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극복자·지뢰사고 상이군인…443대 1 뚫고 ‘국민조종사’ 됐다

전세사기 극복자·지뢰사고 상이군인…443대 1 뚫고 ‘국민조종사’ 됐다

기사승인 2025-09-30 11:25:33
제10기 국민조종사로 선발된 (왼쪽부터) 최지수, 이주은, 한승범, 박혜진. 공군 제공
공군 전투기에 오르는 국민조종사 자리에 전세사기 피해를 극복한 청년, 지뢰사고로 왼발을 잃은 상이군인, K-패션 업계에 몸담아온 임원, 전 여자 크리켓 국가대표 선수가 이름을 올렸다.

공군은 30일 ‘제10기 국민조종사’ 최종 선발자 4명을 발표했다. 지난 7월 모집을 시작한 이번 선발에는 1774명이 몰려 44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국민조종사 제도는 국산 항공기에 대한 국민적 이해와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 2007년부터 격년제로 운영돼 왔다.

민간 조종훈련생 최지수(34) 씨는 전세사기 피해로 보금자리를 잃고도 꿈을 이어가기 위해 원양상선 LNG 운반선에 올라 210일간 일했다. 그 결과 비행훈련원에 입과할 수 있었고, 그는 “어떤 상황에서도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며 국민조종사에 도전했다. 최근에는 자신의 경험을 담은 책 전세지옥을 펴내기도 했다.

해병대 장교 출신 이주은(32) 씨는 작전 중 지뢰 폭발사고로 왼발 발목을 잃었다. 수차례 수술과 재활 끝에 대위로 전역한 그는 현재 서울시 청년부상제대군인상담센터 운영실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 희생한 부상군인의 명예를 널리 알리고 싶다”며 지원 동기를 밝혔다.

36년간 K-패션 업계에서 활동한 에프엔에프 임원 한승범(62) 씨는 가족의 사연을 안고 국민조종사에 도전했다. 생전 아들이 전투기에 탑승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부친 한창선 예비역 공군 소장의 소망을 이루기 위해서였다. 그는 “평생 업계에서 전문성을 다했지만, 이번에는 또 다른 방식으로 국가에 헌신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전 여자 크리켓 국가대표 박혜진(27) 씨는 9년간 태극마크를 달고 뛴 경험을 바탕으로 “팀워크의 무게”를 누구보다 잘 안다. 곧 인천국제공항 보안팀에 입사할 예정인 그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 경기장에 섰던 것처럼, 공군의 임무도 직접 체험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은 오는 10월 18일 서울공항에서 열리는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 2025)’에서 공군 조종사들과 함께 FA-50과 T-50에 탑승해 약 1시간가량 비행체험에 나선다. 편대는 서울공항을 이륙해 서해대교, 독립기념관, 태백산맥, 동해안 정동진을 거쳐 대한민국 영토 곳곳을 비행하며 공중 전술 기동을 체험한 뒤 귀환한다.

체험을 마친 뒤에는 손석락 공군참모총장이 이들에게 공군 조종사의 상징인 ‘빨간 마후라(머플러)’를 직접 수여한다.
조진수 기자
rokmc4390@kukinews.com
조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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