빠르게 점유율을 키워가는 것을 막기 위한 대응책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현재 넥스트레이드에서 거래 가능한 종목은 전체 상장 주식의 약 30%에 불과하지만 시장 점유율 30%를 넘어서는 등 빠른 속도로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거래소 수수료 이익은 감소했다. 한국거래소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월별 거래 및 청산결제 수수료 수익 현황’에 따르면 올해 1~6월 거래수수료 수익은 94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163억원) 보다 19% 감소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거래소들이 거래 시간을 연장하고 있다는 건 맞다”면서도 “NTX가 있는데도 새로운 거래시장을 찾으려는 노력보다 단순히 거래시간을 늘리는 방안을 먼저 고민한다는 건 국가의 자본시장 구조 내 핵심 인프라로서 생산적인 문제 해결은 아닌 것 같다”고 꼬집었다.


중소형 증권사 부담 커…“비용 대비 효과 낮다”

거래소가 거래시간 연장을 추진하면 증권사들은 따를 수밖에 없지만, 비용 대비 효과는 크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특히 인력과 자금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중소형사들은 구조적으로 현실적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한 중형증권사 관계자는 “거래 시간을 늘리면 결제 IT 파트 등을 포함해 여러 부서의 근무시간이 연장된다”면서 “현재 인력으로는 근로법상 연장근무가 쉽지 않고 인원 충원은 인건비 부담이 상당하기 때문에 현시적인으로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어떻게든 비용을 들여서 시스템을 만들고 인원을 충원한다고 해도 그에 비해 효과도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미 무료수수료 일색인 국내 증권업계에서 거래시간이 늘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냐”고 토로했다.

또 다른 중형증권사 관계자는 “중소형사들은 브로커리지 보다 다른 사업을 통해 수익을 내는 경우가 많은데 관련 수익이 줄어들 여지가 생긴다”면서 “기업공개(IPO)를 하면 청약자금 반납 전까지 자금을 운용하는 것도 수익의 일부인데 정규장이 앞당겨지면 하루만큼 운용을 못하기 때문에 수익이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거래 시간이 늘어나면 그만큼 사건·사고가 터질 확률도 커져 리스크가 확대된다는 점도 우려 요인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거래소가 연내 12시간까지 연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하는데 연내라고 하면 얼마 안 남았다”면서 “거래 시간을 연장하면 이전보다 사고가 터질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이에 대한 방안도 함께 고민하면서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대형사 부담 덜해 “정규장 개장이 더 효과적”

반면 대형 증권사들은 중소형사에 비해서는 한결 부담이 덜한 모습이다. 이미 NTX 도입 당시 인력과 시스템을 갖춰 놓았기 때문이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2교대로 순환근무를 하는 점이 직원들 입장에서 불만일 수는 있지만 회사 측에서 부담인 점은 크게 없다”면서 “프리마켓보단 정규장 시간을 늘려야 거래가 더 활성화 된다는 점에서 더 낫다”고 말했다.

중소형사들의 부담이 크다는 점에 대해서는 거래소 측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대형 증권사들은 인력이 많아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지만 중소형사들은 인건비와 운영비 증가가 불가피하다”며 “당장 무리하게 추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 거래소는 수수료 체계 개편도 논의 중이다. 거래소는 지난 2005년 이후 20년간 거래대금의 0.0023% 단일 수수료율을 유지해 왔다.
임성영 기자
rssy0202@kukinews.com
임성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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