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이 챗GPT 개발사인 미국 오픈AI(OpenAI)와 손잡고 ‘초대형 AI 인프라 구축’에 나선다. 메모리 반도체부터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해양 건설 기술까지 전 계열사의 역량을 총결집해 ‘AI 3대 강국’ 도약의 교두보를 마련하겠다는 포석이다.
삼성은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오픈AI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는 ‘의향서(LOI)’를 체결했다고 1일 밝혔다. 이번 협약에는 삼성전자, 삼성SDS,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등 4개 계열사가 참여했다. 오픈AI가 주도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협력하고, 고성능 AI 데이터센터와 관련 기술을 공동 개발할 계획이다.
체결식에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이날 오후 직접 사옥을 찾아 방한한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와 약 30분간 회동했다. 지난 2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의 3자 회동 이후 약 8개월 만이다. 당시에는 협력 가능성을 타진했다면, 이번에는 구체적 로드맵이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스타게이트는 오픈AI가 4년간 4000억달러(약 700조원)를 들여 전 세계에 슈퍼컴퓨터와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고성능 D램 공급…삼성, AI 수요에 전사적 대응
삼성전자는 오픈AI의 폭증하는 메모리 수요에 대응해 고성능·저전력 D램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오픈AI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서만 웨이퍼 기준 월 90만장 규모의 고성능 D램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은 메모리·시스템반도체·파운드리를 모두 아우르는 종합반도체 회사로, AI 학습과 추론 전 과정에 필요한 기술을 모두 갖췄다는 점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패키징 기술, 융복합 솔루션 등에서도 오픈AI에 최적화된 제품을 제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AI 데이터센터 설계부터 판매까지…삼성SDS, ‘국내 첫 리셀러’ 전환
삼성SDS는 오픈AI와 함께 AI 데이터센터를 공동 설계·운영하고,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오픈AI 기반 AI 서비스를 제공한다.
삼성SDS는 이번 LOI를 통해 국내 최초로 오픈AI의 기업용 서비스 ‘챗GPT 엔터프라이즈’를 공식 판매·기술 지원하는 리셀러 파트너로 지정됐다.
향후 삼성SDS는 국내 기업이 오픈AI 모델을 사내 업무 시스템에 도입하는 데 필요한 컨설팅부터 구축·운영까지 전 과정을 지원할 계획이다.
바다 위 짓는 ‘데이터센터’…삼성물산·중공업 ‘플로팅 DC' 공동 개발
삼성물산과 삼성중공업은 오픈AI와 함께 ‘부유식(플로팅) 데이터센터(Floating DC)’ 공동 개발에도 나선다. 부유식 데이터센터는 육지보다 공간 제약이 적고, 자연 해수를 활용한 냉각 효율로 에너지 비용과 탄소 배출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삼성물산과 삼성중공업은 독자 기술을 바탕으로 플로팅 DC는 물론 부유식 발전설비와 관제센터 등도 함께 개발할 계획이다. 플로팅 DC는 아직 세계적으로도 상용화가 본격화되지 않은 고난도 기술로, 삼성의 관련 역량이 집중될 전망이다.
‘AI 3대 강국’ 포석…사내 챗GPT 도입도 검토
삼성은 이번 협력을 시작으로 한국이 글로벌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미래 AI 경쟁력 확보를 위해 △대규모 R&D 투자 △국내외 생산시설 투자 △우수 인재 유치·육성에도 박차를 가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메모리 기술력과 반도체 생산능력, 안정적인 글로벌 생산거점을 바탕으로 오픈AI를 비롯한 글로벌 AI 선도 기업과의 협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은 사내적으로 임직원의 업무 혁신을 위해 챗GPT의 도입도 검토 중이다. 특히 삼성은 가전·TV·PC 등 전 사업군에서 AI 고도화를 추진 중인 만큼, 오픈AI와의 협력이 제품·서비스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삼성 관계자는 “이번 협력은 메모리부터 데이터센터, 건설 기술까지 삼성이 가진 모든 역량을 동원하는 프로젝트”라며 “AI 인프라 패권 경쟁 속에서 한국 기술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